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수사관행, 특히 피의사실공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무죄네트워크는 20일 오후 서울특별시 의원회관에서 형사법 대토론회 ‘검찰, 형사법 준수하나?’를 열어 검찰수사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다뤘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 관련 보도를 모두 형법 126조 피의사실공표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피의사실공표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검찰개혁의 한 축으로 피의사실공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독자 입장에서 피의사실공표와 언론의 취재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기자가 팩트를 많이 취재한 뒤 검찰에게 확인 요청을 할 경우, 검찰 입장에선 알고 물어보는데 무조건 모른다고 잡아뗄 수도 없고 거짓으로 답할 수도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피의사실공표가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경우도 있었다. 성 기자는 “과거 독재정부시절 공명심있는 기자들과 검사들이 같은 편이 돼 권력형 비리사건을 보도하기도 했다”며 “청와대 등은 펄펄 뛰며 검찰 상층부를 압박하지만 이미 보도가 나와 덮을 수 없어 수사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피의사실공표죄가 1953년부터 있었지만 사라지지 않았던 역사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 검찰. 사진=노컷뉴스
▲ 검찰. 사진=노컷뉴스

학계에선 사실상 사문화한 피의사실공표죄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피의사실공표가 국민의 알권리, 언론자유 측면을 고려해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는 의견도 있지만 규정이 포괄적이고 공표가 결국 언론에서 이뤄지는데 언론을 처벌하는 규정을 생략해서 처벌이 어렵다는 진단도 있다고 한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의사실공표 주체는 수사기관이기 때문에 지난 2011년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재정신청 적용범위가 피의사실공표죄로 확대됐지만 실제 공소제기된 사례는 없다”며 “민주화 이후 국회에서 피의사실공표죄 개정안이 11번 있었는데 대부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재정신청이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다.

20대 국회에선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6월 제출한 형법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있다. 수사기관의 공표행위로 발생한 명예훼손죄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이다. 

피의사실공표는 국민참여재판을 확대하고 있는 한국 현실도 고려해 조치해야 할 문제다. 언론보도로 선입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미국 등에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하는 경우 어느 지역에서 언론보도가 많이 났다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 재판을 하기도 한다”며 “지역언론이 발달한 연방국가에서는 가능한 제도지만 한국은 중앙언론이 대부분이라 관할 이전은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지금은 공소제기 이후에는 처벌받지 않아 공소장을 제출한 뒤 브리핑해도 피의사실공표죄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그렇지만 국민참여재판, 피의자의 인격과 명예, 최근 발생하는 판사에 대한 인신공격 등을 고려할 때 공표의 개념을 바꾸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의사실을 공표한 경우 잠잠해질 때까지 재판을 연기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신속하게 재판해야 한다는 헌법상 원칙에 어긋나고, 구속상태일 경우 구속기간 제한이 있어 이것 역시 큰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 한국무죄네트워크는 20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검찰, 형사법 준수하나'란 토론회를 열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 한국무죄네트워크는 20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검찰, 형사법 준수하나'란 토론회를 열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미흡하지만 반론권도 보장해야 한다. 한 교수는 “완전히 피의사실을 보도하지 못하게 막을 수 없으니 공개했을 때 상쇄할 수 있는 피의자 반론기회를 주면 균형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수사기관 브리핑룸을 피의자나 피고인도 동등하게 사용하도록 관련기관들이 협정을 맺거나 관련법을 개정하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한 교수는 대통령의 경우 특수한 위치임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때도 공소제기 전 발표도 많이 했는데 최근 사태와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교수는 “대통령은 국가원수로 재직 중 소추되지 않는데 피의사실공표까지 금지하면 재직 중 혐의사실을 국민이 알 수 없다”며 “국민이 알고 정치적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언론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이 해야 할 것은 예방이다. 예를 들어 마약사건을 보도하면서 이를 예방하자는 공익 목적을 담을 수 있지만 창피주기식 피의사실공표는 공익성과 동떨어진 언론의 상업성 아니냐”며 “범죄사실 보도에선 탐사보도가 축소돼있고 주로 수사기관 공보실에 모여 발표를 옮기는 것이 적절한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 기자 역시 “선정적인 보도는 비판받아 마땅하고 검찰의 ‘망신주기’도 비판받아야 한다”며 검찰과 언론의 행태를 비판했다. 

한편 검찰개혁이 무산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성 기자는 “정권 초에는 전 정권 비리를 수사하느라 검찰개혁을 하지 않는데 정권 중반이 되면 검찰이 현 정권 비리를 수사하면서 야당에서 (검찰개혁을) 못하게 한다”며 “이렇게 검찰개혁을 정권 때마다 하지 않고 넘어오는 장면을 지난 30여년간 봐왔는데 이번 정권도 이 연장선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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