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검찰발’로 ‘조국’이 1면이다. 조선일보는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족이 운영해온 사학재단 웅동학원이 수십억원 대 비자금을 만들었고, 이 돈 가운데 일부가 ‘조국 펀드’로 유입됐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검찰은 최근 웅동학원과 조 장관 일가의 계좌 추적 과정에서 의혹을 뒷받침할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검찰이 23일 조 장관 자택을 11시간 동안 압수 수색한 초유의 상황을 두고서는 “조 장관이 불법 혐의의 피의자란 것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신문은 “법원이 현직 법무부장관 자택의 압수 수색 영장을 내줬다는 건 그만큼 검찰의 ‘조국 수사’ 내용이 단단하다는 의미”라며 검찰수사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조선일보 1면 사진기사.
▲조선일보 1면 사진기사.
▲중앙일보 1면 사진기사.
▲중앙일보 1면 사진기사.

중앙일보는 “압수수색 영장에는 조 장관에 대한 증거인멸교사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이 적혔다고 한다. 이로써 조 장관은 피의자 신분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익명의 법조 관계자들 입을 빌려 “조 장관은 이날 출근 때까지 압수수색 사실을 몰랐다”고 전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검찰이 ‘조 장관 딸은 인턴 활동을 하루도 하지 않았다’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했고 “검찰은 (인턴)증명서 발급에 조 장관이 관여했을 경우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 장관이 전날 조선·동아의 ‘셀프 발급’ 보도에 “정말 악의적”이라며 이례적으로 작심 비판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보수신문 지면에선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에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우려하는 지면은 찾기 어려웠다. 대신 중앙일보는 압수수색 시점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순방을 위해 출국한 지 하루만”이라며 “검찰 안팎에선 문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꼽히는 조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시기를 두고 정치적 일정을 고려한 검찰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무리한 수사’로 보일 수 있는 대목을 ‘승부수’로 바꿨다. 

▲중앙일보 3면 기사.
▲중앙일보 2면 기사.

조선일보는 이날 “집 압수수색 당한 법무장관, 靑은 침묵, 정말 나라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현직 법무장관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것은 물론 기소돼 재판까지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상 국가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가 비정상 국가라는 말이다. 한 달 넘게 1면 머리기사를 ‘조국’으로 채우고 있는 조선일보 지면도 정상은 아니다.

한국일보는 “검찰이 조 장관에게 법적 책임을 직접 물을 만한 혐의를 밝혀 낼 경우 ‘정치 영역에 개입하는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 여론을 딛고 수사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익명의 법조계 관계자 발언을 전한 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물론, 검찰 조직 전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역풍에 휘말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향신문 지면에선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칼럼을 통해 언론의 ‘피의사실 받아쓰기’를 비판했다. 하태훈 교수는 “언론은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거른 채 검찰이 흘리는 조각정보를 짜 맞추어 퍼뜨리는 데 몰두했다. 검찰과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에서 피의사실 공표와 언론보도 정당성을 구한다. 하지만 설익고 확인되지 않은 흠집내기 추측성 기사로 도대체 진실이 무언지 알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확성이 떨어지는 신속성만으로는 알권리가 충족될 리 없다”며 이번 기회에 피의사실 공표 허용 여부와 허용 기준 및 절차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1면에서 “공정·정의 외친 386 사교육 캐슬 세웠다”란 제목의 기획기사를 통해 조국 장관을 통해 언론이 소환해 낸 소위 ‘운동권의 기만적 태도’를 다뤘다. 이 신문은 4면 해설기사에서 “운동권식 토론 문화에 익숙한 386들에게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논술시장은 금광이나 다를 바 없었다”고 보도했다. ‘사교육캐슬 만든 386’으로 언급된 인사 중에는 정청래·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있다. 정청래 전 의원은 과거 마포에서 ‘길잡이학원’을, 정봉주 전 의원은 과거 ‘외대어학원’을 운영했다는 이유에서다.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조국 사태’가 “울타리 밖의 다수를 외면한 채 울타리 안에서 서로 권력을 확대하려고 벌이는 울타리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울타리 게임’이란 표현은 시사인 천관율 기자가 처음 내놨다. 권석천 논설위원은 이날 칼럼에서 “윤석열 라인의 저인망식 압박 수사를 방조해온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과연 검찰 조직을 개혁할 수 있는가. 조 장관은 언제까지 ‘검찰 개혁’ 뒤에 있을 것인가”라고 되물었으며 “정치행위 하듯 기소하고 압수수색하는 검찰 수사에선 가혹한 힘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지 않은가. 과잉의 언론 보도엔 또 다른 조직 논리가 어른거리진 않는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겨레 6면 기사.
▲한겨레 6면 기사.

한겨레는 이날 6면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2년을 돌아보는 기획기사를 냈다. 한겨레는 “대법원의 미래를 향한 제도 개선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사법부의 부끄러운 과거를 극복하려는 시도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가 청구된 법관 13명 중 8명(정직 3명, 감봉 4명, 견책 1명)을 징계했다. 징게 수준도 솜방망이였지만, 나머지 5명은 아예 징계를 피해갔다”며 “대법원의 과거청산 의지가 의심받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사법개혁의 갈 길은 멀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0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불법 정보·허위 정보 유통으로 여론이 왜곡되고 공론의 장이 파괴되는 현상은 막아야 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 동아일보가 사설로 비판했다. 이 신문은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과 정부가 나서서 이를 통제해야 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해당 뉴스가 가짜인지 아닌지를 판정하는 잣대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할 경우 권력의 입맛에 휘둘릴 공산이 크다. 이는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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