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KBS 시사프로그램 ‘시사투나잇’은 월~목요일까지 밤 시간대 시사 정보를 심층으로 다루면서 화제를 일으켰다. 동시에 이명박 정부 들어 비판 아이템은 정치 편향 논란을 일으켰다. 논란이 커지자 시사투나잇은 시간대를 앞당겼고, 프로그램명을 ‘시사360’으로 바꿨다. 사실상 프로그램 폐지였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시사투나잇’은 하루 이슈를 심층 조명해 사람들 입에 회자되게 만든 것으로 평가되지만 ‘시사360’은 이름마저도 생소하다.

새로운 시사프로그램을 선보일 KBS가 ‘공영방송’ 가치를 높이면서도 화제를 일으키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지 주목된다.

KBS는 36년 역사의 ‘추적60분’을 폐지했다. 탐사추적고발 프로그램인 추적60분 폐지는 상징적이다. KBS는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어떻게든 변해야 살아남는다는 주장은 시사프로그램도 예외가 아니었다. MBC는 ‘PD수첩’이라는 간판 프로그램이 있지만 ‘스트레이트’를 만들어 변화를 모색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는 SBS 대표 시사 프로그램이라는 지위에 흔들림이 없다. KBS에 사람들 입길에 오르내리며 자랑스럽게 내놓을 시사프로그램이 있냐고 묻는다면 딱히 떠오르지 않는 게 현실이다.

변화는 있었다. 지난해 8월 KBS는 저널리즘 토크쇼J, 염경철의 심야토론, 김원장 기자의 사사건건 등 3개의 시사저널리즘 프로그램을 신설 개편했다. 이중 저널리즘 토크쇼J는 언론 비평 프로그램으로서 각인을 시키긴 했지만 대표 시사 프로그램이라고 보긴 어렵다.

시사기획창은 ‘기자들의 풍부한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통 시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라고 히지만 화제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태양광 보도와 조국 후보자 관련 방송은 내외부로부터 논란이 일면서 상처를 남겼다. 나쁘지 않은 6%대 시청률을 보이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공영방송 KBS 가치는 정치사회 의제를 던지면서 한국 사회를 개선시키는 데 있다. ‘역시 공영방송 답다’라는 말 속에 KBS에 대한 평가가 압축돼 있다.

새롭게 선보일 KBS 시사프로그램에 주목하는 이유도 공영방송 KBS 정체성과 맞닿아 있어서다. KBS 관계자는 “데일리 뉴스로서 9시 뉴스에 보도된 내용이 곧 정도를 걷는 뉴스로서 의제를 선점하고 이후 데일리 시사프로그램이 심층성을 강화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주간 시사프로그램이 보편적 이슈에 집중한다면 공영방송의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새로운 시사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설 시사 프로그램은 ‘더 라이브’와 ‘시사직격’이다. 방송인 최욱과 아나운서 한상헌이 진행하는 더 라이브는 “세상에서 가장 쉽고 재밌는 시사 토크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신개념 시사 토크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다. 방송 시간대와 컨셉만 보면 ‘오늘밤 김제동’을 떠올일 수밖에 없어 차별성이 관건이다. ‘더 라이브’는 최근 그래픽 인력을 채용했다. ‘더 라이브’는 ‘트렌디’한 색깔을 입히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저널리즘 토크쇼J는 그래픽과 자막에 심혈을 기울여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더 라이브’ 역시 비주얼적인 완결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 KBS 추적60분.
▲ KBS 추적60분.

문제는 심층성이다. 보도국 기자들 사이에서 ‘오늘밤 김제동’은 박한 평가를 받았다. ‘뉴스라인’이라는 심야 뉴스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들어와서 처음부터 시선이 곱지 않았다. ‘오늘밤 김제동’은 3~4%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고정 시청층을 확보했지만 정치 편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후속 프로그램 격인 ‘더 라이브’는 마냥 편안함과 재미만을 추구하거나 ‘오늘밤 김제동’을 넘어서려는 차별 전략이 빛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임재성 변호사가 사회를 맡는 것만 알려진 ‘시사직격’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시사직격은 추적60분과 KBS스폐셜을 폐지하고 통합한 프로그램이다. 제작 책임자가 소개한 시사직격은 “탐사 다큐프로그램으로 어젠더 기능”을 강화한 프로그램이다.

시사프로그램 성격에 따라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달라진다. 시사프로그램은 보통 매거진형, 다큐형, 탐사형으로 나뉘는데 시사직격은 추적60분의 탐사 성격과 KBS 스폐셜의 다큐 성격을 합쳤다. 첫 방송을 어떤 내용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시사직격의 성격을 규정할 것으로 보인다.

60분짜리 시사 다큐를 보도록 시선을 붙잡기 어려워진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심해지면서 시청자의 ‘니즈’를 반영한 트렌디한 시사다큐물의 출현은 필연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다만 KBS 기자는 “신설된 시사 프로그램이 그날 하루 이슈를 정리하는 형식이나 갈등 이슈만을 쫓아가는 형식이라고 하면 기존 추적 60분이 가지고 있었던 탐사나 의제 선정 등 완성도 높은 탐사 다큐가 나올 입지가 좁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경쟁력을 어디서 찾느냐는 것이다. 탐사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1인 매체까지 나오는 시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화제를 일으키면서도 ‘공영방송’ 역량을 높이 평가받는 게 새로운 KBS 시사프로그램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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