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형 일자리는 정책 근간이 사회적 대화임에도 필요조건인 노사 신뢰 구축에 대한 숙고없이 진행돼 당사자 간 대립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왜 노사가 협력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지 명확히 분석하고 노동계 거부감을 불식시킬 장기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상생형지역일자리 특별위원회는 2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사회적 대타협 기반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색’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상생형 일자리는 ‘사회적 대타협을 기반으로한 노·사 상생의 사회통합형 일자리 모델’로 광주광역시를 시작으로 전국 10여곳에 확산됐다.

노동계에선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과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이, 경영계에선 김영완 경총 노동정책본부장과 박재근 대한상의 산업조사본부장이 나왔다. 지자체·정부 인사로는 이덕재 경사노위 수석전문위원, 최형기 일자리위원회 상생형지역일자리지원센터장, 박병규 광주시 사회연대일자리특별보좌관, 허용석 구미정책연구소장이 참석했다. 

▲
▲더불어민주당 상생형지역일자리 특별위원회는 2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사회적 대타협 기반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색’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사진=김용욱 기자
▲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사진=김용욱 기자

행사엔 내리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실제 고용 단계에 접어든 광주형 일자리를 둘러싸고 의견 대립이 뚜렷했다. 정책 구상부터 추진까지 총괄한 박 특보와 박용석 민주노총 연구원장은 짧은 설전도 벌였다. 

민주노총은 상생형 일자리에 가장 비판적이다. 상생형 일자리의 핵심은 노동존중과 좋은 일자리 확보인데 지금 정책에선 노동존중을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원장은 “노조를 꺼림칙하게 보고 교섭을 배제하고 단체행동을 적대시하는 상황에서의 노사민정 거버넌스는 책임성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노조에만 양보를 요구하는 등 논란이 된다”며 “이같은 낡은 노사민정 거버넌스 속의 노사 상생 가치도 의문이다. 이 모델을 확산하는 게 맞냐”고 물었다.

광주형일자리와 관련해 박 원장은 독일 폭스바겐의 AUTO5000 사례(광주형일자리 연구 모델)에서 노사 관계는 배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책 설계에) 독일의 산별교섭 체계와 노사 공동결정제도는 빠졌다. 노조가 노동조건을 결정하고 자신의 공장을 책임있게 관리할 수 있는 과정에서 노사 신뢰와 협력이 나온다”며 “광주형일자리가 향후 이를 원용한다면 민주노총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박병규 특보는 이와 관련 노동계, 경영계 모두에 불만을 표했다. “노사 모두 (고용 시장이) 이대로 안된다 하면서 하나도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각자 불만이 있을 것이고 이를 모아서 계속 함께 가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둘 다) 거추장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특보는 또 “민주노총도 같은 지점에서 같은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냐”며 “대기업 노조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입장에 따라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입장이 정해지는데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지 못하면서 현실의 전반적 문제를 간과하는게 아니냐” 비판했다. 

박 원장은 이에 “‘대기업 노조 기득권’이라는 식의 오해는 거둬달라”며 “노동시장 내 이중구조, 임금격차 문제 등을 심각히 보고 있고 노동조건 양보는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노동조건 양보는 노사 교섭을 통한 게 바람직한데 광주형 일자리는 교섭 구조를 뺐다”고 반박했다. 그는 “민주적 경영참여나 산별교섭 체제 등 노조가 양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같이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특보 또한 “민주노총 주최 토론회에 몇 차례 갔지만, 광주형일자리를 수 년 간 고민했던 사람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제) 얘기를 한 번도 들어준 적이 없어 답답하다”며 “최초의 일자리를 노사민정이 결정을 하면 안되는 것인지, 자본에 맡긴 것보다 사회적 합의로 만든게 더 나쁘다 보는 것인지 묻고 싶다. 새롭게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노조할 권리도 당연히 주어진다”고 반박했다. 

▲
▲허용석 구미정책연구소장. 사진=김용욱 기자
▲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 사진=김용욱 기자

노사 차이 더 뚜렷… 경영계 ‘노동계 관점’ 반대 명확

노사 간 입장 차도 뚜렷했다. 경영계 측은 사회적 대화 의제로 노동유연성을 꺼냈다. 김영완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사측은 좀 더 유연한 제도를 바라고 노동계는 근로조건 보호를 포기할 수 없고, 노사가 바라보는 방향이 다른데 공감대를 형성할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재근 대한상의 산업조사본부장은 나아가 “상생형일자리는 산업적 관점이 우선돼야 한다”며 “노동 위주 관점으론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기업 투자가 전제돼야 모든 논의가 의미있는데 노동계 관점으로 보면 어려워지기 때문”이라 말했다. 

대기업은 기본적으로 상생형일자리 참여를 반기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박 본부장은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적합한 투자 지역(국가)을 찾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대기업에 역할을 기대하기보다 대학이나 연구소에 청년벤처기업을 유치하거나 외국계 자본 투자 여건을 좋게 만드는 등의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 측 미온적 반응은 폭스바겐 AUTO5000 사례와 다르다. 폭스바겐사는 당시 독일 경기 침체에 따른 높은 실업률을 심각히 여겼고 본사 직원의 80% 수준의 임금을 주는 조건으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별도 법인을 설립해 일자리를 창출하자고 노조와 지역사회에 먼저 제안했다. 노조가 동의한다면 인건비가 저렴한 동유럽에 생산공장을 짓는 계획을 철회하겠다 밝혔다. 

기조 발제는 맡은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장은 “결국 나쁜 일자리만 확산된다는 노동계 우려가 있는데 노조가 위기 상황에서 양보를 하더라도 이 시기를 지나면 보장받는 이익이나 권리가 있다는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며 “지역에 투자해라는 당위가 아닌, ‘생산역량 부족-투자 감소-인력 유출’ 악순환을 깰 지속가능한 지역 산업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장 큰 문제가 ‘왜 이걸 해야 하는지’ 공유가 안 된 점이다. 협력을 하려면 왜 해야 하는지 분석을 명확히 제시해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데올로기로 싸울 수밖에 없다”며 “근로자 숙련정책 강화 등 고용 전달체계를 지역화할 구체적인 계획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