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원내대표)을 비판하는 게시글들이 사라졌다. 나경원 의원은 인터넷 게시글에 대한 차단 조치를 하고 언론과 누리꾼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표현물을 규제하는 법과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정치인이다. 

선관위가 허위사실로 판단하면 삭제

미디어오늘이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팀과 함께 분석한 결과 지난 총선 때 중앙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을 이유로 1166건의 게시글을 삭제했는데 이 가운데 나경원 의원 관련 게시글이 후보자 중 가장 많은 192건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관위는 선거 때마다 후보자의 요청이 있으면 허위사실, 비방 등 게시글을 자체 심의해 삭제 조치한다. 삭제 조치한 나경원 의원 관련 게시글 대부분 딸의 부정입학 의혹에 대한 내용이다. “장애인 전형 반짝 생겼다가 없어진...의혹 해명할 차례” “나경원 의원 딸 입학 후 장애인 전형 폐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 지난 총선 기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허위사실로 판단해 삭제 조치한 게시글.
▲ 지난 총선 기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허위사실로 판단해 삭제 조치한 게시글.
▲ 지난 총선 기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허위사실로 판단해 삭제 조치한 게시글.
▲ 지난 총선 기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허위사실로 판단해 삭제 조치한 게시글.

이들 게시글이 허위사실일까. 이들 게시글은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하고 공유하는 내용이다. 보도를 허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나경원 의원측은 틈새를 파고들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나경원 의원 딸 합격 후 장애인 전형 합격자가 없었다’는 내용을 ‘장애인 전형이 사라졌다’며 일부 사실관계를 오인해 유포했다. 중앙선관위는 이 지엽적인 부분을 갖고 ‘허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이어도 차단하는 포털 임시조치

중앙선관위가 딸 의혹 관련 게시글 삭제 결정을 내리자 이를 바탕으로 임시조치도 이뤄졌다. 

임시조치는 언론 기사 외의 인터넷 게시글로 권리를 침해받았을 때 해당 게시글을 30일 동안 블라인드 처리하고, 시간이 지날 때까지 이의제기가 없으면 삭제하는 제도다. 진위여부와 무관하게 당사자가 요청을 하면 사업자는 대부분 수용한다. 임시조치 제도는 남용되고 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6월까지 양대 포털 임시조치 건수는 200만건이 넘는다. 

나경원 의원의 게시글 임시조치는 여러차례 있었다. 2014년 나경원 의원이 장애아 알몸 목욕 사진으로 논란이 되던 당시 관련 기사를 공유한 포털 블로그 글들이 차단됐다. 2009년 피아니스트 이희아씨가 나경원 의원을 비난하는 내용을 퍼 나른 누리꾼들의 포털 블로그 글들도 차단됐다. 한 누리꾼은 이희아씨의 발언이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내용도 함께 다뤘음에도 차단됐다.

▲ 한 누리꾼이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나경원 의원 관련 임시조치된 게시글.
▲ 한 누리꾼이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나경원 의원 관련 임시조치된 게시글.

선거 기간마다 인터넷 언론 무책임 심의

선거 기간만 되면 인터넷 언론을 심의하는 인터넷선거보도심의원회가 활동한다. 지난 총선 기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나경원 의원의 민원을 받아 뉴스타파 보도에 경고 제재를 결정했고 후속보도한 한겨레, 인용한 환경TV에 주의 제재를 내렸다. “후보자와 관련한 명확히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인터뷰, 근거자료 등을 객관성이 결여된 방식으로 보도했다”는 이유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상대방 관점을 다루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지만 이는 뉴스타파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 나경원 의원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반론 기회를 부여했다’는 판결과 상반된다. 또한 명예훼손 재판 때 재판부는 일부 단정한 대목이 허위이지만 보도 전반에는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보도한 것이 아니므로 악의적인 보도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뉴스타파의 행정소송 승소로 제재는 취소됐지만 당시 제재를 결정한 위원들과 사무처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의 2004~2014년까지 제재 내역을 보면 1229건을 재재했는데 기준이 모호하고 추상적인 공정성과 객관성을 잣대로 한 제재가 563건에 달한다. 폐쇄성도 문제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회의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 누가 뉴스타파에 제재 결정을 했는지 아직까지도 알 수 없다.

명예훼손·모욕죄로 법적대응
 
나경원 의원은 자신을 향한 의혹에 법으로도 대응해왔다. 최근 아들과 관련한 의혹이 불거지자 한국당은 입장문을 내고 “허위의 사실을 보도한 기자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검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뉴스타파가 딸의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했을 때도 나경원 의원은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나경원 의원은 최근 방명록에 대한민국을 ‘대일민국’처럼 글씨를 쓴 점을 지적한 문화저널21의 보도에 언론중재위 제소를 해 논란이 됐고 자신을 친일파에 빗대고 여성비하적 표현을 쓴 악성 댓글을 쓴 아이디 170여개를 ‘모욕’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언론 보도에 명예훼손 소송으로 대응할 경우 해당 기자와 언론사 입장에서는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법적 대응 의지를 밝히면서 다른 언론사에 엄포를 놓는 효과도 있다. 한국에서는 이례적으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허위여야만 처벌받는 것도 아니기에 소송을 제기하는 쪽에 유리하다.

▲ 자유한국당이 최근 발표한 보도자료.
▲ 자유한국당이 최근 발표한 보도자료.

소송 결과가 단순히 승, 패로 구분되지 않기에 이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종결된 나경원 원내대표 딸 부정입학 보도 소송의 경우 뉴스타파가 승소했으나 나경원 원내대표측은 ‘일부 단정한 표현이 허위’라는 대목만 강조하며 해당 보도가 허위라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다.

모욕죄는 시민사회단체가 오랫동안 폐지 요구를 해온 법 조항이다. 모욕을 느꼈다는 게 기준이 불분명해 이를 바탕으로 한 처벌이 문제가 있는 데다 정치인 등 공인은 비방성 비판도 수용해야 할 사회적 지위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허위정보 규제? 나경원 악용사례부터 바로잡자

선거 기간 후보자가 문제라고 느끼면 중앙선관위가 임의로 게시글을 삭제하고, 정치인은 언제든지 자신에 대한 게시글을 ‘임시조치’할 수 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임의 잣대로 인터넷 언론을 심의한다. 모욕죄와 명예훼손 역시 공인을 향한 비판을 막는 데 사용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의 대응 사례는 정치인이 기존 제도만 잘 활용해도 얼마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의 허위조작정보 규제 추진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한국당으로서는 모순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나경원 의원의 대응은 허위조작정보 규제에도 시사점이 있다. 한국은 규제 사각지대라고 보기 힘들다. 악의적인 허위조작정보는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나경원 원내대표의 사례는 그 구분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 진행형인 의혹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당사자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보도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봤으나 재판부는 다르게 판단했다. 어디까지를 의도적인 허위조작정보로 봐야 하는가. 일부 내용을 오해한 것만으로도 허위로 규정해 게시글 전체를 삭제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허위조작정보 규제가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존 제도들이 갖는 오남용 문제를 꼼꼼히 진단해 독립적인 심의, 명쾌한 허위사실 판단이 가능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새 규제 추진에 앞서 오남용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현재의 제도부터 손 보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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