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에 사과합니다. 윤석열을 인사이트로 본 언론이 뉴스타파가 유일했네요.”

“너무 미안하네요. 대중의 어리석음. 저도 그 대중의 1인. 후원 증액합니다. 그게 제 반성의 도리인 것 같네요. 계속 검찰과 검사집단 심층 취재 부탁드려요.”

“지난 윤석열씨 청문 소란 때 후원을 접을까 잠깐 고민했던 제 자신이 어리석었습니다. 윤석열씨에 관한 후속 기사 있으면 올려주세요.”(뉴스타파 7월8일자 “윤석열 2012년 녹음파일… ‘내가 변호사 소개했다’” 보도에 달린 후속 댓글들.)

뉴스타파에 대한 온라인 여론이 바뀌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7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말미 후보자 ‘위증’을 뒷받침하는 통화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윤 총장이 2012년 검사 출신 이남석 변호사를 뇌물 의혹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직접 소개해줬다는 내용이다. 윤우진 전 서장은 ‘윤석열 최측근’ 윤대진 수원지검장의 친형이다. 윤 총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변호사를 소개한 적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통화 속 윤석열은 “윤우진씨가 변호사가 필요한 상황이라 대검 중수부 연구관을 지낸 이남석 변호사에게 윤우진 서장을 한번 만나보라고 소개한 적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통화 내용이 청문회 발언과 180도 배치되기도 하거니와 “재판이나 수사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직무상 관련이 있는 법률사건을 특정한 변호사에게 소개·알선해선 안 된다”는 변호사법에 저촉된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 지난 7월8일 밤 공개된 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청문회 발언과 상반된 2012년 기자와 통화 내용.
▲ 지난 7월8일 밤 공개된 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청문회 발언과 상반된 2012년 기자와 통화 내용.

뉴스타파 보도는 청문회 여·야 의원들에게도 공개됐다. 보도 이후 보수 야당의 공세가 더욱 거세졌다. 윤 총장을 두둔했던 여당 의원들은 위증 논란을 수습하는 데 진땀을 빼야 했다. 윤 총장 지지자, 넓게 보면 여당 지지자들은 ‘뉴스타파와 자유한국당이 야합했다’고 비난했다.

윤 총장 지지자들은 뉴스타파 후원을 끊거나 댓글로 보도를 비난했다. “2012년에 시작했던 후원을 오늘부로 종료한다”, “아무데나 총질하면 공정 언론인가”, “이번 기회에 뉴스타파 기레기들 후원금 모두 받아내야 한다” 등 뉴스타파 홈페이지에서 지금도 확인할 수 있는 900여개의 댓글은 2달 전 박제된 분노 여론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이례적으로 ‘대표 서한’을 통해 “저희는 윤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윤우진 관련 부분을 이런 식으로 넘겨버린다면 앞으로 본인이나 검찰 조직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 있고, 국민과 임명권자에 대한 후보자의 도리가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며 취재 이유를 밝혔다.

김 대표는 “그가 어떠한 흠결이나 의혹도 깔끔하게 털어내고 모든 국민들의 여망인 검찰 개혁을 이끌어 가는 주역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보도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직 세무서장(윤우진)이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가운데 느닷없이 해외로 도피했다가 8개월 만에 불법체류로 체포됐고, 경찰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은 검찰이 2년 후 슬그머니 무혐의 처리한 사실에 소위 ‘검찰 빽’은 없었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것. 윤 총장 역시 ‘언론 검증’을 피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광고 없이 후원으로 유지되는 뉴스타파는 보도로 큰 타격을 입었다. 전체 후원자 8~9%에 달하는 3000여 명이 후원을 끊었다. 뉴스타파의 한 기자는 “그 당시 뉴스타파에 비난이 매우 거셌는데 지금은 ‘그때 미안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 뉴스타파 홈페이지와 각종 커뮤니티에는 뉴스타파에 사과의 뜻을 전하는 누리꾼들이 있다. 9일 ‘딴지일보’ 게시판에는 “이쯤에서.. 지난 7월 뉴스타파 욕한 것에 사과드립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그 당시 윤석열 녹취록을 청문회 막판에 공개한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같네요. 뉴스타파에 사죄드립니다”라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그동안 진영을 가리지 않고 검증 보도를 해왔다. 노영민 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 시절 산하 공기업에 자기 시집을 불법적으로 판매했다는 의혹,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자녀의 입학 비리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윤 총장 검증 보도도 검증의 일환이었으나 윤 총장이 이끄는 검찰이 조국 법무부장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2달 전 ‘비난’ 여론은 ‘지지’로 바뀌게 된 모양새다.

시사평론가이자 저술가인 김민하씨는 10일 통화에서 “인터넷 시대에 대중이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면서 더 이상 언론이 만드는 공론장을 신뢰하지 않게 된 현상”이라며 “뉴스 소비자 입장에서 매체 보도가 본인이나 자기 진영에 이득이 되면 지지·후원하지만 불리하다고 여기면 곧장 불매와 후원 해지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김씨는 “이를 인식하고 있는 언론 역시 언론의 공적 역할보다 자사에 유불리 등을 따져 보도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에 비춰보면 뉴스타파 윤석열 보도는 언론의 소명을 하려고 한 보도로 평가한다”며 “결국 언론 스스로 ‘언론이 왜 필요한 것인지’ 의문을 던지고, 욕이든 칭찬이든 휘둘리지 않고 보도하는 사명이 요구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인물과 진영 논리가 어젠다를 대체한 팬덤 정치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청와대는 검찰총장 임명 명분으로 ‘검찰 개혁’을 내세웠지만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윤석열이라는 인물만 모호하게 개혁 상징으로 평가됐고 지지자들 환호를 받았다”며 “우리사회에서 설득과 대화라는 민주주의 과정이 확장일로에 있다면 이 같은 현상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지금은 지나친 정치 팬덤과 이에 편승하는 정치가 민주주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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