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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왜 원전 안전을 해치나
누가 왜 원전 안전을 해치나
[서평] 책 ‘핵발전소 노동자’ / 테라오 사호 지음·박찬호 옮김 / 건강미디어협동조합

누가 원전에서 일하나

탈원전을 둘러싼 갈등이 심한 우리 사회처럼 일본도 원전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탈원전, 친원전 갈등 속에 정작 원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여론의 관심 밖이었다. 탈원전에 관심이 많은 일본 음악가 테라오 사호는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동일본 지진 이후 일본 내 여러 원전에서 일했던 6명의 노동자를 만난 이야기를 ‘핵발전소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출간했다.

원전 강국인 일본에서도 원전 노동자를 직접 다룬 책은 80년대 이후 30여년 동안 드물었다. 지은이 테라오 사호는 2011년 동일본 지진을 겪은 뒤 1981년에 출간된 사진작가 히구치 겐지의 ‘어둠 속에 사라지는 핵발전소 피폭자’라는 르포집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히구치가 만난 원전 노동자들은 대도시 쪽방촌에 사는 가난한 독신 일용노동자들이 많았다.

2011년 9월 지은이를 만난 유바 다카키요는 히로시마 야간고교를 나와 신문판매와 전기통신 일을 했다. 전기 일을 주로 했던 유바는 부인이 암에 걸리자 생활비를 벌려고 50대 후반의 나이인 2007년 도쿄전력이 니이가타 현에서 운영하는 가시와자키카리 원전에 들어갔다. 진도 6.8의 지진으로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 3호기 변압기에서 불이 난 직후였다.

지진 뒤 오염수 손으로 펴내

여기서 유바는 전기 케이블을 교체했다. 지진 뒤 5,6호기 원자로에 들어온 물을 손으로 직접 빼내야 했다. 유바는 다음해 고혈압에 걸려 뒷머리가 빠지고 2010년 6월부터 왼쪽 귀의 청력을 잃었고 오른쪽 귀도 난청에 빠졌다. 골수염 의심 진단도 받았다. 유바가 소속된 파견회사는 원래 건설 인력 공급업체였다. 유바는 발목뼈에 금이 가 1주일 쉬어야 했다. 그러나 사고를 보고하면 ‘집에 가라’는 말만 들었다. 그래서 원전에선 산재 신청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사고가 안 일어나는 건 아니다.

정기점검 일수는 1990년엔 180일 가량 됐지만 2002년엔 100일로 줄었다. 경제효율만 우선하는 점검기간 단축은 원전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남길 뿐 아니라 노동의 질에도 큰 영향을 준다.

유바는 작업 중에도 송풍기로 나오는 먼지를 마셔야 했다. 작업 효율을 올리느라 마스크를 늘 입이 아니라 목에 걸쳐두고 일했다.

후쿠시마 원전에만 22년 근무

다카하시 나오시는 1989년 후쿠시마 원전에서 근무를 시작해 2011년 3월11일 22년간 거기서 일했다. 그는 안전요원이었다. 그는 작업 효율을 높이려고 경보기를 떼어 버리고 일했다. 정기점검은 계속 줄어들어 2005년엔 90일이 됐다.

다카하시는 원래 요리사였다. 그는 1944년 후쿠시마에서 태어나 19살 때 도쿄로 나와 요리를 배워 19년 동안 전국을 돌며 주방 일을 했다. 교통사고로 식당을 그만두고 고령의 어머니를 모시러 돌아왔다. 거기서 아이 딸린 여성과 결혼하고 요리를 다시 시작했지만 가족 부양이 어려워 원전에 들어갔다. 3월11일 대지진 때 그는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 작업을 감시중이었다. 그는 12km를 걸어서 집에 간 뒤 피난을 떠났다.

그는 효율이란 이름으로 추진된 정기점검 기간 단축과 노동자를 폐품 취급하는 전력회사를 고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고용도 고려해야 한다”며 자신을 소극적 원전 찬성파라고 했다. 하지만 “원전 추가 신설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젊어서부터 여러 원전을 떠돌며 일했던 1947년생 가와카미 다케시는 대장과 위에 암이 생겨 2009년 수술을 시작으로 계속 암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2009년 산재 신청했지만 일본 노동부는 불승인했다. 역시 저선량 피폭을 문제삼았다.

사고 은폐와 데이터 수정이 일상

1964년생 기무라 도시오는 도쿄전력 부설 고교를 나와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에서 5년 반 일했다. 25살인 1989년에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원자로 업무를 맡았다.

고장 잦았던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를 은폐하려고 데이터를 자주 수정했다. 기무라도 일상처럼 데이터를 수정했다. 그는 2000년 원전에 대한 불신으로 사직하고 지금은 산 위에 태양열 판넬을 세워 살고 있다.

미즈노 도요카즈는 2010년부터 후쿠시마 원전에서 일하면서 짧은 기간에 많은 피폭량을 받아도 일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들은 피폭 기준을 초과하면서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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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9-09-21 16:13:55
베트남과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서 일했고, 지금도 일하고 있다(앞으로도 외노자를 많이 뽑는다고 한다). 그런데 노동자 자신은 후쿠시마 주변에서 일하는지 모른다. 나중에 고국에 돌아가 병이 걸려도 산재로 보상받을 길이 거의 없다. 이것이 현재 일본의 민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