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지난 12일자 1면에 서울역 승강장에서 귀성길에 오른 한 가족의 사진을 동시에 실으면서 논란이 됐다. 독자들이 ‘코레일에서 보낸 보도자료 사진을 갖다 쓴 게 아니냐’ ‘서로 논조가 비슷하니 사진까지 똑같다’라는 비난을 쏟아내면서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복수의 기자들에 따르면 이 같은 주장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내용이다. 사진기자들은 억측이 불러낸 허위사실이라며 분노한 모습이다.

조선일보는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1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귀성길에 나선 가족이 고향으로 향하는 열차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며 열차가 출발하기 전 문 앞에서 한복을 입은 아이 두 명과 부모가 손을 흔드는 사진을 실었다.

중앙일보도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1일 오전 한복을 차려 입은 귀성객들이 서울역에서 KTX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며 조선일보에 실린 같은 가족이 서로 손을 잡고 승강장으로 이동하는 사진을 실었다.

독자들은 두 매체의 사진 속 주인공이 같다는 이유를 들어 ‘코레일에서 보도자료로 해당 사진을 찍어 넘겨준 것 아니냐’, ‘코레일에서 섭외한 모델을 찍은 것 아니냐’, ‘한 매체가 사진을 찍고 공유한 게 아니냐’ 등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현장 기자에 따르면 해당 사진은 각 매체의 기자들이 가족에 초상권을 일일이 동의를 얻고 찍은 사진이다. 코레일 섭외 모델이라든지, 보도자료 사진이라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두 매체의 논조가 비슷하니 서로 사진까지 공유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지만 한겨레도 전국면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 실린 같은 가족의 사진을 실었다.

사진을 찍은 김정효 한겨레 기자는 “보통 사진기자들이 추석 때 서울에서 귀성하는 장면을 스케치한다. 한복을 입은 분들을 찾는다”며 “11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정도 기다리다 한복을 입은 가족이 나타났다. 초상권 때문에 함부로 찍지 못해서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써도 되느냐라고 허락을 구했고 아버님이 괜찮다라고 해서 승강장에서 이동하는 사진과 열차를 타고 손을 흔드는 사진을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코레일에서 섭외한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사진 기자들이 사진을 찍고 사후 동의를 받을 수 있지만 잘 되지 않아서 사진을 찍기 전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있었던 것”이라며 “왜 (초상권 동의를 포함한)연출을 했느냐고 비판하고 한복을 입은 가족의 밝은 모습을 1면 사진을 쓴 것을 관성적이라고 한다면 반성해야 되는 부분이지만 코레일이 섭외를 했느니, 사진을 공유했다느니 하는 비판은 옳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 12일자 중앙일보 1면 사진.
▲ 12일자 중앙일보 1면 사진.
▲ 12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
▲ 12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

김상선 중앙일보 기자는 “명절에 한복을 입은 사진이 구태의연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사진은 그 자체로 스토리가 돼야 하기 때문에 현장 사진 기자들이 한복을 입은 가족을 찾기 위해 몇 시간 씩 기다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2시간 이상 기다리다 가족의 동의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김 기자는 “옛날처럼 찍지도 않는 사진에 자신의 바이라인을 다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사진기자들도 나름 원칙을 지켜왔다”면서 “구도가 비슷한 이유도 뒤에 KTX가 배경으로 걸리고 가족이 보여야 되는 상황에서 비슷한 위치에서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진이 똑같아서 주고 받은 게 아니냐, 코레일에서 사진을 줬느냐라는 것은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말했다.

실제 12일자 일간지 1면 사진을 보면 국민일보와 한국일보도 한복을 입은 가족의 사진을 실었다. 현장 기자들에 따르면 국민일보와 한국일보는 오전 9시경 승강장에 나타난 한복을 입은 가족 사진을 찍어 송고했고, 조선과 중앙은 12시 경 한복을 입은 또다른 가족 사진을 찍은 것이다.

논란은 고재열 시사인 기자가 SNS에 중앙과 조선 1면 사진을 내걸고 “논조만 닮은 게 아니라 사진까지…코레일 홍보실에서 섭외해 준 가족이어서 겹친 걸까? 독자들은 황당할 텐데”라고 쓰면서 커진 측면이 있다. 관련 게시물엔 현장 사진기자들이 항의하는 댓글이 달렸다.

한 통신사 기자는 “현장을 알만한 언론인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분노한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수 천 장을 찍고 데스크들이 판단하는 문제가 있고 초상권 허락을 받은 과정도 어렵다”면서 “찍은 사진을 포털에 노출하는 것도 당사자들의 허락을 일일이 구한다. 1면 사진에 대해 구태의연하다라는 평가는 모르겠지만 조선과 중앙의 논조가 비슷하니 사진까지 닮았다라고 하는 건 모욕에 가까운 것이다. 동의를 해준 가족은 무슨 죄가 있나”라고 말했다.

고재열 기자는 “추석 1면 사진의 경우 데스크와 기자가 의식해서 기획을 하고 무게감을 갖을 수밖에 없다. 다른 매체와 사진이 겹치면 당연히 피하는 게 맞는데 같은 현장에서 찍었다는 것 자체부터 이해되지 않는다”며 “현장 상황을 모르는 게 아니다. 코레일에서 섭외해준 가족이라고 했다고 해도 나쁜 게 아니라고 본다. 1면에 서로 겹치는 사진을 쓴다는 물음에서 시작된 문제의식”이라고 말했다.

고 기자는 “한복을 입은 가족이 그 가족 밖에 없었고 초상권에 동의하는 가족이 그 가족밖에 없어서 타사 기자들이 별도로 찍는 줄을 알면서 1면 기획 사진으로 그 사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상황이라는 게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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