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간 조국 현 법무장관에 대한 기사가 신문사들을 뒤덮었습니다. 조국 법무장관의 임용이 적절했는지, 아닌지를 떠나 이번 청문회 정국은 한국 사회의 뿌리깊은 불평등 문제와 함께, 언론들의 문제점도 여과 없이 드러냈습니다.

대표적인 장면이 지난 2일 있었던 기자간담회였습니다. 54개 언론사 기사를 분석 대상으로 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사이트, 빅카인즈에 따르면 개각이 발표된 8월9일부터 기자간담회가 있었던 9월2일까지 조국 관련 기사는 8367건에 이를 정도로 과열보도 양상이 두드러졌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기사 중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능력으로 확정할 수 있는 사실관계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 많은 기사들의 기사 작성 당시의 근거는 무엇이었는지 의문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민언련에서는 개각이 발표된 8월9일부터 기자간담회 이틀 후인 9월4일까지 주요 5개 일간지 지면에 보도된 기사 총 1177건을 대상으로 모니터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신문의 조국 관련 지면보도량을 분석한 내용입니다. 

언론들의 과열보도 양상

주요 5개 일간지 지면에 23일간(신문 발행일 수 기준) 보도된 조국 관련 기사는 총합 1177건이었습니다. 이 중 94건은 사진기사였습니다. 사설은 90건, 기자칼럼은 127건, 외부칼럼은 52건이 보도되어 의견기사의 총합은 269건이었습니다.

보도량이 가장 많았던 것은 조선일보로, 일평균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14.4건의 기사를 냈습니다. 본격적으로 사모펀드 관련 보도로 ‘도덕성 논란’이 시작된 16일부터로 계산하면 18.4건에 이릅니다. 뒤를 이은 것은 동아일보(11.7건), 중앙일보(10.1건), 경향신문(8.6건), 한겨레(6.3건)순이었습니다.

의견기사는 중앙일보가 총합 8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 중 특히 기자칼럼이 58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중앙일보 기자들은 하루당 2.5건의 기자칼럼을 썼습니다. 다음으로 의견기사가 65건으로 많았던 조선일보는 사설이 27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조선일보는 하루에 1.2개 꼴로 조국 관련 사설을 게재했습니다. 나머지 신문사들은 대체로 40개 내외의 의견기사를 게재했는데,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사설·기자칼럼·외부칼럼이 고르게 분포한 반면, 동아일보는 외부칼럼 2건을 제외한 나머지가 사설(19건)과 기자칼럼(18건)이었습니다.

▲ 8월9일부터 9월4일까지 조국 관련 5개 종합 일간지 보도량.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8월9일부터 9월4일까지 조국 관련 5개 종합 일간지 보도량.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1면에 조국 나온 비율 최대 83%

일별 보도량을 보면, 5개 언론사들의 보도 양상이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이번 3기 개각 정국에서 가장 파급력이 컸던 조국 자녀 논문 의혹이 첫 보도된 20일 이후 9월 4일을 제외한 모든 기간에서 조선일보가 가장 보도량이 많았고, 한겨레는 8월 23일과 9월 2일을 제외하면 전 기간에서 보도량이 가장 적었습니다.

▲ 8월9일부터 9월4일까지 주요 5개 일간지의 날짜별 보도량 변화 추이.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8월9일부터 9월4일까지 주요 5개 일간지의 날짜별 보도량 변화 추이.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23일간 각 신문들의 조국 관련 기사 지면 배치도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개각 발표가 있었던 9일부터 한 달 간, 신문 1면은 조국 관련 기사들이 뒤덮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 8월9일부터 9월4일까지 발행일 기준 23일간 1면에 조국 관련 기사가 있었던 비율.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8월9일부터 9월4일까지 발행일 기준 23일간 1면에 조국 관련 기사가 있었던 비율.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 발행일 기준 23일간 1면에 조국 관련 기사가 있었던 비율은 동아일보가 19일(82.6%)로 가장 많았고, 경향신문이 11일(47.8%)로 가장 적었습니다. 머릿기사였던 경우로 한정하면 조선일보가 16일(69.6%)로 가장 많았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각각 8일(34.8%)로 적었습니다.

▲ 8월9일부터 9월4일까지 5개 일간지의 조국 관련 기사 지면배치(※주요이슈는 지면보도 특성 상 해당 이슈가 조간에 보도된 날이 기준인 것에 유의).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8월9일부터 9월4일까지 5개 일간지의 조국 관련 기사 지면배치(※주요이슈는 지면보도 특성 상 해당 이슈가 조간에 보도된 날이 기준인 것에 유의).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한달 간 정책검증 기사 2%

내용 면에서도 장관 후보자 가족에 대한 공세에 매몰된 과잉보도의 폐해는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민언련에서는 사진기사를 제외한 1083건의 기사를 각각 정책검증, 도덕성검증, 그리고 이 둘에 직접적으로 해당하지 않는 기타 상황보도로 분류해 보았습니다. 기타 상황보도로 분류된 기사들은 정치권이나 검찰의 움직임을 다루거나 조국 법무장관을 단순 언급한 기사, 또는 조국 사태를 들어 교육문제나 계급문제 등에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들입니다. 기사에서 직접 조국 사퇴를 요구한 경우 사퇴요구의 근거를 판단하여 정책·도덕성으로 나누었고, 정치권이나 검찰의 움직임을 다루면서 조국 당시 후보자 관련 의혹들에 대한 설명을 곁들인 경우도 도덕성으로 분류했습니다.

