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끌어온 신상철 전 천안함 합동조사위원의 명예훼손 사건의 항소심 재판이 사실상 종결됐다. 이 재판에 유일하게 출석하지 않은 증인인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구속)이 끝내 출석하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신상철 피고인의 명예훼손사건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출석하지 않고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의 출석거부는 이 재판에서 이번이 두 번째다.

김형두 재판장은 원 전 원장이 불출석 사유서에서 “5형사부로부터 소환장 받았으나 저는 고혈압과 수면장애에 시달리는데다 9건의 형사재판으로 힘든 상황”이라며 “제가 본(천안함 명예훼손) 사건에 왜 소환됐는지 전혀 모른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원 전 원장은 “저의 사정을 감안해 불출석을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원 전 원장은 지난 6월에도 불출석사유서를 내고 출석하지 않았다. 원 전 원장은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 직후인 4월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나와 북한의 관련성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최종 결론이라고 증언했다.

이에 어떻게 할 것인지 피고인측에 의사를 묻자 신상철 피고인의 변호인 심재환 변호사는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11월21일 피고인신문을 끝으로 변론을 종결하고 이날 검찰의 구형과 변호인의 최후변론, 피고인의 최후진술을 하는 결심공판을 개최하기로 했다.

김형두 재판장은 “피고측 변호사가 전체적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정리해서 종합 준비서면을 내달라”며 “그동안 재판을 오래 했기 때문에 판단해야 할 부분을 빠짐없이 열거해서 종합 준비서면을 내주시고, 검찰도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판사도 “결심을 앞두고 서면을 내줄 땐 항소이유서부터 명예훼손 사건의 구성요건과 위법성 조각사유 등이 분명하게 드러나게 (정리)해줬으면 좋겠다”며 “예를 들어 그동안 냈던 것 가운데 어느 서면에서 냈다든가, ‘공판기록 몇 쪽을 참조하라’든가처럼 분명히 작성해달라”고 밝혔다.

김 재판장은 오는 11월21일 목요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피고인신문을 하고, 변론종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2010년 4월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2010년 4월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안함 항소심 재판은 검찰이 신상철 전 위원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가 지난 2016년 1월25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후 피고와 검찰 모두 항소해 그해 2월부터 시작했다. 2016년 2월부터 2019년 11월19일에 변론종결을 거쳐 2020년 1~2월 경 선고하게 될 경우 재판기간만 만 4년에 달한다. 1심과 항소심을 합치면 천안함 재판만 10년을 채우게 됐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북한 어뢰에 의한 피격’이라는 정부 발표가 신뢰할 만한 것이었는지, 정부발표가 여전히 설명하지 못하는 의혹과 의문을 남겼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다. 검찰측은 국방부가 최초에 했던 주장을 항소심 내내 동일하게 반복했다. 그런 탓에 논리적으로 뿐 아니라 제시한 증거들조차 명쾌하게 의문을 해소하지 못했다. 1심 재판부는 대부분 위법성조각 사유를 감안해 무죄취지의 판단을 한 반면, 신 전 위원의 주장 대부분을 허위라고 판단했다. 이런 탓에 천안함 사건에서 제기된 수많은 합리적 의심의 의미와 재조사를 통해 다시 진실을 밝혀야할 작업의 필요성마저 퇴색시켰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명예훼손 유무죄 판단 뿐 아니라 정부 발표를 어떻게 판단할지, 정부발표가 틀렸을 가능성을 제기한 수많은 합리적 의심을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쟁점이다.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위원이 지난 2016년 1월25일 1심 판결을 받고 이강훈 변호사와 함께 법원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위원이 지난 2016년 1월25일 1심 판결을 받고 이강훈 변호사와 함께 법원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