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9일 서울대 제2공학관 창문 없는 쪽방 같은 휴게실에서 휴식 중 잠들었던 67살 청소노동자가 숨졌다. 8000여평의 건물을 청소하는 남성 노동자 3명에게 주어진 휴게공간은 가로 1.6m 세로 2.1m에 불과했다. 에어컨도 없고 창문도 없고 3명이 눕기도 비좁은 공간이어서 청소노동자들은 여름이면 에어컨이 설치된 학생휴게실에서 땀을 식힐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학생들이 오면 눈치가 보여 자리를 떠나야 했다. 청소노동자 사망에 여러 신문이 문제점을 지적해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15일 12면에 ‘60대 청소노동자 스러진 휴게실, 폭염에 창문 하나 없었다’는 제목으로 휴게실의 열악한 환경을 고발했다. 한겨레는 지난달 16일 12면에 ‘서울대, 죽음 부른 쪽방 휴게실 파악도 못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학교가 이렇게 열악한 휴게실이 몇곳인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지난달 19일에도 9면에 ‘최소 6㎡·지상에… 권고뿐인 고용부 휴게시설 가이드’란 제목의 기사에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를 발표했지만 권고에 불과해 무용지물이라고 비판했다.

▲ 18일자 한겨레 9면(위)과 경향신문 12면.
▲ 18일자 한겨레 9면(위)과 경향신문 12면.

청소노동자 사망 소식에 서울대 학생들도 추모 대자보를 붙이고 근무환경 개선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경향신문은 이 사실을 지난달 21일자 10면에 “열악한 노동환경 몰라봐서 부끄럽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급기야 고용노동부 서울관악고용노동지청이 지난달 27일 서울대 청소노동자 휴게실 15곳에 개선 권고 조치를 내렸다. 경향신문은 지난 4일 11면에 ‘노동부, 서울대 청소노동자 휴게실 15곳 개선 권고’란 제목으로 이 소식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이 기사에서 노동자들이 개선을 요구해온 열악한 휴게실 15곳 가운데 6곳은 폐쇄하거나 이전하고 9곳은 냉난방 설치 등 개선하라고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 경향신문 8월21일자 10면.
▲ 경향신문 8월21일자 10면.

그러나 사망 한 달이 넘도록 제대로 된 개선이 이뤄지지 않자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해온 서울대 학생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과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 청소노동자들이 17일 오전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휴게실 전면 개선과 학교 당국의 책임 인정 및 사과를 요구한 뒤 플래카드를 들고 교내 행진을 벌였다. 이 소식을 지면에 담은 아침신문은 한겨레와 경향, 서울신문 3곳 밖에 없었다.

한겨레(9면)와 경향신문(12면)은 18일자 사회면에 청소노동자들이 서울대 교내 행진하는 사진기사를 실었고, 서울신문은 18일자 12면에 ‘서울대, 노동자 잡는 성냥갑 휴게실 바꿔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주요 일간지 아침신문 9개 가운데 3곳만 서울대 교내 시위를 다뤘다.

표창장 의혹을 영화 ‘기생충’에 빗대 보도한 신문도 3곳

검찰은 조국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딸의 대학원 진학에 도움을 주려고 총장 명의 표창장을 임의 위조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법무부가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정 교수 공소장을 근거로 한 것이다.

한국일보는 이 소식을 18일자 5면에 ‘정경심 공소장에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 적시’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렇게 공개된 공소장에 따르면 정 교수는 공모자와 함께 총장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고 그 시기는 딸이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을 준비하던 2013년으로 추정했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정경심 표창장 위조’라는 검찰의 확신에 극적 효과를 더해 정 교수의 행동을 영화 ‘기생충’으로 묘사한 제목을 일제히 달았다.

▲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18일자 동아일보 3면, 한국일보 5면, 중앙일보 3면, 조선일보 3면.
▲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18일자 동아일보 3면, 한국일보 5면, 중앙일보 3면, 조선일보 3면.

이 내용을 동아일보는 18일자 3면에 “영화 ‘기생충’처럼 표창장 위조했다”는 제목을, 중앙일보는 18일자 3면에 ‘영화 기생충처럼… 정경심, 딸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정황’이란 제목을, 조선일보는 18일자 3면에 ‘영화 기생충처럼… 아들 상장 스캔, 딸 표창장 위조한 정황’이란 제목을 각각 달아 보도했다.

조중동은 정 교수가 아들이 실제로 받은 동양대 상장을 스캔해 딸의 표창장을 임의로 작성해 넣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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