▲ 8월9일부터 9월4일까지 5개 일간지의 조국 관련 기사 주제별 분류.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8월9일부터 9월4일까지 5개 일간지의 조국 관련 기사 주제별 분류.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그 결과, 전체 1083건의 보도 중 정책을 다룬 기사는 24건으로 2.4%에 불과했고, 602건이 도덕성 관련 검증 기사로 전체의 55.6%를 차지했습니다. 신문사별로 보면, 정책 관련 기사가 가장 많았던 것은 한겨레로 132건의 기사 중 7.6%를 차지했습니다. 경향신문은 그 절반 가량인 3.4%가 정책 관련 기사였고, 다음은 중앙일보(1.8%)가 따랐습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정책 관련 기사는 각각 2건에 불과했습니다.

신문사 논조의 차이는 정책검증보다는 도덕성검증과 기타로 분류된 보도의 비율에서 갈렸습니다. 조선·중앙·동아에서는 도덕성 검증을 다룬 기사가 63%가량의 비율로 보도되었지만, 경향신문과 한겨레에서는 대략 37%정도의 비율을 보였습니다.

의도적으로 정책검증을 회피하는 언론…언론 역할 다했다 할 수 있나?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8월의 한 장면을 통해 쉽게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조국 당시 장관 후보자는 개각 발표 이후 직접적인 움직임을 자제해 오다가, 가족 관련 의혹보도들이 쏟아지자 ‘국민 안전 관련 정책’안을 발표하며 일종의 정견발표회를 가졌습니다. 이 발표를 보도한 경향신문 기사의 제목은 <답지 먼저 내놓고 빨리 시험 치자는 조국>(8월21일, 심진용·김원진 기자)였습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조국 당시 후보자의 발표 내용을 언급해 주긴 하지만 기사의 해석은 주로 정견발표를 통해 조국 후보자가 어떤 정치적 효과를 얻으려고 했는지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조선·중앙·동아의 태도는 좀 더 노골적이었는데, 조선일보 <조국, 의혹엔 한마디도 않고 취임사 하듯 정책구상 발표>(8월21일, 이민석 기자)에서는 조국 후보자의 발표 내용을 언급해 주되, 기사 말미에 “웅동학원 관련 의혹, 조 후보자 딸이 고교 시절 2주일가량 인턴을 하며 의학 논문 제 1저자에 이름을 올린 의혹 등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아예 정견을 발표했다는 사실 자체를 축소보도 했습니다. 21일 중앙일보는 <조국 딸 공저자 논문 또 있다…고2땐 의학, 고3땐 생물학>(8월21일, 이가영 기자)에서 현 시점에선 전혀 문제 없던 것으로 밝혀진 공주대 인턴 의혹을 보도하면서, 사진기사 캡션으로 정책 비전 발표 사실을 보도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동아일보는 기사 <조국 딸 ‘논문 1저자’파문, 청년층 분노 확산>(8월21일, 신동진·황성호·이호재 기자)<사설-‘조국 검증’ 언론을 ‘공산주의 경찰’에 빗댄 여 대변인>에서 끝 부분에 한 줄 씩 언급하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이처럼 신문은 조국 후보자의 정책 검증 자체를 회피하는 태도를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 8월21일 조국 정책 발표 다음날 경향신문의 기사 제목
▲ 8월21일 조국 정책 발표 다음날 경향신문의 기사 제목

 

조국 후보자의 가족과 관련된 도덕성 논란은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해 학벌주의·경쟁사회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습니다. 따라서 국민의 관심사가 정책 검증보다 도덕성 검증에 쏠렸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책검증과 도덕성 검증 간 최대 1:100까지 벌어지는 보도량 차이는 정도를 지킨 것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도리어 이처럼 정책 검증 자체를 회피하는 태도가 조국 후보자에 대한 편향적 보도태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조국 장관이 발표한 정책 내용이나 그간 알려진 정책 관련 발언에서 언론이 따져봐야 할 문제가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정견 발표에 대한 비판적 정책 검증을 시도했던 한겨레 <“조 후보 정신질환자 범죄대책, 혐오 조장 우려”>(8월29일)에 따르면, 민변 소수자인권위원회는 “정신장애인 범죄율이 일반인과 비교해 훨씬 낮음에도 특정 사건을 거론하며 정신장애인의 강력범죄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언급했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밖에 서울신문 <조국, 여가부 성매매대책 자문위원 때 ‘성 구매 남성 처벌 제외’ 논문>(8월20일)에서와 같이 여성 정책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언론들은 후보자의 정책검증이라는 책임은 방기한 채, 정파적인 이유, 또는 잘 팔린다는 이유로 후보자 도덕성 논란에만 집중적으로 기사를 쏟아낸 건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8월9일~9월4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별지섹션 제외)
※ 문의 : 공시형 활동가 (02) 392-0181 / 정리 : 주영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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