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평양 남북정상 공동선언 1주년을 맞은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아무런 메시지를 내지 않기로 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다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오는 24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 관련 언급을 하는데 그걸 감안해달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 때도 메시지를 냈던 문 대통령이 이번에 침묵하는 것은 역사적 회담과 합의했던 지난해 그 순간에 비해 그 합의사항 이행도 지지부진할 뿐 아니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이어진 경색 국면이 남북관계까지 발목을 잡은 현실 탓으로 보인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오늘 대통령이 9·19 메시지가 없는 것으로 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는 질의에 “오늘 9·19 기념식에는 통일부 장관이 주체가 돼 행사가 진행된다”며 “결국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관한 것일 텐데, 유엔 총회에서 대통령께서 연설로 한반도 평화에 말씀이 있으실 것”이라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일정을 두고 “오후에 (일정관련) 브리핑할 예정이지만. 그러한 전체적인 상황을 같이 봐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전벽해가 이뤄져 후퇴하지는 않겠다는 예상이 많았다. 9·19 남북정상 선언의 합의사항은 △비핵화분야는 동창리의 엔진 시험장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 및 미국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의 핵 시설 역시 영구 폐기 약속 △군사 분야는 판문점 선언 이행 합의서에 대한 부속 합의서 채택, 군사 공동 위원회 가동 등 △서해 및 동해선 철도와 도로 착공식, 서해 경제 특구와 동해 관광 특구 개설, 개성 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정상화 △이산가족 분야는 이산가족 상시 면회소 설치하며, 향후 화상 상봉을 추진 등이었다. 이 가운데 남북은 JSA 남북 공동 유해발굴지역 지뢰제거, 초소 병력 철수, 남북 철도 도로 연결 착공 일부 사항을 제외하고는 거의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경제분야는 유엔의 대북제재에 막힌 탓이 크다.

무엇보다 남북관계 경색의 근본 원인은 하노이회담 합의실패에 따른 북미관계 경색이다. 지난 2월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핵폐기와 상응조치(대북제재완화) 합의 약속, 로드맵 마련 등 최소한의 합의를 예상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역 추가 핵시설 폐기를 요구하는 등 미국의 기대치와 북한의 수용한도에 큰 차이를 나타내면서 회담이 결렬됐다.

이후 북한은 회담 실패의 원인과 비난을 우리에게 쏟아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우리 정부를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우리 정부를 비판한 것은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이나 반박도 하지 않았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총체적으로 총평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말로 하는 비판을 넘어 공격적으로 우리 정부에 불만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2주기에 맞춰 두차례(5월4일과 9일)의 첫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19일 평양 5.1 경기장에서 손을 잡고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19일 평양 5.1 경기장에서 손을 잡고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다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30일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판문점에서 남북미 회동 및 북미정상회담까지 하는 극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북미 정상은 비핵화 대북제재완화 등 북미간 실무협상을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경색국면 해빙은 이 때 뿐이었다. 북한은 한미연합 훈련을 전후로 지난 7월25일부터 거의 매주 미사일 또는 발사체를 쐈다. 그날 두차례 단거리 미사일 발사, 7월31일 아침 두차례 발사, 8월2일 발사체 발사, 8월16일 발사체 발사, 8월24일 발사체 발사, 9월10일 발사체 발사 등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쏘아댔다. 다만 북한은 중장거리가 아닌 단거리 발사체에 한정했고, 한미연합훈련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 뿐 아니라 조선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지난달 16일 문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 연설 하룻만에 “‘허무한 경축사’, ‘정신구호의 나열’이라는 평가를 받을만도 하다”며 “남조선당국자의 말대로라면 저들이 대화분위기를 유지하고 북남협력을 통한 평화경제를 건설하며 조선반도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비난했다.

남북정상선언의 합의사항 이행도 지지부진하고 북미협상의 본격 재개가 여전히 살얼음판인 상황이 해소가되지 않으면서 남북관계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9·19 평양선언 1주년의 침묵은 이런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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