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9일),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장관에 대한 임명을 재가했습니다. 지난 한 달여간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된 온갖 의혹 보도를 쏟아냈고,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종편 4사의 11개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에서 7명의 청문회 후보자들이 어떻게 다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8월 12일부터 23일까지 관련 내용을 모니터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그중 대담 시간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종편 시사토크의 1/3이 인사검증, 그중 99.5%가 조국 후보자

가장 먼저 살펴 본 것은 7명의 후보자가 주제로 등장한 대담의 시간입니다. 청문회를 진행해야하는 4개 정부 부처 장관과 3개 위원회의 위원장을 다룬 전체 대담시간은 2,924분이었습니다. 해당 기간 11개 프로그램의 전체 방송시간은 7,559분이었습니다. 전체 방송의 38.7%, 다시 말해서 3분의 1 정도를 넘는 시간 동안 인사 검증 관련 내용을 다뤘습니다. 

▲ 8월12일부터 23일까지 종합편성채널 11개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인사청문 후보자별 방송 시간 (단위:분).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8월12일부터 23일까지 종합편성채널 11개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인사청문 후보자별 방송 시간 (단위:분).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그러나 후보자별 대담시간을 확인한 결과에서는 편중이 심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조국 후보자를 제외한 6명의 후보자는 사실상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체 2924분 중 2910분이 조 후보자 관련 대담이었고 타 후보자의 경우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6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4분 등장했고, 후보자 전반을 다룬 대담이 4분이었습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를 단독으로 다룬 대담은 전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종편이 보여준 이와 같은 현상은 조국 후보자에 몰두해 다른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부실한 것은 아닌지 의심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TV조선은 전체 방송의 절반이 넘는 시간 동안 ‘조국 후보자’ 전달

청문회 후보자 대담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조국 후보자 관련 대담을 종편 4사의 프로그램별로 확인한 결과에서는 TV조선 프로그램들의 대담 비율이 눈에 띄었습니다. 종편 4사의 평균 대담 비율은 약 38.5%였습니다. 

반면 TV조선의 3개 프로그램의 대담시간을 종합한 결과는 약 54.9%로 전체 방송의 절반을 넘었습니다. 특히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모니터 기간 동안 전체 방송의 약 71.1%인 489분이 조국 후보자 관련 대담이었습니다. 사실상 다른 사안을 모두 제쳐둔 채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전달한 것입니다. 또한 <보도본부 핫라인> 역시 약 51.4%가 조 후보자의 대담이었고, <신통방통>도 전체방송 중 약 42.3%가 조 후보자 관련 대담이었습니다.

▲ 8월12일부터 23일까지 ‘조국 후보자’ 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주차별 방송 시간 (단위:분).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8월12일부터 23일까지 ‘조국 후보자’ 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주차별 방송 시간 (단위:분).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을 제외한 3사는 평균치를 밑도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채널A의 3개 프로그램은 약 37.9%, JTBC <뉴스ON>은 약 30.4%, MBN 4개 프로그램은 약 27.9%를 기록해 TV조선 보다 적은 대담 시간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MBN <아침&매일경제>는 약 21.8%로 11개 프로그램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다만 채널A <정치데스크>는 조 후보자 관련 내용이 약 55.8%로 TV조선 프로그램들과 유사한 수치를 보였습니다.

조국 후보자 딸 관련 내용 등장하자 대담 시간 급상승

종편 4사의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이 조 후보자와 관련된 대담을 주차별로 분석한 결과에서는 자녀와 관련된 논란이 불거지자 대담시간이 급상승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조 후보자의 과거 사노맹 관련 활동과 동생 관련 의혹들이 주로 나왔던 1주차에는 대담시간이 555분으로 전체의 약 19.1%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딸과 관련된 의혹들이 제기된 2주차에는 대담시간이 2355분으로 크게 올랐고, 전체 대담의 약 80.9%를 차지했습니다. 이와 같은 대담시간의 흐름은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여러 언론에서 후보자의 딸과 관련된 의혹들을 쏟아내자 이를 별도의 추가취재 없이 전달한 점이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 8월12일부터 23일까지 ‘조국 후보자’ 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주차별 방송 시간 (단위:분).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8월12일부터 23일까지 ‘조국 후보자’ 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주차별 방송 시간 (단위:분).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비전 검증은 0.3%, 도덕성 검증은 90.8%…필요한 검증 대신 논란에만 몰두한 종편

추가적으로 종편 4사의 시사대담 프로그램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방송을 진행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국 후보자 관련 대담을 주제별로 나눠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분류 기준은 후보자의 ‘정책-비전 검증’과 ‘도덕성 검증’입니다. 이외의 내용은 ‘기타’로 분류했습니다.

분석 결과에서는 압도적인 수치로 도덕성 검증이 대담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도덕성 검증은 조 후보자 관련 대담 2910분 중 2642분으로 약 90.8%를 차지했습니다.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 역시 타 언론과 마찬가지로 조 후보자의 친인척과 관련된 논란을 이례적으로 많이 보도한 것입니다. 특히 11개 프로그램 중 채널A <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 <뉴스BIG5>, <아침&매일경제>는 도덕성 검증 외에 다른 내용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가장 기초적으로 이뤄졌어야 할 정책-비전 검증은 11개 프로그램을 통틀어 8분뿐이었습니다. 전체 방송에서 오로지 0.3%정도만 조 후보자의 정책-비전을 검증한 것입니다. 게다가 정책-비전 검증 대담을 진행한 프로그램은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채널A <뉴스TOP10> 2개뿐이었습니다. 두 프로그램을 제외한 9개의 프로그램은 정책-비전 검증을 전혀 진행하지 않은 것입니다.

▲ 8월12일부터 23일까지 ‘조국 후보자’ 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주제별 방송 시간 (단위:분).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8월12일부터 23일까지 ‘조국 후보자’ 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주제별 방송 시간 (단위:분).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심지어 기타로 분류된 조 후보자의 발언이나 대학교 집회 현장중계 등의 내용은 총 260분간 다뤄져 정책-비전 검증보다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이 고위공직자 검증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정책-비전 검증은 외면한 채 확인되지 않은 각종 의혹이 난무했던 도덕성 검증 이슈만을 다룬 결과가 드러난 것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19년 8월 12일~23일 JTBC <뉴스ON>,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뉴스&이슈><뉴스BIG5><아침&매일경제>
※ 문의 : 임동준 활동가 (02) 392-0181 / 정리 : 박철헌‧서혜경‧이정화‧이창윤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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