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을 들먹이면 대뜸 눈 홉뜨는 부라퀴들이 있다. 기득권이 죄인가 묻는다. 불법 여부를 따질 때는 사뭇 진지하다. 딴은 사전적 뜻을 짚으면 옳다. 오히려 “특정한 자연인이나 법인이 정당한 절차를 밟아 이미 획득한 법률상의 권리”라는 풀이처럼 법적 권리다.  

그런데 ‘기득권층’을 찾으면 결이 다르다. 같은 사전에서 기득권층은 “사회, 경제적으로 여러 권리를 누리고 있는 계층”이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손잡는다. 그래서다. 영국의 정치평론가 오언 존스는 기득권층을 집중 분석한 책을 펴내며 “다수에 맞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려는 자들”로 정의한다.

한국에서 ‘386’으로 불린 세대가 도매금으로 몰리고 있다. 그것도 군사독재 정권과 야합한 언론에 의해 그렇다. 1980년대에 군부독재와 맞서 싸웠던 대학생들을 학살정권과 손잡고 ‘빨갱이’로 살천스레 몰아친 언론이 2020년을 앞둔 지금도 ‘사냥’에 한창이다.

기막힌 살풍경이다. 그들에 맞서 참된 여론을 형성하려는 열정은 포탈의 검색어 다툼으로 나타난다. 일본이 선전포고한 ‘경제전쟁’ 초기에 되레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던 언론권력에 대한 분노는 당연하다. 언론개혁도 마땅히 이뤄야 한다.

다만 아무리 울뚝밸이 치밀더라도 성찰할 지점이 있다. 개혁 주체의 정당성이다. 그 정당성이 없을 때 ‘개혁’은 조롱으로 전락할 수 있다. 실제 개혁은 정당성을 갖춰도 힘겨운 과정이다. 기득권층이 가로막기 때문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차분히 짚어보자. 민정수석에서 법무장관에 취임하기까지 그를 둘러싼 보도는 넘쳐났다. 분명 과하다. 사생활 침해의 우려도 컸다. 검찰 개혁에 저항도 깔려 있다. 

다만 옥과 돌을 다 불태울 수는 없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 때 ‘살아있는 권력’ 수사로 좌천되었던 ‘검사 윤석열’에게 조직적으로 엿을 보내거나 청와대에 총장 해임을 청원하는 풍경은 대통령에게도 부담 주는 언행이다. 청문회에서 조국 후보자에게 젊은 세대의 아픔에 정중히 사과하라고 권한 여당 의원에게 보내는 야유는 또 어떤가. 눈부신 의정 활동을 편 박용진 의원을 ‘배신자’로 낙인찍어도 좋은가. 포탈에 실검 순위를 조직적으로 바꿔도 괜찮은가.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조국 법무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조국 법무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명토박아 둔다. 나도 조국 법무의 진실이 궁금하다. 고교생이 학술지 논문에 제1저자로 오른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부모의 후광 없이 과연 가능한가. 공시가 기준으로도 50억이 넘는 재산을 지닌 교수 부부 집안의 성인 대학생이 심지어 낙제를 하면서도 여기저기 장학금을 챙겼는데 부모는 몰랐다는 말인가. 대학총장이 준 표창장의 진실도 가려야 한다. 설령 표창장이 전결이라 해도 그렇다. 자신이 직접 딸에게 총장 명의로 표창장을 주는 모습은 희극이다. 

더 큰 문제는 논문이나 표창장이 대입과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에 활용됐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합격 여부를 결정했는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의문이 불거진 상황에서 덮고 갈 수는 없잖은가. 그것에 합리적 의심을 던지는 언론이 ‘기레기’인가. 법무장관 후보자에게 나타난 의혹을 두고 정쟁이 전혀 접점을 찾지 못할 때 진실을 밝히려 나선 검찰이 ‘정치 검찰’인가.   

도대체 어쩌자는 건가. 보라, 그 모든 의문에 모르쇠를 놓고 검찰을 몰아붙이는 민주당 안팎의 386들을, 조국이 무엇이 문제이냐고 곰비임비 나선 저 숱한 ‘진보 명망가’들을, 검찰 수사를 처음부터 ‘정치 개입’으로 부각한 이른바 ‘진보 언론’을. 윤석열을 마구 흔들고 검찰을 개혁할 수 있는가. 수사 결과, 조국의 의혹이 말끔히 풀릴 가능성은 없는가.

물론, 진보도 기득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들마저 기득권층이 된다면, 서로 두남둔다면 이 땅의 무지렁이 민중은, 힘없는 민중을 부모로 둔 1020세대는 대체 어찌 살라는 말인가.  

무릇 어둠은 수구‧보수에만 있지 않다. 진보에도 있고, 내 안에도 있다. 어쩌면 더 깊은 심연일 수도 있다. 촛불은 모든 어둠을 벅벅이 밝혀야 옳다. 촛불의 어둠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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