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수사기관 피의사실 공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준칙을 마련할 예정인 가운데 언론은 “왜 하필 지금이냐”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의 수사가 시작되며 한 차례 중단됐던 추진이 조 장관 취임 직후 재개되는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법무부는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 공보준칙’을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으로 바꾸기 위해 오는 19일 열릴 당정협의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개정안 골자는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 금지 원칙 확립이다. 수사 중엔 정보 공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공소 제기 후에도 피고인, 죄명, 기소일시 등 제한된 정보만 공개하도록 한다.

‘포토라인’ 관행도 없앤다. 수사 당사자 동의 없인 소환 일정도 공개하지 못한다.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할 경우 대검찰청의 감찰을 받는 등 처벌내용도 강화됐다.

▲16일 경향신문 3면
▲16일 경향신문 3면
▲16일 국민일보 5면
▲16일 국민일보 5면
▲16일 서울신문 3면
▲16일 서울신문 3면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와 이를 검증없이 받아쓰는 보도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일보는 개정안 추진을 두고 “수사기관의 언론플레이로 정식 재판 이전, 여론의 법정에서 이미 유죄 판결이 내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라면서도 ‘내로남불의 전형’이라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당장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공보준칙 개정을 거론하자, 그러면 국정농단ㆍ사법농단 수사 당시 피의사실 공표는 무엇이었냐는 반론이 튀어나온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전임 박상기 장관은 피의사실공표 문제를 손보려다가 조국 장관 가족 수사 때문에 유보했지만, 조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당정이 협의를 시작했다”며 “형사사건 보도가 금지되면 검찰의 ‘밀실수사’가 우려되고 국민의 알권리가 위축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16일 세계일보 1면
▲16일 세계일보 1면
▲16일 조선일보 1면
▲16일 조선일보 1면

 

고위 공직자·재벌·정치인의 비리 사건을 둘러싼 알 권리 침해 우려도 나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그간 국민적 의혹이 결부된 수사 때마다 언론은 형사절차 투명성 감시 기능을 수행했다”며 “이는 검찰이 언론의 질문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공공의 알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두고 언론에 공개할 수사 내용을 심의키로 했다. 대법원도 예외적으로 피의사실 공표를 허용한다. 판례에 따르면 △목적의 공익성 △피의사실의 객관성 △피의자 이익 침해 등의 조건을 충족한다면 “일반 국민들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 알 권리를 가지고 있기에” 피의사실 일부를 공개할 수 있다고 판시한다.

일부 보도는 검찰과 법무부 간 갈등설에 불을 지폈다. 국민일보는 “검찰도 ‘피의사실을 유포한 적이 없다’고 반발하면서 여권과 야당·검찰이 피의사실 공표 문제로 ‘조국 대전 2라운드’에 돌입한 형국”이라 관측했다.

“언론, 조국 보도만큼 한국 경제구조 다뤄달라”

한편 조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내며 수사 내용도 계속 보도되고 있다. 핵심 인물로 지목된 조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는 지난 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긴급 체포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16일 새벽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선일보 등에 따르면 검찰은 조씨가 해외 출국 뒤 국내에 남은 회사 직원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16일 중앙일보 1면
▲16일 중앙일보 1면
▲16일 조선일보 3면
▲16일 조선일보 3면

 

언론은 또 검찰이 조 장관 일가 사모펀드가 투자한 가로등점멸기 업체 웰스씨앤티로부터 조씨 측에 전달된 10억3000만원 수표가 사채시장에서 현금화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추적 중이라 전했다.

언론이 계급, 경제적 불평등을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는 질타도 나왔다. 우석훈 경제학자는 경향신문 기고에서 10~30대 청년들 분노는 사회적 격차와 경제적 불평등이란 경제적 하부구조의 영향을 받았는데 “청와대를 비롯해 조국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상부구조(법, 제도)의 변화에 대한 얘기를 하는 중이다. 당연히 서로 말이 겉돌고, 서로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 경제학자는 “우리가 조국에 대해서 하던 얘기나 관심의 10만분의 1이라도 하부구조에 기울였다면, 벌써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라며 “한국 자본주의의 성격이 점점 더 불평등한 것으로 변하고 있다. 상부구조를 아무리 개선한다고 해도, 이 하부구조의 양상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세습 자본주의 성격이 너무 강해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제발 부탁이다. KBS와 MBC, 뭔가 하부구조에 대한 방송들 좀 만들어주시기 바라고, 신문들도 하부구조와 경제 얘기도 좀 다루어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16일 경향신문 28면
▲16일 경향신문 28면
▲16일 한겨레 27면
▲16일 한겨레 27면

 

이재훈 한겨레 24시팀장도 16일 오피니언란을 통해 “이번 사태의 핵심은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부모의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자본을 향유할 수 있는 이들을 앞장서 우대한다는 진실이 폭로됐다는 점”이라며 “교육의 정도나 학벌에 따라 불평등하게 임금을 받지 않는 노동 시스템, 노동하지 않거나 하지 못해도 삶의 수준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복지 시스템이 교육 시스템과 나란히 서지 않으면, 사람들은 생존 경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회의 평등’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결과의 평등’ 정책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하는 까닭”이라 강조했다.

최대 산유국 사우디, 대형 화재로 생산 절반 차질

이밖에 16일 9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는 1면에 사우디 석유시설 파괴사태와 한·미 정상회담 소식을 실었다.

▲16일 동아일보 1면
▲16일 동아일보 1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원유시설 두 곳이 14일(현지시간) 예멘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고 대형 화재에 휩싸여 가동이 중단됐다. 사우디 산유량의 절반이 생산 차질을 빚게 돼 국제 유가는 급등할 전망이다. 원유 수입국 중 사우디에서 가장 많은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한국도 타격을 고스란히 안을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한겨레 1면
▲16일 한겨레 1면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2~26일 미국 방문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다. 북·미 협상 재개,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둘러싼 한일 갈등,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이 주요 의제로 거론된다.

한겨레는 정부 관계자 익명 인터뷰 인용해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북한이 미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한 ‘새로운 계산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의 의미 있는 비핵화 조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경협, 대북 제재 완화 등이 연동돼 있어서, 한국이 모든 상황에서 역할을 안 할 수 없다”는 발언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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