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국내 최대 성매매 알선 사이트 ‘밤의전쟁’이 폐쇄됐다. 2014년 운영을 시작한 이 사이트는 5년 동안 회원 70만 명, 1일 접속인원 10만명에 이르는 국내 성매매 포털로 성장했으며 검거 당시 전국 성매매업소 2637개 광고를 통해 2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약 9개월 간의 수사 끝에 운영진 26명의 인적사항을 파악해 검거했고, 사이트 제작자가 운영하고 있었던 서버 14개 관련 자료 및 등록 도메인 66개를 7월4일 삭제 조치했다.

20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디지털 시대 성매매·성착취 문제에 대한 진단과 대안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수사 과정을 발표한 홍영선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팀장은 수사기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7만50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수사기록, 안구통증과 거북목·손목터널 증후군 등에 시달렸다”고 한 대목에서도 오히려 더 큰 박수를 받았다. 자랑스럽게 수사 성과를 설명하던 홍 팀장은 그러나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음을 강조했다. ‘밤의 전쟁’은 지난해 9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이하 전국연대)와 다시함께상담센터가 공동고발한 10개 사이트 중 한 곳, 나머지 사이트들은 검거·폐쇄가 이뤄지지 못했다. 사이트 운영자는 1심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 받았고, 사이트 광고를 이용한 성매매 업주는 벌금형에 그쳤다.

홍영선 팀장은 “운영진은 광고행위를 넘어 무료쿠폰을 지급하고 후기 글을 작성해 성매매를 권유하는 조직적 영업을 해왔음에도 법률이 미비해 같은 법 제20조로 의율할 수 밖에 없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파급력이 커진 온라인 불법광고에 대한 처벌행위 세분화 및 형량 상향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금도 인터넷 검색을 하면 ‘밤의전쟁 가입회원 70만명 성매매단속에 대응할 방법은’ 등 제목으로 블로그 글을 게시한 법률사무소가 있다”며 “이런 상담을 받고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며 당당하게 방문한 피의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 20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디지털 시대 성매매 성착취 문제에 대한 진단과 대안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주최, 여성인권센터 '보다' 주관으로 진행됐다. 사진=노지민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디지털 시대 성매매 성착취 문제에 대한 진단과 대안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주최, 여성인권센터 '보다' 주관으로 진행됐다. 사진=노지민 기자

불법적인 성매매 알선 사이트 등에 대한 대응 강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홍 팀장은 “경찰에서 늘 불법사이트 수사를 하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관련규정에 의거 삭제 차단 요청을 하고 있다. 이번에도 밤의전쟁 관련 사이트 도메인 60여개 차단요청을 했고, 특히 밤의전쟁은 보안이 강화된 프로토콜(https)도 아닌 단순히 DNS(Domain Name System)만 변경해 운영해 온 사이트임에도 차단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앞으로 이와 같은 부분에 대한 확실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온라인 장터 사이트 ‘백페이지닷컴’(backpage.com)이 ‘세계 최대 불법 성매매 사이트’라는 오명과 함께 폐쇄된 바 있다. 지난 2017년 실종됐던 여성 아동이 백페이지를 거쳐 포주에 의해 성매매된 사건을 비롯해 각 지역에서의 피해사례들이 터져나왔고, 피해자들의 소송 과정에서 백페이지가 ‘용납 가능한’ 성매매 광고 게재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강구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들에게 성착취 관련 내용의 삭제 의무와 민·형사 책임을 묻도록 하는 성매매업자조력방지법(SESTA)·온라인성매매근절법(FOSTA)이 통과됐고, 백페이지는 폐쇄됐다.

김하영 전국연대 활동가는 “성매매 일반에 대해서나 백페이지에 대해서나 옹호자 반응은 똑같다. ‘성매매 안 없어진다. 단속하면 음지화 될 뿐이다’, ‘인터넷 검열이다. 표현의 자유를 침범한다’는 등 인터넷 자유주의까지 결합했다”며 “애초에 미성년자에 대한 성착취는 성매매와 분리할 수 없다. 성매매를 용인하고 조장하는 사회적 맥락이 있기에 수요가 많고 통제하기 쉬운 미성년자를 유인해서 인신매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상투적인 말이지만 인터넷은 이상적인 공간이 아니고 사회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그러므로 착취 역시 똑같이 반영되고 있음에도 그를 규제할 방편이 없다면 결국 범죄자들만이 웃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민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 성착취 대응팀 변호사는 “성매매는 그 자체로 여성에 대한 폭력적, 착취적 성격을 갖는 범죄인데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익명성과 전파력을 고려할 때 위 사이트를 통한 성매매 광고는 불특정 다수를 성매매로 유인해 성매매를 더욱 확산시킬 우려가 있으며 이로 인해 성매매처벌법의 입법취지가 퇴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위 사이트들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폐쇄를 위한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대응, 사이트 관련자들에 대한 엄격한 법 적용과 처벌은 성 산업 축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하영 여성인권센터 ‘보다’ 소장은 제정 15년 차를 맞은 성매매방지법이 변화한 디지털 성매매·성착취 구조에 맞춰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전국연대와 다시함께상담센터 고발대상 처분통지서를 근거로 외국인 성매매여성은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처벌, 강제출국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사이트 운영자 및 업소 운영자들의 처분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업주들은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착취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며 “2004년 성매매 방지법 제정 당시 성매매 구조를 알선자-매수자-성매매여성의 3자구도로 포착했다면, 2019년 현재 성매매·성착취 구조는 한층 더 복잡해졌다”고 짚었다.

성매매·성착취 현장에서의 새로운 피해 양상도 분석됐다. 이 소장은 “성매매 후기 작성에 필요한 인증샷을 위해 성매매업소에서 불법촬영, 사실상 대놓고 촬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한번 발생한 피해는 온라인 세계에서 계속 순환된다는 특징을 지니며, ‘성매매여성’이라는 낙인 때문에 여성들 피해는 가중된다”며 “성매매 업소의 예약은 온라인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여성들의 프로필 작성과 후기 작성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눈에 보이던 착취방식은 거의 사라졌고 여성들은 자발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탈성매매를 원하거나 피해를 호소하는 성매매여성들에게 성매매는 여전치 착취적이다. 그럼에도 자발적 여성을 처벌하는 현행 법 때문에 여성들은 피해를 호소할 수도, 탈성매매 의지를 다지기도 어렵다”며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일괄적 불처벌이 필요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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