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에선 16명 중 15명, ‘생방송 심야토론’에선 11명 중 10명, ‘판도라’에선 7명 중 7명. 지난 7월8일~28일 텔레비전 시사․토론 프로그램 출연진 중 남성의 숫자다.
텔레비전 시사토론 프로그램 출연진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하다. 남성 출연진이 80%에 육박하고, 특히 50대 남성이 과대 대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YWCA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케이블TV에서 지난 7월8일부터 28일까지 방영한 25개 시사토론 프로그램 속 출연자 성별을 집계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진행자와 패널, 리포터, 전문가 인터뷰이 등 발언이 권위를 갖는 주요 출연진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 프로그램에 나온 총 316명 가운데 남성이 240명(76%)이었다. 여성은 76명(24%)에 그쳤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3배 많았다. 남성 출연진 가운데서도 50대가 114명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전체 출연진의 3분의 1이다. 50대 여성 출연진은 13명으로 4% 수준이었다. 서울YWCA는 “정치가 남성 중장년 중심으로 이뤄질 때, 청년 세대와 노년 여성은 정치 담론형성 장에서 배제된다”며 “특히 노년 여성은 지식전달 역할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했다.
격차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심해졌다. 30대는 여성이 27명, 남성이 24명으로 비슷했지만 40대는 남성이 63명, 여성이 33명으로 남성 출연진 수가 2배였다. 60~70대 출연진 총 7명은 전부 남성으로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한편 여성 출연자가 남성보다 많은 경우는 25개 프로그램 가운데 ‘시사기획 창(KBS)’이 유일했다. 여성이 9명, 남성이 8명 나왔다.
직업군별로는 비평가나 평론가, 공무원 출연자 성비가 가장 심했다. 남성은 각 9명씩 등장했지만 여성은 1명도 없었다. 국회의원의 경우 약 7배, 교수는 3배, 법조인은 6배 비율로 남성이 등장했다. 서울YWCA는 “실제 여성 법조인은 전체의 26.1%인데 시사·토론프로그램 속에서는 13%(38명중 5명)를 차지한다”며 “시사·토론프로에선 남성이 실제 직업군의 성비와 관계없이 과대 대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YWCA는 10일 “전문 식견을 가진 자가 등장하는 시사토론 프로에서 남성이 과대 등장할 때 한국사회 지식 영역이 남성중심적으로 짜일 가능성이 높고, 성범죄 보도를 다루는 방식이 피해자와 피해자를 바라보는 담론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치사회 담론을 구성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의 성비 불균형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며 “시사토론 프로 내 젠더 묘사에 대한 적극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