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자유한국당 인사들의 삭발에 대해 국민들은 얼마나 공감하고 있을까.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11명에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등 정치인들의 조국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물은 결과 공감했다는 의견은 32%에 그쳤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57%로 나왔고, 11%는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한국당은 조국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야성의 보여주는 ‘회심의 카드’로 삭발식에 나섰다. 첫 주자로 황교안 대표가 삭발을 하자 원내외 인사들이 경쟁적으로 삭발을 했지만 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현재까지 삭발을 한 한국당 인사는 20여 명에 이른다.

민주당과 대통령 지지율이 빠지고 있는데 전혀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자 어떻게든 야당의 존재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는 절박한 뜻에 따라 황교안 대표가 삭발에 나서면서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결과적으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한국당 삭발에 여론이 부정적인 것은 스스로 삭발을 희화화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황교안 대표는 삭발식 다음날 영화배우 율 브리너를 언급하면서 누가 더 멋있냐고 물었다고 전해졌다. 삭발이 결기를 내세우고 비장함을 품은 투쟁 수단이라기보다 황 대표 스스로 반짝 인기를 얻으려는 몸부림이라는 것을 스스로 노출시켜버린 것이다.

사상 초유의 대규모 삭발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강력한 투쟁 의지를 불사르면서 국민 여론에 호소해도 모자라는 판에 스스로 투쟁의 수단을 퇴색시킨 모습을 보이면서 여론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나경원 원내대표는 언제 삭발하냐 그 모습을 보고 싶다’며 ‘나경원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한국당의 삭발이 오락거리로 전락했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
▲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

사정이 이렇다보니 앞으로 전개될 패스트트랙 수사 국면에서 나올 불안을 한국당 지도부가 잠재우기 위해 강공으로 삭발을 하고 있다(박지원 의원)거나 당 내 좋은 이미지를 얻어 내년 공천을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삭발을 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또한 조국 장관 임명 문제로 보면 결국 패전한 원내 지도부에 대한 책임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삭발 카드가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는 점도 전략 실패로 읽힌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18일 SNS를 통해 “당대표가 비장한 결의를 하고 삭발까지 했는데 이를 희화화하고 게리올드만, 율브리너 운운하는 것은 천부당 만부당 하다. 어찌 당이 이렇게 새털처럼 가벼운 처신을 하는가? 그러니 문재인도 싫지만 자유한국당은 더 싫다는 말이 나오는 거”이라고 비난했다. 홍 전 대표는 공개적으로 나경원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원정 출산 의혹까지 제기한 상태다.

삭발식이 내외부로부터 지지층 결집을 가져오기는커녕 원심력으로 작동되면서 반발만 키우고 있는 꼴이다.

KBS 여론조사에선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 역시 공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검찰 수사와 상관없이 조국 장관에 대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46%로 나왔고, 국정조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19%로 나왔다. 그런데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은 31%로 나왔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5%였다. 조국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한국당의 삭발식도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정치 공세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공감하지 않는다는 여론이 높은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여론조사는 지난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웹조사 (휴대전화 등 활용) 방식으로 이뤄졌고 응답률은 조사요청 대비 14.2%, 조사참여 대비 91.7%로 나왔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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