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뉴스9’에 시가 인용된 김영산 시인이, TV조선이 자신의 시를 왜곡되게 사용했다며 사과방송을 요구하고 나섰다. TV조선은 김영산 시인의 시를 인용해 당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비판하는 브리핑을 했는데, 김 시인은 이를 두고 “시를 정쟁에 이용했다”고 비판하고 “TV조선이 시를 사용하기 전 연락을 한 적 없다”며 TV조선에 사과를 요구했다.

9월3일 TV조선 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에서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장관 후보자’라는 영상이 방송됐다. 이 영상은 김 시인의 ‘내 십일면관음상’이라는 시의 “내 얼굴 이미 많은 걸 지녔다. 자비상, 분노상, 백아상출상 열한 개 얼굴. 보이지 않는 뒷모습 살의. 나는 내가 두럽다(...) 가면도 얼굴이라는 걸 알았다”라는 부분을 인용했다.

이 시는 ‘창비 시선’ 시집 중 ‘벽화’라는 시집에 수록된 시다. 이 시는 경주 석굴암에 있는, 열한 가지 얼굴을 얹은 십일면 관음상을 두고 쓴 시다. TV조선 브리핑에서 이 시의 “가면도 얼굴이라는 걸 알았다”라는 구절을 두고 “면목없는 언행을 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을 그래서 낯이 두껍다고 한다”며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언급했다. TV조선은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기자간담회를 연 것을 두고 비판하는 브리핑을 이어갔다. 김 시인의 시가 조국 장관 후보자를 비판하는데 사용된 셈이다.

▲9월3일 TV조선 뉴스9.
▲9월3일 TV조선 뉴스9.

김 시인은 21일 오후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TV조선에 대한 지적과 함께 사과 방송을 바란다고 밝혔다.

김 시인은 “TV조선에서 나의 시를 왜곡했다. 내 시가 정의롭고 선하고 아름답게 이용된다면 좋았겠지만 시를 왜곡시켜서 ‘정쟁의 도구’로 사용했다. 그렇게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든 무엇이든 간에 예술작품을 인용할 것이라면 적어도 작가에게 먼저 문의를 하는 것이 예의”라며 “TV조선에서 시를 사용한다고 연락을 받은 적 없다”고 전했다.

김 시인은 “해당 방송을 보고 ‘아, 이럴 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저 시를 쓴 의도는 십일면 관음상을 보고 감동을 받아,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다면다양한 얼굴, 즉 다중우주를 그리려고 한 것이었다. 결국 자신을 바라볼 때 자신를 반성하는 시각으로 바라봐야한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고, 어느 한 인물에 대해 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면도 얼굴이라는 것도 알았다’는 구절은 가면이라는 것이 좋다는 말도 나쁘다는 말도 아니며, 슬픔이나 아픔이 있는 중생으로서 남을 공격하기 전에 자기 자신부터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미로 쓴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의도와는 다르게 일방적으로 특정한 상대를 공격하는 의도로 시를 사용하는 게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김 시인은 “ TV조선이 사과 방송을 하길 바란다”며 “시인은 시를 쓰면서 그런 의도가 없다는 것을 밝혀서 사과해주길 바라며, 해당 방송과 분량을 똑같이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시란 어느 특정한 곳에 사용돼선 안되며, 특히 한 개인을 공격하거나 한 방송사에서 당파적으로 사용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TV조선 보도국 관계자는 21일 미디어오늘에 “곧 입장을 정리해 시인께 직접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