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공소제기 이전 혐의 사실을 포함해 수사 상황을 밝히지 못하도록 한 내용의 법무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안이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언론은 검찰을 상대로 한 취재를 무력화하는 방안이라며 언론 자유에 대한 훼손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데 이와 연결 지어 결과적으로 조국 장관에 대한 언론 취재를 막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하고 있다.

법무부는 초안 단계의 내용이라며 언론의 반발에 곤혹스런 모습이다. 특히 조국 장관 취임 이후 해당 방안이 추진했다는 식의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관련 규정은 최소 지난 5월부터 논의해 사전 예고 한 것이다. 언론은 호송차에서 내리거나 오르는 피고인을 찍어왔는데 법무부는 확정 판결 전 피고인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은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고 판단해 수감자 호송시 구치감 문을 닫는 조치를 지난 5월말 내린 적이 있다.

이번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관련 조치는 “교도소‧소년교도소‧구치소 또는 그 지소의 장은 체포‧구속영장의 집행, 체포‧구속적부심 및 검찰‧법원의 소환에 따른 계호 과정에서 피의자 및 피고인이 촬영‧녹화‧중계방송을 통하여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반영됐다.

당시 법무부는 “TF를 만들어 포토라인 문제와 피의사실 공표 문제 등도 허용 허부를 놓고 연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16일 “이번 안은 새로 장관이 와서 새롭게 추진한 게 아니라 전임 장관 때부터 논의가 있어서 초안으로 나온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이 안을 가지고 어떻게 하겠다라는 정확한 방향은 아직 없다.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자료사진. 사진=gettyimagesbank
▲ 자료사진. 사진=gettyimagesbank

 

언론은 수사 상황이 ‘깜깜이’가 되면서 국민알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번 규정이 원칙적으로 사건 내용 일체의 공개를 금지하는 것을 대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관련 규정은 “형사 사건 피의자, 참고인 등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함”을 목적으로 “사건 관계인의 명예와 인권, 무죄추정의 원칙,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국민의 알권리, 수사의 효율성 및 공정성이 균형을 이루도록 해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소 전 형사사건에 대해 혐의사실 및 수사 상황을 포함해 내용 일체를 공개해서 안 된다고 규정(제5조 기소 전 공개금지)해놨지만 예외적 공개 요건 및 범위(9조)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세부 내용을 보면 사건 관계자와 수사관계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등의 오보가 실재해 진상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는 경우와 범죄의 급속한 피해 확산과 동종 범죄의 발생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경우, 공공의 안전에 대한 급박한 위협이 있거나 대응조치에 대해 국민들이 알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이다.

기소 전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중요사건의 수사착수 사실과 기소 후 공소사실 유지, 수사경위, 수사방법, 범행경과는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공개하도록 했다. 관건은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의 구성을 어떻게 할지인데 대검찰청, 고등검찰청, 지방검찰청 및 지청에 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위원회는 민간위원을 과반수 이상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수사 상황 공개 여부를 놓고 외부인의 견제와 감시가 작용토록 장치를 둔 셈이다.

“예외적으로 공개하는 공소제기 전 사건”이라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문답식 설명이 불가피할 경우 언론과 일문일답을 할 수 있고 “공소제기 후 사건”에 대해서는 출입기자단의 공식 요청이 있거나 수사결과 발표가 필요한 경우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언론 앞에 브리핑을 할 수 있다.

언론계 안에서도 관련 규정은 검찰발 정보를 토대로 한 보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복잡한 심경이 드러난다. 법조출입 A기자는 “원칙엔 공감하지만 시점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 아직 명확히 판단이 안 선 상황”이라고 전했다. 피의사실공표가 사문화된 현실에서 관련 규정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법조출입 B기자는 “소위 검찰발 지면 기사가 필요한 매체의 경우 공익과 무관하거나 알 필요가 없는 사건을 보도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어차피 검찰이 헛발질한다는 내용들은 공개를 안 하고 있다. 다른 사건의 관계인 등을 통해 정보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취재가 가능하다. 문제는 검찰 수사 편의를 위하거나 정치적으로 수사를 이용하는 행태를 근절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데 감찰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회적 중대 사안이라는 추상적인 내용 때문에 검찰이 자의적으로 피의 사실을 공개 혹은 비공개로해서 논란이 됐다”면서 “원칙적으로 검찰이 수사기법을 언론에 흘리고 플레이하는 것을 정리할 필요는 있지만 시점이 좋지 않고 적어도 수사기관의 말을 믿고 소환 조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등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피의사실문제를 형평성 있게 유지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피의사실 공표에 통제 장치는 필요하지만 밸런스를 찾아야 한다”면서 “수사기관과 언론의 관계로 보면 활발한 보도로 수사를 촉진했던 측면도 있다. 이번에 원칙적으로 수사 상황을 비공개하면서 언론의 오해나 억측을 키워버리는 우려점도 있다.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사안까지 피의사실공표문제로 덮어버리면 안 된다.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가 공개할 내용을 좀 더 구체화시키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