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급식충, 한남충, 김여사, 개독교 등. 현재 대한민국에는 사상, 종교, 사회적 신분, 성별 등을 비난하는 수많은 혐오 표현들이 난무한다. 혐오가 나무하는 세상에서 철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혐오 표현과 표현의 자유, 대항 표현에 대한 글을 써온 저자는 인터넷 댓글에 보이는 참담한 혐오표현이 주는 불쾌감과 모멸감을 보고 혐오표현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특히 저자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하는 ‘표현’ 행위에 관심이 많은데, 사람은 표현으로 대화하고 서로 소통하지만 순전히 ‘좋은 행위’만 하지 않는데 표현으로 서로 상처주고 억압하기도 하고, 모욕하고 비하하기도 한다. 이런 ‘나쁜 행위’ 중에 하나가 바로 ‘혐오 표현’인데 이러한 ‘혐오 표현’은 그냥 ‘말’이 아니라 여러 감정에 기반한 차별행위이자 폭력이고, 표적 집단에게 다양한 방법과 수단들로 행해진다. 혐오 표현은 말과 글 같은 언어 뿐 아니라 기호, 그림, 사진, 문학, 영화, 연극, 음악, 광고, 복장 등으로도 행해진다. 

▲ 혐오의 시대 철학의 응답 / 유민석 지음 / 서해문집
▲ 혐오의 시대 철학의 응답 / 유민석 지음 / 서해문집

혐오 표현은 온라인을 숙주 삼아 증식하고 그 해악을 증폭시키는데 소셜 미디어는 혐오 표현이 증식하는 온실이자, 극단적 혐오를 확산시키는 좋은 수단이 돼 버렸다. 주류 매체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혐오가 전파되는 속도가 매우 빨라서다. 온라인 혐오표현 연구자 외자스란 제이넵(Ozarslan Zeynep)은 “혐오표현 현상은 전통적인 미디어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문가와 평범한 사람들 모두 온갖 형태의 미디어로 혐오표현을 끊임없이 재생산한다”고 말했다. 혐오 포현은 정보통신과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전 세계로 확산되고 매스미디어는 물론 소셜 미디어에서도 타자에 부정적 연상과 편견이 매일 생산된다. 

대중매체는 혐오표현의 선전 도구로 종종 이용되는데 고의로 특정 집단에 혐오감을 전파시키고 구체적 차별이나 폭력행동을 유도하며 해당 집단에게 혐오감과 공포감을 조성하고 이를 해당 집단을 열등하게 대우하는 걸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는다. 저자는 이런 선동형 혐오 표현이 심해지면 혐오범죄, 나아가 전쟁이나 인종학살로 확대된다는 지적했는데 실제 나치 독일의 신문기사, 르완다의 소수민족인 투치족을 바퀴벌레로 표현하는 라디오방송 등에서 이러한 사례를 접할 수 있다. 

이런 혐오 표현을 우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표현의 자유는 혐오 표현과 늘 갈등과 긴장 관계에 놓여 있다. 혐오 표현을 둘러싼 논쟁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 이어지는데 ‘혐오할 자유 따위는 없다’는 쪽도 불가피한 표현의 자유 제약을 얘기한다. 반대 쪽은 ‘혐오표현을 할 자유도 존재한다’고 말하는데 과연 어느 쪽 주장이 타당할까?

저자는 표현의 자유는 결국 한 인간이 다른 인간과 관계를 맺는 사회에서 생겨나는 것이기에 그 표현이 자리매김한 맥락에서 중시되는 가치들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는데 결국 공동체의 결정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혐오 표현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공교육이나 가이드라인 같은 대항표현으로 혐오표현을 제어하고 혐오 발화자들의 편견을 대중에게 교육해 민주주의적으로 설득해 나가자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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