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톨게이트 노동자 불법파견 확정판결을 받은 뒤, 판결 당사자만 직접고용하고 나머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지속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노사갈등이 오히려 고조하는 모양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단’과 종교·인권·법률·시민사회단체는 10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한국도로공사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공공부문 불법파견을 책임져야 할 당사자인 도로공사는 경찰과 정규직 구사대를 동원해 본사 농성에 들어간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청와대가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해고 요금수납노동자들은 지난 9일 밤사이 공사가 배치한 직원과 경찰과 대치 상태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나 3명의 해고노동자가 응급실에 옮겨졌다. 해고노동자 300여명은 이날 오후 도로공사가 밝힌 직접고용 방침에 반발하며 경북 김천 도로공사 본사를 점거했다.

한국공사는 같은 날 앞서 불법파견으로 고용했던 노동자 499명을 직접고용하겠다고 밝혔다. 도로공사의 ‘자회사 전환’ 방침을 따르지 않고 근로자지위소송을 택하면서 계약만료로 해고됐던 1500여명 가운데, 최근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이 확정된 당사자를 추려 고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사가 1150여명을 상대로 진행중인 1‧2심 소송은 지속한다고 했다. 직접고용된 이들에게는 요금수납 업무가 아닌 도로‧버스정류장 등 환경정비를 맡긴다는 계획이다. 요금수납은 자회사에 전담시키기로 했다.

톨게이트 해고노동자들은 “최악의 방식”이라며 반발한다. 이들은 “이강래 사장은 ‘선고결과는 당연히 재판당사자에게 효력이 있지만 이번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나머지 계약 해지된 노동자들도 합의를 통해 직접고용 하라’는 대법원 판결 취지를 축소‧왜곡해 대법원 판결자들로만 제한하는 폭거를 자행했다”고 규탄 성명을 냈다. 도로환경정비 배치 계획을 두고도 “장애인 노조원을 상대로 ‘직접고용 돼도 야외에서 힘든 일 할테니 자회사로 가라’는 겁박”이라고 했다. 톨게이트 해고노동자들에 따르면 요급수납노동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장애인이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단’과 종교·인권·법률·시민사회단체는 10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한국도로공사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단’과 종교·인권·법률·시민사회단체는 10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한국도로공사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한국도로공사의 ‘개개인별로 파견관계를 입증해야 한다’는 주장은 법원에서 이미 배척된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일 뿐”이라며 “확정판결 취지와 파견법에 따라, 부당해고된 노동자들을 당장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는 노동존중을 실현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고 했다. 1500명의 수납노동자 해고에 존중이 있는가, 정규직화 판결을 왜곡하며 협박하는 도로공사에 정규직 전환 의지는 있는가”라며 “공사와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나서서 자회사 억지를 중단하고, 제대로 정규직화하라”고 촉구했다.

해고노동자들은 이날 김천 도로공사 본사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과 결의대회, 문화제를 이어갈 예정이다.

톨게이트 요금수납 해고노동자들은 경기 성남 분당구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위에서 도로공사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70일 넘게 고공농성 중이다. 톨게이트 인근 도로에서도 200여명이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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