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국장 시절 자사 보도 비평이 담긴 노조 보고서를 찢어버렸다가 벌금형을 선고 받은 최기화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의 부당노동행위 사건이 대법원에서 판가름 난다.

최 이사는 보도국장 때인 2015년 9월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의 뉴스데스크 비평 보고서를 두 차례 찢고 이후 보도국 회의(9월9·16일)에서 참석자들에게 ‘취재·보도 관련 민실위 간사 전화에 응하지 말라’, ‘민실위 간사와 접촉하는 경우 이를 보고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기사의 ABC도 사라진 뉴스데스크’라는 제목의 2쪽 분량 민실위 보고서는 MBC 뉴스데스크가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병역 의혹 수사 관련 보도를 하며 반론과 주요 사실을 누락하고, 포털의 정치적 편향 논란을 당시 여당에 유리하게 전했으며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부적절 발언을 뒤늦게 ‘말실수’로 축소 보도했다는 등 자사 비판적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최 이사의 문서 손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부당노동행위) 혐의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민실위의 자사 보도 모니터링 활동이 방송사 노사에 요구되는 ‘공정방송 의무’를 위한 중요 활동이라고 인정했다.

▲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 항의를 받고 있는 최기화 이사(왼쪽). 사진=노지민 기자
▲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 항의를 받고 있는 최기화 이사(왼쪽). 사진=노지민 기자

지난달 22일 항소심 재판부는 최 이사가 보고서를 찢은 행위를 노조 활동을 적극 방해한 부당노동행위라 판단했지만 편집회의에서 한 그의 발언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벌금 5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낮아진 것.

이에 검찰과 최 이사 모두 지난달 말 상고장을 제출하고 대법원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 이 사건은 지난 16일 대법원에 접수됐다. 다음날 최 이사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서가 발송됐다.

대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되더라도 곧바로 법·규정에 따라 자격 상실이나 결격 사유가 발생하진 않는다.

방송문화진흥회법은 이사 결격 사유에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하고 있는데, 국가공무원법을 참조하면 횡령·배임이나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벌금형만으로 결격 사유가 발생하진 않는다. 다만 판결 확정 시 부당노동행위로 확정된 처벌이라는 점에서 이사 자격 적절성에 대한 방문진 차원의 논의는 가능할 수 있다.

또 지난달 29일 최 이사가 MBC를 상대로 법원에 제기했다가 패소한 손해배상청구 등 1심 소송에서 재판부가 최 이사의 부당노동행위를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무겁게 봤다는 점에서 대법원 판결은 최 이사의 여타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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