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이 지난 9일 취임 이후 8일 만에 국회를 예방했다. 17일 장관 신분으로 처음 국회를 방문한 조 장관은 각 정당 입장에 따라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일정 장소를 이동하는 동안 쏟아진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으며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민주당의 경우 조 장관을 향해 축하와 격려를 보냈다. 이해찬 대표는 “법무부장관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역대 그 누구보다도 혹독한 청문회를 치렀기 때문에 심려가 많았고 아직도 여러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법무‧검찰개혁을 이제 시작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잘 임해주시길 바란다”는 첫마디로 조 장관을 맞았다.

이 대표는 지난 2005년 사법개혁 추진위원회 공동추진위원장 시절을 회상하며 “제도를 바꾸려 하면 그동안 나름대로 권력을 행사했던 쪽의 저항도 있을 것인데 충분히 잘 설득하고 소통해서 극복해 나가야 된다.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사법·검찰개혁을 바라긴 하지만 한 번도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그쪽 분야에 조예가 깊으시니 잘 하실 것이라 믿는다”며 “공직에서 중요한 것은 경중을 잘 가리고, 선후를 가리고, 완급을 잘 가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발언하는 동안 조 장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본인이 가져 온 수첩에 이 대표 이야기를 메모했다.

▲ 조국 신임 법무부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위치한 민주당 대표회의실에서 이해찬 대표를 예방했다. 사진=김용욱 기자
▲ 조국 신임 법무부장관(오른쪽)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위치한 민주당 대표회의실에서 이해찬 대표를 예방했다. 사진=김용욱 기자
▲  조국 신임 법무부장관(왼쪽)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위치한 민주당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와 이야기 나누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조국 신임 법무부장관(왼쪽)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위치한 민주당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와 이야기 나누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뒤이어 조 장관을 만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조국 장관께서 검찰·사법개혁 관련 훌륭한 역할을 하리라 믿고 대통령께서 조 장관을 지명한 이유가 바로 거기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 아주 오래전 조국 교수시절부터 민정수석, 법무부장관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먼 곳에 있었지만 점점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는데 시대 과제인 검찰·사법개혁을 잘 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조국이라고 신용 보증한다”고 조 장관을 치켜세웠다. 이 원내대표는 연신 “개인적으로도 각별히 응원과 성원, 기대를 보낸다”며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난관을 극복하고 반듯하게 걸어가 검찰·사법개혁이라는 소임을 완수하길 응원한다”고 밝혔다.

오후들어 야당과 만남에선 조 장관을 향한 우려와 당부가 공존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장관 취임을 축하드려야 하는데 오늘은 축하만 드리기 어려운 사정이란 것을 잘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한다. 특히 청년들의 좌절과 상처를 접하면서 저뿐만 아니라 장관께서도 많이 아프셨을 것”이라고 지적한 뒤 “그럼에도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하기로 한 것은 대통령께서 사법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말씀하셨고 촛불로 시작된 개혁이 또 다시 수구보수의 장벽에 막혀서 좌초돼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었다”고 했다.

사법개혁과 관련해선 “국민의 신뢰가 확고하게 뒷받침되지 않는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특히 검찰 및 사법 개혁은 김대중 대통령 때도, 노무현 대통령 때도 기득권의 저항에 의해 실패한 바 있다. 장관께서는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필사즉생의 노력을 해주시기 바란다”며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런 점에서 조국 장관이 개혁의 동력이 될 때는 적극적으로 응원하겠지만 개혁에 방해가 될 때는 가차없이 비판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개혁을 위해 과감한 자기 결단을 요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심 대표는 조 장관에게 “민생 인권 과제가 성실하게 실현되도록 관심을 가져주면 고맙겠다”며 △국회에서 12월 안에 검찰·사법개혁과 선거제 개혁 이뤄지도록 주무 장관으로서 노력 △로스쿨 제도 개혁 △상가임대차보호법 실현 △포괄적 차별금지법 도입 △낙태 헌법불합치 결정 후속조치 △최소 비동의간음죄 신설을 비롯한 성폭력 방지법 처리 등을 주문했다. 조 장관은 “로스쿨 문제나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이미 내부 검토를 시작하였고 나머지도 꼼꼼히 검토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당에 취임인사차 방문한 조국 장관(왼쪽)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정의당 로고가 그려진 컵으로 음료를 마시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당에 취임인사차 방문한 조국 장관(왼쪽)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정의당 로고가 그려진 컵으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유성엽 대안정치연대 대표의 경우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을 언급하며 그를 압박했다. 유 대표는 “안타깝지만 어제 따님이 소환돼 조사받았고, 오늘 아침에는 5촌 조카분 구속영장이 집행됐고, 사모님께서도 소환조사 받을 상황인데 언젠가 조 장관도 소환조사 받을 상황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조 장관을 믿고 임명해준 문 대통령, 지지해준 국민 여러분께 큰 부담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한 데 이어 “법무부 차관 대검차장한테 수사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제외해달라고 했다는 말이 나오고, 물론 피의자 인권 보호 측면에서 필요하지만 피의사실공표를 금지하자고 이 상황에서 공보준칙개정 문제가 나오는 것도 어색하다”며 날을 세웠다.

유 대표는 조 장관에게 수차례 거취 문제를 물었다. “과연 조 장관이 검찰·사법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오히려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인지. 조 장관이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국회에서의 법 처리 과정에서도 좋은게 아닌 거 같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집권여당인 민주당, 조 장관 가족과 친척·지인들을 위해서라도 내려놓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게 국민 의견”이라고 말했다. “인사청문회 전부터 자진사퇴만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기를 놓쳤고 임명절차까지 갔지만 종합적으로 어떻게 하는게 검찰개혁부터 개인 문제까지 옳은 일인지 숙고하는 것이 대통령과 나라,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닌가”라고 재차 물었다.

조 장관은 이 같은 사퇴 요구를 “말씀을 깊이 새기겠다”는 답으로 일축했다. 가족 수사를 두고는 “일체 언급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조심스럽지만 답을 드리지 못한다. 진위 여부는 나중에 수사 통해 밝혀지는 거지 제가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할 수 없는 것”이라 밝혔다. 공보준칙 개정에 대해선 “박상기 전임 장관 지시로 이미 내용이 만들어져 있던 것”이라며 “최종본이 아니다. 법무부 차원에서 안을 만들고 의견 수렴 과정이기 때문에 걱정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날 조 장관 일정마다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취재 기자와 영상 기자, 사진 기자 등이 조 장관 동선을 따라 이동하는 과정에서 카메라 삼각대나 사다리에 걸리는 경우가 허다했고 좁은 복도를 지나는 동안 서로 몸이 부딪히거나 발이 꼬여 다소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비공개 면담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 “장관 참석 문제로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이 미뤄졌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국회 일정 관련 질문부터 “여전히 따님 입시 문제 없다고 보나”, “(한국투자증권이 부인 정경심 교수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러 왔을 때) 장관도 있었다고 하더라” 등 조국 일가 의혹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조 장관은 답하지 않은 채 서둘러 취재진을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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