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 중인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없는기자회 사무총장이 “정보민주주의를 위한 정부 간 협의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18일 오후 2시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정보와 민주주의에 관한 국제선언’에 참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들루아르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제선언에 지지의사를 밝힌뒤 선언 이행을 위한 정부 간 협의체인 ‘정보와 민주주의를 위한 파트너십’에도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이 선언을 지지해 준 아시아 최초의 국가다. 

현재 선언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국가는 캐나다를 비롯한 12곳 국가다.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언론자유를 위한 인권 보편의 선언, 헌법상 언론의 자유, 언론법 등이 있지만 디지털화된 정보통신시대에서 과거 시스템은 잘 작동되지 않는다. 정보‧뉴스 소비자들이 정보를 관리할 권리를 플랫폼에 넘겨줬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국가별로 가짜뉴스 규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결코 쉽지 않고 비생산적인 경우도 있다. 지금으로선 가짜뉴스가 나오는 근본적인 원인을 다뤄야 한다”며 국제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없는기자회 사무총장이 18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모습. ⓒ청와대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없는기자회 사무총장이 18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모습. ⓒ청와대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민주주의는 유례없는 위험에 직면했다. 광고성 정보·프로파간다·스폰서를 받는 허위정보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정보 혼돈의 시대다”라고 진단한 뒤 “세계화된 정보통신공간이 국가별 언론자유 수호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있다. 앞으로는 AI가 특정 메시지로 특정 여론을 형성할 우려도 있다”며 “디지털에서의 저널리즘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이를 위해 지난해 25명의 저명한 인사들로 구성된 ‘정보와 민주주의 위원회’를 구성했으며 해당 위원회에서 ‘정보와 민주주의 국제 선언’을 도출했다.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먼저 규칙을 수립하지 않으면 거대자본과 독재국가에서 먼저 규칙을 수립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한국이 국제적 저널리즘 구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국경없는기자회가 구상하는 협의체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를 모델로 한다. 그는 “최종적으로 IPCC처럼 정보 민주주의를 위한 정부 간 협의체를 구상해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저널리즘 이행규칙을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밝힌 뒤 “우리를 지지하는 국가 간 협력으로 글로벌화 된 저널리즘 공간에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고 이 같은 행동으로 언론자유를 탄압하는 독재자들에게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이번 선언을 가리켜 “공공적인 공간이 세계화 및 디지털화되고, 안정성이 흔들리는 시점에서 자유와 독립, 다원주의 및 정보에 대한 신뢰를 민주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만간 열릴 유엔 총회에서 약 20개 국가가 정보와 민주주의를 위한 파트너십에 공식 서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경없는기자회 로고.
▲국경없는기자회 로고.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국경없는기자회가 준비중인 ‘저널리즘 트러스트 이니셔티브’(JTI)도 눈길을 끌었다. JTI는 좋은 언론에게 일종의 ‘인증서’를 주는 것이다. 나쁜 언론의 경우 징벌적 조치까지 고려하는 프로젝트다. 2017년 4월 국경없는기자회·AFP통신·유럽방송연맹·글로벌에디터네트워크 등이 모여 JTI를 출범시켰다.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거짓 정보가 진짜 뉴스보다 빠르게 유통되는 오늘날 저널리즘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생산하는 주체에게, 그 주체가 어떤 지위에 있든 진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JTI 프로젝트에 대해 “AFP·BBC·가디언 등 전 세계 언론이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언론에 대한 표준화 절차를 만들고 있다. 언론사 스스로 편집독립성을 확보하고 언론윤리를 지키고 있다고 증명할 수 있다면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뒤 “어떤 언론이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인지는 플랫폼도, 정부도 결정할 수 없다. 우리와 같은 독립적인 제3자를 통해 정해져야 한다”며 “현재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경없는 기자회는 세계 언론자유의 날이던 지난 5월3일 성명을 내고 “오직 전 세계 9%의 인류만이 언론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밝혔으며 “세계인구 74%는 언론자유가 없거나 매우 위험한 나라에 살며 정보 접근의 자유가 심각하게 억압되어 있다”고 우려했다.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이날 “오늘날 플랫폼은 국회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정보의 공개와 확산 여부를 플랫폼이 결정한다. 문제는 이것이 모두 합법이라는 사실”이라고 우려한 뒤 “국제 선언을 시작으로 플랫폼을 비롯한 각 저널리즘 주체들이 지켜야 할 원칙과 개념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