신문 배달망이 위험하다. 우선 유료부수 감소에 따른 위기다. 수도권 신문지국장 A씨는 “신문지국이 계속 준다. 통합에 통합을 거듭한다. 지국에 새 진입자가 없다. 나이 든 사람들이 수십 년째 지국을 운영한다”고 했다. 또 다른 수도권 신문지국장 B씨는 “지방으로 갈수록 지국 통폐합이 가속화 된다”고 전했다. 

신문업계 관계자는 “유력신문사들의 유료부수 감소속도가 올 들어 빨라졌고, 이 때문에 배달망이 빠르게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전국적으로 사실상 조선일보·동아일보 중심 공동 배달망이 형성된 상황에서 여러 신문을 동시에 배달하고 세트지(유료부수 1부 값으로 1+1 신문 구독)를 유통하는데 유력신문사 부수마저 흔들리면 전국 신문지국이 흔들린다는 설명이다.

2018년 한국언론정보학보에 실린 ‘신문배달조직의 황폐화와 판매시장의 왜곡’ 논문에 따르면 전국 신문배달조직 숫자는 2017년 기준 조선일보(1100개 전후), 동아일보(850~900개 전후), 중앙일보 (850개 전후)인데, 여러 신문을 배달하는 ‘통합지국’ 숫자가 중복집계돼 실제 지국 수는 추산이 어렵다. 수도권은 조선·중앙·동아, 대전·충남권은 조선·동아, 부산권은 조선·부산, 호남권은 동아·한겨레 중심 배달망으로 형성돼 있다. 

▲종합일간지. 기사 내용과 관계없습니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종합일간지. 기사 내용과 관계없습니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또 하나는 관공서다. 종이 신문읽기는 이미 가정에선 사라졌다. 유료부수 배달망의 거점은 관공서다. 지난해 경기도청 대변인실이 지급한 신문구독료는 2억5431만원, 서울시청이 지급한 신문구독료는 2억5182만원이다. 이미 전국 배달조직이 관공서와 각종 공공기관, 대형 오피스 중심으로 형성됐다. 그러나 A씨는 “공공기관에서의 절독이 꾸준히 이뤄진다”고 전했다. 또 다른 서울지역 신문지국장 C씨는 “관공서나 공공기관 부수가 계속 준다”며 “아직 완전히 절독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관공서 절독은 신문사들로서는 민감한 이슈다. 지난 8월1일자로 환경부 산하기관인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가 업무 성격상 환경보호와 자원절약을 위해 종이신문 구독을 일괄 중단하자 지역일간지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7월에는 청와대에 ‘관공서 종이신문 구매중단’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배달인력 이탈문제도 있다. C씨는 “1부당 줄 수 있는 배달비에 한계가 있다. 그런데 부수가 줄어들면서 똑같은 부수를 배달하더라도 배달 동선이 넓어진다. 일하는 시간은 늘어나는데 버는 돈은 같거나 오히려 줄어들어 사람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C씨는 “높아진 최저임금을 맞춰주면 수입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본사가 최저임금에 맞게 배달비 지원을 해주는 것도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한 뒤 “구청이나 시청의 일자리센터에서라도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홍보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신문지국의 모습. 기사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한 신문지국의 모습. 기사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정사업본부는 현재 68%인 신문우송료 기본 감액률을 내년 1월부터 50%로 줄인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편접수 물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우편사업 수지 적자가 심화 되면서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신문협회는 “산간 오지·도서벽지 독자 신문 우송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판매협의회가 신문을 매일 6000~9000부 우편 배달하는 신문협회 회원사 2곳을 점검해본 결과 감액률이 18%P 축소되면 연 4억원 안팎의 비용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고 밝혔다. 

점차 신문산업이 악화할 가능성이 자명한 상황에서 배달망까지 붕괴할 우려가 커지며 판매와 배달을 분리한 ‘통합배달센터’ 논의가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생존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배달을 공적 서비스로 맡는 시스템의 필요성이 필연적으로 논의될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 때 정부 차원의 공동배달제도였던 신문유통원에 참여하지 않았던 조중동 등 유력신문사도 그 때와 달리 유료부수가 반토막나면서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수개월 전부터 전국 신문지국을 상대로 실태조사에 나섰다.

한국신문협회는 “신문우송료 지원은 농어촌·산간 오지 지역주민의 정보격차 해소 차원에서 오히려 사업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신문배달망 붕괴 우려에 대해선 “일부 회원사에서 지국 체제에서 직영화 체제로 변화하고 있으며, 신문사 간 공동배달망과 공동수송망 등도 구축하고 있다”고 밝힌 뒤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유통원에 △2020년 통합배달센터 시범사업 안 마련 △시범사업 실행준비를 위한 실무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문협회가 밝힌 2020년 통합배달센터 시범사업안에 따르면 신문배달 사각지역에 한해 조직망을 구축하고 센터장 1인(개인사업자)이 직접 운영하며 센터장은 오직 배달업무만 수행한다. 배달비용은 각 신문사가 부담하고 정부는 지국장 임금 및 운영비 일부에 대한 지원에 나선다. 신문협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시범사업안은 신문 배달 한계 지역, 사각 지역에 안정적으로 신문 배달을 하기 위해 신문사들이 참여하는 센터당 1000~2000부 규모의 통합배달센터를 구성·운영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신문협회는 정부 차원의 공동배달망 구축에 대해선 “과거 신문유통원이 추진한 이 사업에는 2005년부터 830억 원의 국고가 투입됐지만 유통 시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공정 경쟁을 저해했으며 관리시스템이 느슨해 지원금이 사적(私的)으로 전용되기도 했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신문협회는 “신문유통은 정부가 주도하기보다는 신문사들이 주체가 돼야 한다”며 “정부의 역할은 간접 지원에 머무르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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