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정치권력 뿐 아니라 광고와 자본, 속보경쟁, 극단적 증오와 혐오, 가짜뉴스 등이 언론자유와 공정언론을 해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국경없는 기자회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2년 전에 비해 한국의 언론환경에 많은 개선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오전 청와대 본관 2층 접견실에서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없는기자회(RSF) 사무총장을 만나 이같이 말하고, 국경없는기자회가 추진하는 ‘정보와 민주주의에 관한 국제선언’에 지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선언의 이행을 위한 정부 간 협의체인 ‘정보와 민주주의를 위한 파트너십’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나는 언론 자유야말로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또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그렇게 생각한다”며 “뿐만 아니라 언론이 자유로우면서도 공정한 언론으로서 역할을 다할 때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국경없는기자회의 노력 덕분에 정치권력으로부터 언론의 자유를 지켜내는 그런 문제는 많은 발전이 있었다면서도 정치권력 외의 언론자유 침해요소들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를 이렇게 침해하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라 언론 자본, 또는 광고 자본의 문제, 또 속보 경쟁, 서로 아주 극단적인 입장의 대립, 생각이 다른 사람들 간의 아주 증오와 혐오, 너무나 빠르게 확산되는 가짜뉴스나 허위정보, 이런 것들이 공정한 언론을 해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국경없는기자회가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면서 또 한편으로 언론이 공정한 언론으로서 사명과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 데 계속해서 큰 역할을 해 주기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이에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없는기자회 사무총장 “노력을 계속하겠다”면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셨던 분이 대통령으로 당선이 됐다는 사실, 이렇게 중요한 한국이라는 국가에서 이런 좋은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있어서도 아주 긍정적인 사건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2년 전에 자신의 방한 때를 떠올려 “당시에 문재인 행정부에서 ‘2022년까지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30위까지 끌어올리겠다’라고 굳은 의지를 천명했다”며 “그로부터 한국이 그 이전의 10년 동안 언론 자유에 있어서 힘든 시기를 가졌었는데 그 이후에 약속한 것처럼 한국의 언론 환경이 많은 개선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과 함께 전세계 정보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저희의 이니셔티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국경없는기자회 대표단 만남은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이뤄진 것으로 이들은 약 30분간 면담했다.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지난 2017년 6월에 이어 지난 6월 공식 서한을 보내, 전 세계 뉴스와 정보의 자유, 독립, 다양성, 신뢰성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정보와 민주주의에 관한 국제선언’에 대한 지지와 문 대통령의 접견을 요청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수락해 성사됐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지난해 9월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맞아 전문가 25명으로 구성된 ‘정보와 민주주의 위원회’를 결성해 그해 11월 ‘정보와 민주주의에 관한 국제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은 언론의 자유, 독립, 다양성, 신뢰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국제논의를 제안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방한한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없는 기자회 사무총장을 청와대에서 만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방한한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없는 기자회 사무총장을 청와대에서 만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한편, 국경없는기자회는 1985년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비정부 기구로, 매년 180개국의 언론 자유도를 평가해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면담에 배석한 세드릭 알비아니 기자회 동아시아지부장은 “(국경없는 기자회) 동아시아지부가 2017년 문을 연 이후 한국이 어두운 10년을 지나 눈부시게 변화하는 것을 목도했다”며 “아시아에서 언론자유지수가 가장 높은 한국이 아시아를 넘어선 모델국가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지난 2014년 57위에서 2015년 60위, 2016년 70위까지 내려갔다가 2017년에 63위로, 다시 지난해 43위로 껑충 뛰었고, 올해는 41위까지 올라온 상태이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지난 2007년 수준(39위)을 회복했다.

특히 한국은 현재 국경없는 기자회의 언론자유 지수로 볼 때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다. 한국(41위)에 이어 대만(42위), 일본(67위), 몽골(70위), 홍콩(73위)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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