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목함지뢰 폭발사건으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에 ‘전상’이 아닌 ‘공상’ 판정을 내린 보훈처에 법조문의 탄력 해석 여지가 있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당사자 뿐만 아니라 야당 등에서 거센 반발이 나오자 청와대는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을 전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오후 청와대 출입기자 단체 SNS메신저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목함지뢰 폭발사고 부상자의 상이 판정과 관련해 ‘관련 법조문을 탄력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공상 결정을 재검토하라는 뜻이다.

이 사실은 조선일보가 하재헌 중사를 인터뷰하면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17일 1면 기사 ‘北은 두 다리를 뺏고 정부는 명예를 뺏고… 하재헌 중사의 눈물’에서 “국가보훈처가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중사에 대해 최근 전상(戰傷)이 아닌 공상(公傷) 판정을 내린 것으로 16일 알려졌다”고 썼다. 이 신문은 “당시 육군이 내부 규정을 근거로 하 중사에게 전상 판정을 내렸는데, 보훈처가 이와 같은 군의 결정을 뒤집”었다며 하 중사가 통화에서 “저에게 전상 군경이란 명예이고, 다리를 잃고 남은 것은 명예뿐인데, (국가는)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저를 두 번 죽이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보훈처는 17일 오후 ‘바로잡습니다’란에 올린 글에서 조선일보 보도를 두고 하 중사를 공상군경 의결한 것은 독립심사기구인 보훈심사위원회의 내·외부 법률전문가 등이 위원(11명)으로 참여해 국가유공자법에 규정된 심사기준과 절차에 따라 심도있는 논의 과정을 거쳐 과거 유사한 지뢰폭발 사고 관련 사례 역시 종합 검토한 뒤 의결했다고 해명했다.

보훈처는 천안함 사건 부상자에겐 국가유공자법 시행령 가운데 ‘전투 또는 이와 관련된 행위 중 상이’(전상 군경)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반면 목함지뢰 폭발 사건에선 같은 시행령의 ‘경계·수색·매복·정찰·첩보활동 등 직무수행 중 상이(공상 군경)로 판단했다고 했다. 한마디로 전투 중 부상이 아니라 일반 군사활동 중에 벌어진 부상으로 판단했다는 뜻이다. 전상군경은 국가유공자 대우를 받고, 공상군경도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대우를 받지만 국가유공자는 아니다. 가족 혜택 여부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훈처는 하재헌 중사가 이의신청을 함에 따라 재심의 뿐만 아니라 법령 개정까지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보훈처는 “현재 공상군경 의결에 이의신청이 접수된 만큼, 보훈심사위원회가 재심의할 예정이며, 관련 법령(국가유공자법 시행령) 개정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김명연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러고서도 정부가 국민들에게 국가에 애국심 운운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러고서도 우리 젊은 군인들에게 나라를 지켜달라고 뻔뻔하게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다리 잃은 군인에게 괄시와 멸시를 한 보훈처, 그렇게 김정은 눈치가 보이면 보훈처장, 차라리 북한으로 가라”고 비난했다.

▲하재헌 중사가 지난 1월 육군과 동영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육군 유튜브동영상 갈무리
▲하재헌 중사가 지난 1월 육군과 동영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육군 유튜브동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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