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에 이어 연천군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사람과 가축 그리고 차량 이동을 통제하고 긴급 방역 조치를 취해 감염 확산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돼지열병 피해 확산을 우려하며 언론도 현지 보도 중이다.

하지만 취재가 과열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돼지 살처분 현장을 찍기 위해 일부 매체가 카메라가 달린 드론을 날려 현장을 촬영하고 합동참모본부는 드론 비행에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안내 및 협조 요청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18일자 중앙일간지 지면을 보면 서울신문과 국민일보는 돼지열병 발생 농장에서 진행된 돼지 살처분 현장을 바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도의 사진을 실었다.

서울신문은 관련 사진에 대해 “17일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국내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경기 파주시 농장에서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경기도 파주의 양돈농장 돼지 25마리가 17일 방역 관계자들이 친 간이 울타리에서 살처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매체가 살처분 현장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드론을 띄웠기 때문이다. 이밖에 통신사와 24시간 방송 채널도 드론으로 방역 및 살처분 현장을 촬영해 보도했다.

▲ 18일자 국민일보 1면 사진.
▲ 18일자 국민일보 1면 사진.
▲ 18일자 서울신문 1면 사진.
▲ 18일자 서울신문 1면 사진.

한 매체의 기자는 “현지 취재 기자들 얘기를 들어보니 방역당국 쪽에서 감염 지역에 대한 접근을 막고 드론을 이용한 촬영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기자는 “드론을 이용해 살처분 현장을 보여줄 정도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돼지열병의 위험성과 피해 정도, 현장에선 방역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정도로도 충분히 국민 알권리를 충족할 수 있는데 감염지역으로 굳이 드론을 날려 살처분 현장을 담는 것은 정도에 벗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드론을 이용해 취재를 하려면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안내 및 협조 요청을 국방부 출입기자를 통해 공지했다.

관계자는 “원래 절차대로 하면 파주 지역에서 드론 비행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복잡한 것은 아닌데 안내 차원에서 공지한 것”이라며 “언론이 잘 모르고 한 것일 수 있다. 한강이북 대부분 지역이 군사지역인데 취재 목적을 밝히고 절차를 밟으면 승인이 될 수 있다. 우리 군이 여러 비행체를 경계하고 감시하는 상황에서 오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기자들의 고충도 들린다. 현장 취재 기자는 “현장에 언덕이나 건물이라도 있었으면 돼지열병 발생 농가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데 높은 곳을 찾아다녔지만 없었고 전봇대 같은 구조물을 타고 올라갈 수 있었는데 위험하다고 판단해 드론을 쓰게 된 것이다. 현장에서 제재를 받은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근처에 신도시 아파트도 있고 해서 군사 접경 지역은 아닌 것으로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군사 지역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드론을 띄웠다”면서 “독자들에게 생생히 현장을 전달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생각했고, 드론을 띄우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해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기자들은 산불 등과 같은 재난 사고 발생 시 드론을 휴대하고 근접 촬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드론을 띄운다. 다만 보안 지역의 경우 아예 무선 신호가 잡히지 않아 시동이 되지 않는데 돼지열병 발생 지역에선 드론 시동이 걸리면서 보안 지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돼지열병이 발생한 농장과 20킬로미터 거리 농장주 농장 두 곳의 돼지를 도살 처분하기로 했다. 전국 돼지농장과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차량은 19일 오전 6시 30분까지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돼지열병에 걸린 돼지는 고열과 구토 증상을 보이다 열흘 안에 죽음에 이른다. 사람 감염 위험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바이러스 전파가 빠르고 강력해 방역 작업 시 안전수칙을 지키고 이동 통제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돼지열병 발생 농가와 인접 구릉지 1㎢에 대해서는 출입을 금지하도록 해당 지자체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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