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가 아동·청소년을 묘사한 성인용 인형, 이른바 ‘리얼돌’(real doll) 제작·소지·유통 등의 규제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정한 개인 형상을 본뜨는 경우와 ‘리얼돌’ 판매 방식 등에 다양한 규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거다. 입법조사처는 23일 해외 사례를 통해 ‘성인용 전신인형 규제 현황 및 개선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영국·호주·미국 등은 아동·청소년의 성적대상화·성상품화 차원에서 아동 형상의 성인용 전신인형 규제를 도입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17년 당시 72세의 초등학교 운영위원 데이비드 터너(David Turner)가 아동을 성적 대상화한 사진 3만4000장과 1m 크기의 ‘아동 섹스돌’(Childlike Sex Doll)을 가진 것이 밝혀지자 규제를 도입했다. 데이비드 터너가 1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자 영국 검찰은 지난 3월 아동 형상 섹스돌 소지·수입·유통·판매 등을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호주는 지난 2013년 이후 아동 형상의 리얼돌 수입이 증가하면서 문제가 됐고, 뉴 사우스 웨일즈에서 아동 리얼돌 소지가 금지됐다. 지난 2월 호주 의회에 아동 형상 리얼돌의 소지·판매·서비스 등을 금지하는 ‘아동착취에 관한 법’이 제출됐다.

미국 하원은 지난해 6월 아동 형상 섹스돌과 로봇·마네킹 등 수입·유통을 금지하는 법안(CREEPER Act)을 통과시켰다. 미 하원은 “음란한 인형이나 로봇 소지와 아동 음란물 소비에 연관성이 있다”며 “인형이나 로봇은 강간범이 피해자 저항 저지를 연습하는 것을 배우는 도구로 쓰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아동포르노그래피 방지법’으로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성적대상화·성상품화·성착취를 엄중히 처벌하는데, ‘아동포르노’란 성적으로 노골적 행위의 사진·필름·영상·그림·컴퓨터그래픽 영상 등을 포함한 모든 시각적인 묘사물 또는 이것이 광고·홍보·전시·설명·배포된 매체(미 연방법전)로 정의된다. 위반 시 최소 15년 이상 30년 이하 구금형, 중대범죄로 기소될 경우 벌금형과 25년 이상 50년 이하 구금형에 처한다.

▲ '닷페이스'(리얼돌 제작 업체를 만났다) 유튜브 갈무리.
▲ '닷페이스'(리얼돌 제작 업체를 만났다) 유튜브 갈무리.

전윤정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보고서에서 “해외국가들 사례를 참조해 아동·청소년을 묘사한 성인인형 제작·소지·판매·유통 시의 규제 및 처벌을 아동·청소년 보호 차원에서의 실태조사와 함께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정인화 민주평화당 의원이 지난달 대표발의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아동 신체형상의 성기구를 제작·수입하는 경우 3년 이하 징역, 영리 목적으로 판매·전시·광고 시 5년 이하 징역, 소지한 경우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이다.

특정 개인의 형상을 본뜬 전신용 성인인형의 제작·판매·유통 규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조사관은 “개인 모습을 동의 없이 형상화 했을 때 이것이 재판 대상이 된다면 재산권 또는 인격권 침해의 사유가 될 것인지와, 유명인과 비유명인에 따라 침해 여부가 다를 수 있고, 재산적 가치에 따라 판례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참고해야 한다”고 기술했다. 실제 일부 업체들이 주문제작 서비스를 홍보하면서 이로 인한 피해 우려가 제기됐고, 최근 한 매체가 여성 연예인 사진 하단에 ‘리얼돌 느낌’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온라인에서 공분을 산 바 있다.

전 조사관은 “우리의 경우 디지털 여성혐오와 성폭력, 성매매 문화가 존재하고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한 빠른 정보공유와 확산이 구조화된 상태에서 리얼돌의 여성혐오적 소비와 범죄화(이미지 합성 및 훼손 등) 등이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규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성인용 전신인형 규제여부에 대한 논란은 우리 사회 성규범과 성문화, 여성의 인권, 개인의 인격권, 아동·청소년보호의 측면 등에서 다양한 쟁점을 불러오고 있다. 신중하고 합리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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