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차 급거 출국 일정이 잡히고 거의 동시에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경질이 이뤄진 배경이 주목된다.

청와대는 볼턴 경질에는 언급을 피했지만 최근의 북미협상 관련 분위기가 경색국면의 전환이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볼턴 경질을 두고 북미간 대화재개에 도움이 되겠지만 북한의 비핵화 설득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민정 대변인은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제74차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22~26일까지 3박5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고 대변인은 방문 기간 중인 24일 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각) 경질됐다. 문 대통령의 유엔 참석 일정도 오래전부터 잡혀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문 대통령 방미 소식은 고 대변인이 공식 발표하기 며칠전부터 알려졌으며 그 시점은 볼턴 경질 소식이 나올 무렵과 비슷했다. 이 때문에 북미협상의 급진전을 위해 두 일정이 맞물려 돌아간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생긴다.

유엔총회 참석 일정 공식 발표 당일인 13일 있었던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 이번엔 안 갈 거라는 얘기들이 많았는데,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돌아가는 것과 맞물려서 결정됐나’라는 질의에 고민정 대변인은 “어느 시기에 어떻게 결정됐다고 말씀드리기는 조금 어렵다”고 답변을 피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연설과 최근 분위기를 낙관적으로 해석하면서도 볼턴 경질과의 연관성을 언급하는데엔 거리를 뒀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오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발표와 그 직전에 볼턴 보좌관 경질 결정 등이 북미협상이 급진전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느냐’는 미디어오늘의 질의에 “볼턴 경질과 관련해 입장을 내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현재 북미 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여러 발언들에서 읽혀지는 분위기, 기류들이 그동안 경색국면을 유지해 왔었다면 이게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시작 시점에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명확하게 가시적으로 들어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북미 간에 실질적인 협상이 이루어져야 하고, 또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한반도의 평화 프로세스가 완성되어야 한다라는 점에 있어서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추석특별기획 KBS 만남의 강이 흐른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추석특별기획 KBS 만남의 강이 흐른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볼턴 해임의 의미를 두고 북미협상 급진전을 위한 것이거나 볼턴 해임으로 북미간 대화국면이 재개될 것이라는 분석은 여러 곳에서 나온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1일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볼턴 경질 사유를 두고 “존 볼턴이 리비아 모델에 대해 언급했을 때 우리(협상)가 매우 나쁘게 후퇴했고, 그건 재앙이 아닐 수 없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지난 12일 ‘트럼프, 볼턴을 북한에 대한 재앙 베네수엘라에 대한 탈선’이라는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정상회담에서 볼턴의 조언을 따라 김 위원장에게 북한의 핵무기와 폭탄 연료의 미국 이전을 요구하는 페이퍼를 건네준 이후 대북 포용을 위한 노력이 거의 무너질 뻔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분석가들이 볼튼 장관의 해임은 회담 재개를 위한 미국의 노력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설득하는 것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어 “비록 볼턴이 사라졌더라도 워싱턴(미국)이 북한에 궁극적인 비핵화 요구를 완화할 것이라는 징후는 현재까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7월24일 청와대를 방문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7월24일 청와대를 방문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