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자신을 비난하는 글을 네이버 블로그에 쓴 70대 노인을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검경(수사기관)을 동원해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 20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평판 보호를 위한 명예훼손 형사고소 재판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명예훼손죄는 피해 사실을 주장하는 자가 처벌을 원해야만 형사처분이 가능한 반의사불벌죄다.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오픈넷은 “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됐다. 물론 유무죄 판단은 중립적인 법원이 하지만, 그가 공소유지와 공판 업무를 수행하는 검찰에 더욱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올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국 법무부 장관은 표현의 자유, 특히 일반인이 현직 고위공무원을 비판할 자유를 조금이라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불벌의사를 밝혀 더 이상 재판이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조 장관이 인권보호의 수장으로서의 모범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황아무개(73)씨가 지난해 2월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글은 “조 수석은 부잣집 아들로 서울법대를 나오고 고시 1차에서 3번이나 낙방하고 빽을 이용해 울산대에 취직했다”며 “그는 검찰·경찰을 은밀히 지휘해 국가정보원장 등을 구속하게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 장관은 지난해 3월 황씨 등 2명을 명예훼손죄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3월 1심에서 황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이에 오픈넷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명예훼손 형사처벌제도는 검찰이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한 당대의 권력의 평판을 보호하려는 노력에 남용될 위험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오픈넷은 “명예훼손 형사처벌에 대해 UN 자유권익위원회를 포함한 각종 인권기구들은 ‘평판이 훼손되었다고 해서 그 훼손의 단서가 된 발언을 한 사람을 인신구속까지 하는 것은 비례성이 없으며 민사손해배상으로 충분하다’는 이유로 반대권고를 계속 내려왔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유로 공인의 명예 보호를 위한 명예훼손 형사처벌은 OECD 국가에서는 거의 사문화됐고, 영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은 위헌결정 또는 입법을 통해 폐지된 상황이다.

오픈넷은 “검찰 및 경찰 정책에 있어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위치에 있는 민정수석이 자신의 평판 보호를 위해 명예훼손 형사고소를 한 것으로서 인권의 차원에서 두 겹, 세 겹 문제가 되는데, 특히 자신의 영향력이 매우 크게 미치는 검찰 및 경찰을 동원해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면에서 더욱더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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