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평등권이 아닙니까. 내가 뭘 더 고려해야 합니까.”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지정생존자 60일’에서 박무진 대통령 권한대행(지진희 분)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차기 대권에 불리하단 이유로 포기했다.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한다는 선언을 담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금태섭·이재정·이철희·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은 17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국가인권위원장 교체 1년 혁신의 현재와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해 9월 임명된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이전 정부 때 인권 감시기구 기능을 상실한 인권위의 정상화를 추진했다. 그는 취임사 등을 통해 △인권위 독립성 확보 △차별금지법 제정 추친 및 혐오와 차별 해소 △양극화 문제와 사회안전망 위기에 적극 대처 △정부·지자체와 인권옹호 파트너십 강화 △인권·시민단체와의 혁신적 관계 개선을 공약했다.

▲  금태섭·이재정·이철희·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은 17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국가인권위원장 교체 1년 혁신의 현재와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금준경 기자.
▲ 금태섭·이재정·이철희·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은 17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국가인권위원장 교체 1년 혁신의 현재와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금준경 기자.

혐오와 차별 문제의 경우 인권위는 1월 혐오차별대응기획단을 구성해 실태조사, 연구등의 업무를 하는 등 활동은 하고 있으나 정작 차별금지법 제정에는 소극적이다.

명숙 공동행동 집행위원은 “차별금지법은 현 정부가 출범 이전부터 꺼려했던 대표적인 인권법안이다. 민주정부이고 촛불정부라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추진하지 않는 법안을 제정하려면 인권위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인권위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과거 인권위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입법은 국회가 하지만 인권위는 총선 전망 및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이를 위한 관련 활동을 선명하고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독립적이어야 할 인권위가 ‘정무적 판단’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인권위는 참여정부 초 정부가 추진한 이라크 파병에 반대 입장을 내놓았고 비정규직보호법이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권고를 내기도 했다.

명숙 집행위원은 “인권위는 많은 활동가들이 싸워 만든 기구다. 위에서부터 만든 조직이 아니다. 정부기구 특성상 관료화될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는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크게 변화했다. 국가기구의 감시견 역할을 해야 할 인권위가 면죄부를 주는 기구가 됐다”고 설명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현재 인권위가 문재인 정부의 눈치를 보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유성기업 문제는 충분히 조사되지 않았고, 북한 종업원 탈북 사건은 기각했다. 두 사건 모두 정부의 노동정책, 대북 문제와 관련이 있다. 물론 이전 위원장 때처럼 정권 오더 받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런 의심이 왜 나오는지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명숙 집행위원은 개선이 필요한 과제로 ‘투명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인권위 회의는 비공개 안건이 많고, 이 경우 정보공개청구를 해 자료를 받더라도 위원 이름을 지운 회의록을 제공하는 식이다. 지난주 인권위 전원회의는 별다른 이유 없이 ‘경찰청 진정사건 권고 불수용 처리방안보고’ 안건을 비공개로 논의했다. 

명숙 집행위원은 “투명성의 경우 개선은 되고 있으나 아쉬움이 많다. 인권위는 위원들이 어떤 잣대로 인권 침해, 차별 사안을 판단하는지가 중요하다. 책임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려면 기록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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