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들인 ‘단독’기사가 베껴쓰기 기사보다 구글에서 주목받을 수 있을까.

구글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원본·최초 기사를 우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외 언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구글은 일반 검색, 구글 뉴스 서비스 등에 원본·최초기사를 사람들의 눈에 잘 띄고 오래 보이도록 배열하겠다고 밝혔다.

리처드 깅그라스 구글 부사장은 “원본·최초 기사가 항상 주목을 받지는 않았다. 다른 언론사에서 쓴 후속 기사가 더 큰 관심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검색 결과를 통해 최신 기사를 포괄적으로 보여주지만 중요한 원본·최초 기사를 강조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리처드 깅그라스(Richard Gingras) 구글 뉴스 총괄 부사장이 서울 구글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2019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Google News Initiative) 서울 포럼’ 키노트 스피커로 나와 GNI의 비전과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지난 1월 리처드 깅그라스(Richard Gingras) 구글 뉴스 총괄 부사장이 서울 구글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2019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Google News Initiative) 서울 포럼’ 키노트 스피커로 나와 GNI의 비전과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구글은 전세계 1만명 이상의 평가자를 통해 구글 검색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있다. 이번 변화는 평가자들의 측정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면서 가시화 됐다.

업데이트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이 기사가 나오지 않았을 때는 알 수 없었던 정보를 제공하는 원본을 매우 높은 품질이라고 판단한다. 둘째, 저널리즘 관련 상을 수상했거나 퓰리처상과 같은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언론사의 평판을 측정해 반영한다.

이번 변화의 방향성은 의미가 있지만 알고리즘이 뉴스배열을 전면적으로 하는 구글 서비스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실제 네이버와 포털 다음 역시 원본 기사를 우대하는 방식의 배열을 하고 있지만 완벽하지 않다. 네이버의 경우 최초 등록된 기사가 우선 배열되는 점을 언론이 역이용해 기존에 송고된 다른 기사에 최신 기사 내용을 덮어 써서 경쟁 매체보다 먼저 출고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엎어치기’ 기사가 생겨나기도 했다.

구글이 언론사 평판의 기준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퓰리처상 등 저명한 상 수상’을 국내 언론에는 어떻게 적용할지 구글코리아 홍보대행사측에 문의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평판 측정 자체가 언론사 줄 세우기가 될 수 있는 데다 기준이 불분명하면 논란이 될 수도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인공지능으로 뉴스의 질을 평가하는 ‘뉴스트러스트 알고리즘’ 개발을 담당했던 오세욱 선임연구위원은 “계량화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평가하기 힘들다”는 점을 전제한 뒤 “이상적으로 맞는 방향이지만 사람이 아닌 기계가 최초 보도를 계량화하는 답을 찾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뉴스트러스트 프로젝트 때도 결국 적용하지 못한 내용”이라고 했다. 기사는 시간 단위로 묶음 배열되는데 특정 보도가 쏟아진 다음 날 이를 받아 쓴 모방 기사가 오히려 단독기사처럼 취급될 수도 있고, 보도자료 기사 같은 경우 최초 보도를 확인하기도 어렵다.

오세욱 연구위원은 “평판이라는 게 친숙함과 구분이 가능한 것인지도 판단하기 어려웠다. 평판이 가중치로 작용해 평가가 누적되면 언론사에 대한 평가가 기사 평가에 영향을 미쳐, 수준이 낮은 기사가 좋은 평가를 받는 식으로 꼬일 수도 있다. 똑같이 보도자료를 써도 평판 높은 언론사가 우선 배열될 수 있고, 닷페이스 같은 매체는 좋은 기사를 써도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언론사들은 알고리즘 불투명성을 지적했다. 미국 매체 ‘더버지’는 “의회에서 구글의 검색 결과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개편하든 취지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 구글은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기에 트럼프는 구글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유력 언론사들이 소속된 뉴스미디어연합의 데이비드 체번 대표는 ‘더힐’과 인터뷰에서 “(이번 개편이) 우리가 여러 차례 요구해왔던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알고리즘이 불투명하기에 실제로 적용되기 전에는 얼마나 의미 있는 변화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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