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놀면 뭐하니?’가 지난 21일 방송에서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6.6%다. ‘무한도전’ 이후 김태호PD와 MBC의 야심작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낯선 수치다. ‘놀면 뭐하니?’는 유튜브 채널에 32만의 구독자가 있다. 이곳에선 ‘유튜브 온리’ 콘텐츠와 ‘TV선공개’ 콘텐츠로 시청자를 모으고 있다. 2011년 ‘무한도전’ TV전쟁 편에 등장했던 ‘○○○TV’는 현실이 됐다.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채널을 갖게 됐다. 스마트폰 상륙(2009) 이후 10년, 시청행태는 예측 불가 형태로 급변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8월28일 발표한 ‘2018 스마트폰·PC 시청행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 동영상 월평균 이용시간은 2016년 727분에서 2017년 828분으로 전년보다 100분 늘었고, 2018년에는 1025분으로 전년 대비 200분 늘었다. 모집단 기준으로 월평균 스마트폰 총 이용시간 6955분 가운데 14.73%에 해당한다. 하루 평균 약 3.86시간을 스마트폰에 쓰면서 이 중 34분가량을 동영상에 쓴다는 의미다. PC의 경우 같은 조사에서 2016년 235분→2017년 286분으로 약 50분 증가한 뒤 2018년 258분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28분가량 감소했다. 

TV보다 스마트폰이 익숙한 젊은 층의 월평균 스마트폰 동영상 이용시간은 10대 2292분, 20대 1650분으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매우 높았다. 특히 10대는 하루 평균 약 76분을 동영상 시청에 쓰고 있었는데, 하루 평균 약 23분을 쓰고 있는 60대(699분)보다 53분 많다. 반면 10대의 스마트폰 방송프로그램(방송사업자가 편성·제공하는 영상콘텐츠) 월평균 이용시간은 2016년 58분에서 2018년 41분으로 오히려 줄었다. 전체 평균은 2016년 71분→2017년 75분→2018년 82분으로 스마트폰 동영상 이용비율에서 10% 미만 수준이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그러나 이 지표는 ‘유튜브’를 대입하면 달라진다. 조사를 진행한 닐슨코리아가 지난해 8~12월까지 5개월간 유튜브를 통한 스마트폰 방송프로그램 이용행태를 추가 조사한 결과 간 월평균 이용시간은 78.56분에서 137.32분으로 무려 58.76분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10대가 166.41분, 20대가 201.40분, 30대가 128.66분, 40대가 124.96분, 50대가 120.85분, 60대가 109.23분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춰보면 10~20대의 방송프로그램 이용시간 경향은 오히려 증가세다. 

유튜브는 다른 모든 영상플랫폼을 압도하고 있다. 한국인은 8월 한 달 동안 유튜브에서 460억 분을 썼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이용자 40만 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다. 유튜브 사용시간은 지난해 8월 333억 분으로 1년 사이 38%나 증가했다. 유튜브 등 온라인플랫폼 성장 결과 2017년 기준 온라인광고 매출액은 3조8000억 원으로 방송 광고 매출액(3조1000억 원)을 추월했다. 2019년 조사에서는 유튜브의 성장세가 더욱 눈에 띌 것으로 예상된다.

▲MBC '무한도전-오분순삭' 콘텐츠.
▲MBC '무한도전-오분순삭' 콘텐츠.

최근 유튜브에서는 MBC ‘오분순삭’ 채널에 ‘무한도전’ 편집본이 올라오고 ‘KBS예능 : 깔깔티비’에서 ‘1박2일 레전드순삭’ 콘텐츠가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KBS아카이브 : 옛날티비’에선 ‘미생’의 원조 격인 오피스 드라마 ‘TV손자병법’의 1987년 1월18일자 첫 방송도 볼 수 있다. 50~60대 시청자들 또한 유튜브로 옮겨가면서 이들을 붙잡기 위한 전략이다. 지상파로서는 유튜브 시청점유율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콘텐츠를 재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상파와 종편 4사 등이 연합해 만든 온라인 광고사업 대행사 스마트미디어렙(SMR) 관계자는 “유통위임계약에 따라 방송분을 잘라낸 영상 클립은 우리에게 위임했지만 새로운 방식의 재편집 콘텐츠의 경우 우리 영역을 벗어나 있다”며 “방송사가 현재 자체적으로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에선 ‘사용자 맞춤형 편성’이 알고리즘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폰 중심 시청행태의 종착점은 ‘실시간 편성의 붕괴’다. 비실시간 시청증가는 필연적이다. 

스마트폰과 OTT(Over The Top,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로 인해 이용자의 시·공간 제약이 사라졌다. 2018년 스마트폰 방송프로그램 이용시간에서 실시간 이용은 42.56분, 비실시간 이용은 39.83분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과거 고정형TV는 ‘이용시간=시청시간’이지만 스마트폰에서의 ‘시청’은 수많은 이용행위 중 하나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이전 시대의 방송사가 오직 타 방송사와 경쟁했다면, 지금은 게임과 메신저, SNS 등 스마트폰 디바이스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위와 경쟁해야 한다.  

방송업계 전문가는 “방송사가 유통전략에 신경을 못 쓰고 있다. 본방송 이후 몇 시간 만에 넷플릭스나 웨이브에 콘텐츠가 올라오면 누가 본방송을 보겠나. 본방송과 OTT 시간 간격이 너무 붙어있다. 이는 방송사가 방송사이길 거부하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방송사가 당장의 제작비 마련을 위해 쉬운 선택을 하다가 ‘자기 가치’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이 전문가는 “방송사로서는 비실시간 콘텐츠에 대한 유통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13~69세 중 스마트폰·PC를 월 1회 이상 이용하는 사람을 모집단으로 설정해 2018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진행했으며 스마트폰 3961명, PC 2000명이 유효패널로 참여했다.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 플랫폼 미터기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오디오 매칭으로 조사했다. 일반 이어폰으로 영상을 시청할 경우 오디오 DNA 추출이 불가능해 표본집단에 이어폰을 특수제작·배포했다. 이번 조사에서 넷플릭스 시청시간은 제외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넷플릭스 유료 이용자는 184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6월 63만 명에서 192% 증가한 지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