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 시절 조국 법무부장관 자녀들의 인턴증명서를 허위 발급해줬다는 의혹을 받는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이 23일 “제 이웃과 가족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제 집 부근에서 취재 활동을 자제해 주시길 부탁한다”며 기자들의 과열된 취재를 비판했다.

한 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20일 오후 소위 증명서 발급 의혹 관련 참고인으로 검찰에 나가 진술했다”며 “10년 전, 6년 전 상황을 상세히 기억하기 어렵지만 제가 아는 범위에서 나름 충실하게 설명했다. 점차 의혹이 해소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원장은 남긴 글에서 언론 보도와 과열된 취재 행위를 비판했다. 그는 “연구원 출근과 근무에 애로가 많았다”면서 “새벽에 출근했더니 ‘도둑출근’이라 하고, 회의 준비에 차질이 있을 정도의 상황인지라 연가 처리를 했더니 ‘꼭꼭’ 숨었다고 한다”고 지적한 뒤 “저에 대한 과도한 취재 열기가 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 활동을 방해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선일보는 19일자 4면 “꼭꼭 숨은 한인섭 ‘도둑 출퇴근’”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취재진과의 ‘숨바꼭질’은 이날(17일)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오후 8시30분쯤 운전기사가 지하 주차장에 있는 관용차를 지상으로 끌고 나왔다. 지하 주차장에 관용차가 없는 것을 본 일부 기자들은 한 원장이 퇴근했다고 판단해 현장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오후 10시쯤 다시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온 관용차는 ‘사복 차림’의 직원 두어 명을 태우고 떠났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19일자 4면.
▲ 조선일보 19일자 4면.

이 보도를 한 서유근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는 23일 “‘숨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한인섭 원장 아내는 20일 ‘도둑 출퇴근’이란 본지 표현에 강력 항의했다. ‘한 원장은 60 평생을 고결하게 살아온 학자다. 늘상 새벽까지 연구에 매진하는 학자를 도둑이라고 하느냐’고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떳떳하게 국민 앞에 해명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비판했다.

한 원장은 페이스북에다 “기자들의 취재가 직장이 아닌 저희 집 부근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주거지는 프라이버시가 존중돼야 하는 공간이고, 이웃 주민들도 공동으로 거주하는 곳”이라며 “아파트 건물 안과 주차장에 기자들이 드나들며 사진을 찍고, 비밀번호를 눌러야 출입할 수 있는 주민 전용 공간에 함부로 들어와 집 현관문 앞까지 와서 숨어 있거나 문을 두드리는 일이 거듭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컴컴한 복도에 숨어 있던 기자와 갑자기 맞닥뜨려 쇼크 상태에 이른 적도 있다. 새벽부터 밤까지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경비원과 주민들의 퇴거 요청에도 ‘경찰 불러라’고 한다”며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인 이웃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어 잠시 거처를 옮겼더니 ‘잠적’이라 한다. 저의 이웃과 가족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저희 집 부근에서 취재 활동을 자제해 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한편 동아일보는 23일 조 장관의 서울 방배동 자택 PC 하드디스크에서 조 장관 딸과 단국대 의대 장영표 교수 아들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활동증명서 파일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검찰은 조 장관 자녀들의 허위공문서 작성 과정에 가담한 정도에 따라 한 원장은 물론 조 장관 일가를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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