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MBN에 자본금 차명대출 및 재무제표 허위 작성 의혹 관련 제료제출을 요구했으나 MBN이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실제 승인 취소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미디어오늘이 분석한 결과 방통위는 지난달 MBN 대표이사에게 ‘방송법 98조에 따른 자료제출 요구’ 공문을 보낸 데 이어 최근 자료보완 요청 공문을 보냈다. 

앞서 지난달 경향신문·한겨레는 “MBN이 2011년 12월 종편 출범 당시 필수 요건이었던 최소 자본금 3000억 원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은행으로부터 600여억 원을 대출받아 이를 직원 및 계열사에 다시 빌려주고 직원 및 계열사가 그 돈으로 MBN 주식을 매입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방통위는 의혹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요청했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김용욱 기자.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김용욱 기자.

 

지난달 방통위가 MBN에 보낸 공문을 보면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는 △ 2010년 승인신청 당시 사업계획서상 대기주주명부 및 대기주주 중 특수관계자와 특수관계자의 임직원 현황 △ 2011년 승인장 교부 시점과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 매년 말 기준 주주명부 및 주주 중 특수관계자와 특수관계자의 임직원 현황 △국세청 세무신고시 제출하는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및 관련 부속서류 일체 △승인장 교부시부터 현재까지 주주별 지급보증내역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관련 자료가 현황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추상적으로 제출되자 방통위는 이달 말까지 보완을 요청하는 ‘보정요구사항’ 공문을 다시 보냈다. 방통위는 △대기주주명부의 주당 납입금액 표기 △특수관계여부 표기 △승인 당시 임직원 직책 표기 △주주별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여부 표기 △제대로 된 지급보증 사유 작성을 요청했다. 

특히 방통위는 “기존에 제출한 자료에는 (임직원의 대출 지급보증 사유를) ‘조세채권 우선변제 대응’으로 적시했으나 지급보증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며 “사유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에는 제출하지 못하는 이유를 적시할 것”을 요구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0월 중순께 조사 결론을 낼 예정인데 방통위는 금융위 행정처분이 이뤄지면 이후 방송법에 따른 행정처분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오는 10월4일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제대로 된 내용을 다루기는 힘들 전망이다. 김종훈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MBN이 자료 제출을 늦추고 방통위가 조사 속도를 내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MBN ‘승인취소’가 가능할까. 해당 사례가 최초 설립 당시 중대한 부정인 건 맞지만 과거 유사 사례에 비춰보면 방통위가 ‘승인 취소’를 결정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앞서 지난해 2월 방통위는 종편 미디어렙사들이 2014년 최초승인 때부터 위법적인 지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해 제재했다.

이때 방통위는 ‘승인취소’ 여부를 검토했지만 실제로는 ‘시정명령’만 부과했다. 방통위는 법률자문을 받은 결과 “허가 당시의 위반행위에 대해 허가기간이 만료되기 이전에만 행정처분이 가능하다”며 “거짓,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았더라도 그 행위로 취득한 허가의 유효기간이 이미 만료되었다면 허가 당시의 위반사항을 이유로 행정처분을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방통위는 “추후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서약사항을 위반하였음이 밝혀질 경우에는 허가 취소 등의 처분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심사 때 받았음에도 “서약서 내용을 근거로 허가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하는 것은 법적 효력이 없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 

▲ 과천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건물. 사진=이치열 기자.
▲ 과천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건물. 사진=이치열 기자.

즉 방통위가 최초 승인기간 내에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해 제대로 제재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친 데다 사업자들로부터 법적 효력이 분명하지도 않은 서약서를 받아온 것이다. 이는 MBN 의혹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당시 방통위의 소극적인 대응은 담당 직원을 징계하지 않은 데서도 드러난다. 방통위는 위법적인 지분구조를 가진 상태에서 최초 승인에 이어 재승인까지 내준 담당 공무원 8명에게 ‘경고’(6명), ‘주의’(2명) 처분을 하는 데 그쳤다. 당시 방통위는 고의성이 없었고 징계 시한 3년이 경과한 사안이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 지난해 종편 미디어렙 지분소유 제한 위반 사항. 방통위는 중대 위반사항이 있더라도 최초승인 때 벌어진 문제에 대해 승인 기간 이후 '승인취소'는 불가능하다는 법률자문을 받았다.
▲ 지난해 종편 미디어렙 지분소유 제한 위반 사항. 방통위는 중대 위반사항이 있더라도 최초승인 때 벌어진 문제에 대해 승인 기간 이후 '승인취소'는 불가능하다는 법률자문을 받았다.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 관계자는 “승인취소 여부는 지금으로서는 답하기 힘들다. 조사가 이뤄지면 이후 승인취소 등이 가능한지 아닌지 법률자문을 받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종훈 의원은 “방통위가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는 서약서를 관례에 따라 받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이미 법률자문에서도 서약서의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는데 여전히 지상파 및 종편 방송사들과 서약서를 맺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훈 의원실 관계자는 “정권 차원에서 종편을 만들고 재승인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특혜와 봐주기가 있었고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안은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MBN은 관련 의혹 제기에 “MBN 사원들은 모두 자신의 의사로 주주가 됐다”며 “‘차명’이란 용어로 내용을 호도하거나 악의적으로 보도할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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