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결과 발표가 조국 사태를 1면에서 밀어내기 위함이라는 조선일보 주장에 경찰이 너무 당황스럽고 황당하다고 반발했다.

수사를 마무리한 뒤 발표하려 했는데, 언론이 먼저 취재에 들어와 보도하는 바람에 이번에 수사경위를 발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관계자는 20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같이 밝히고 수사과정에서 조국 사건 밀어내기는 생각도 해보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배경이 궁금한 요 며칠 사이 정부 발표들’에서 경찰이 화성 연쇄살인범 DNA 분석 결과를 통보받은 것은 한 달도 더 전이며, 보완 수사 중인데 그제부터 보도가 시작됐다며 ‘왜 이 시점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경찰은 “일부에서 보도돼 할 수 없이 발표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그러나 아직 용의자가 부인하는 등 보완이 필요한 수사가 지금 발표된 배경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문했다. 조선일보는 “일각에서는 정권이 국민의 관심을 모을 사건으로 조국 사태를 신문의 1면에서 밀어내기 위해 총력전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수사본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너무 당황스럽다”며 “우리 계획에 있어 수사가 목적이지 기사 내는 게 목적이겠느냐”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국과수 등에 의한 증거감정을 다 끝내고, 예전의 기록을 면밀히 검토한 후 만날 사람도 만나보고, 수사대상자(용의자) 수사도 마무리되고 나서 결론을 내리고 발표하는 게 맞다고 보고 준비했다”며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 취재가 들어와버리니 우리는 아직 준비가 안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태에서 보도됐고, (수사상황을 설명해달라는) 요청도 있었기 때문에 (수사경위 발표를) 안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처음 취재들어온 곳이 어디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첫 보도한 곳은 채널A지만 그건(첫 취재한 곳은) 알 수가 없다. 다른 언론사다”라고 밝혔다.

무리하게 수사과정을 발표했다는 의심을 두고 그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발표를 할 수 밖에 없게끔 언론에서 상황을 만들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사건을 덮기 위한 목적은 아니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제가 수사팀에 있으면서 들어보지도 생각해보지도 못한 분석을 보고 정말 황당하다. 당황스럽다”고 답했다.

▲지난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건의 의문과 관련해 10건 가운데 3건의 증거물에서 나온 DNA와 용의자 이아무개씨의 DNA가 일치했다고 발표했는데, 그러면 나머지 7건은 어떻게 된 것이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나머지 7건의) 범행수법이나 당시 여러 정황, 수사기록 범죄내용 봤을 때 물론 다른 범인이 더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동일인에 의한 연쇄살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DNA 결과가 과학적으로 확실하고, 그 정도의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확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건(7건)의 증거도 수집하기 위해 현재 수사본부가 꾸려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애초부터 3건만 콕 집어서 의뢰한 것이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한 건 한 건씩 순차적으로 국과수에 의뢰한 것이고, 어떤 어떤 것에서 누군가의 DNA가 나오리라는 확신을 갖고 의뢰한 것은 아니다”라며 “보관상태 오염 등 여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데, 이번에 감정된 3건의 경우 미상의 남자 DNA가 나와 용의자로 보고 있고, 나머지 사건은 (국과수가) 감정을 진행하는 증거물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3건의 경우 국과수가 보내준 것을 토대로 판단한 것이며 나머지 사건(7건)은 분석 및 감정이 진행중인 것이지 이씨의 DNA와 불일치하거나 배치되는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보낸 증거물이 이씨가 당시 피해자의 목을 조를 때 썼던 속옷이라는 한국일보 보도에 이 관계자는 “아직 감정이 끝나지 않아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속옷에 묻은 피부조각이나 체모, 체액 등에서 추출한 DNA와 이씨 DNA가 일치한 것이냐고 재차 묻자 이 관계자는 “수사결과가 나온 뒤에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용의자 혈액형이 B형인데, 이씨는 O형인 점을 두고 이 관계자는 누군가에게서 나온 DNA와 용의자의 DNA가 일치한다면 두 사람이 같을 확률은 99.9999%라며 이것만으로도 혈액형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당시 확보한 혈흔이 용의자의 혈흔이 아닐 수도 있으며, 당시 과학기술의 수준이 지금처럼 정밀하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수사과정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윗선, 상급기관에 수사내용을 보고하거나 발표 문제를 상의하지는 않았느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말도 안된다. 아무 관계도 없는 것을 무슨 상의를 하느냐”며 “그런 주장은 평상시 생각할 수도 없는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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