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7일,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수사한다며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이 인사 검증 국면을 주도하는 유례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전원 (조국 일가 수사에) 투입됐다. 최소 20여 명 이상에서 많게는 30여 명 정도의 검사가 투입됐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대규모 권력형 게이트 수준이다. 지금 수사는 매우 이례적이고 비정상적”이라고 주장했다. 9일, 문재인 대통령은 ‘통제할 수 없는 변수’, 검찰 앞에서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은 9일 오후 취임사에서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오랫동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던 법무·검찰 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법무·검찰 개혁은 제가 학자로서, 지식인으로서 평생을 소망해왔던 일이고, 민정수석으로 성심을 다해 추진해왔던 과제이자,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현재 자신을 둘러싼 수사망을 의식한 듯 “개혁의 길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 고되고 험난한 시간이 될 것을 잘 알기에 어깨가 무겁다”며 소감을 밝혔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YTN 화면 갈무리
▲조국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YTN 화면 갈무리

조국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법무부·행정안전부와 함께 지난해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합의안에 따라 검찰은 직접 수사 권한 대부분을 경찰에 넘기기로 했는데, 특수부 담당에 해당하는 부패 범죄(뇌물, 정치자금, 직권남용 등)와 경제 범죄(배임, 횡령 등) 등은 검찰이 계속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경찰의 수사 역량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이유였는데, 특수부를 위한 예외 조항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리고 조 장관은 특수부에 당했다. 시사IN 천관율 기자는 시사IN 최신호에서 “지금 검찰은 특수부가 독주한다는 평가가 많다. ‘특수통 칼잡이’ 중에서도 슈퍼스타인 윤석열 검사가 검찰총장으로 취임하면서 특수부의 ‘위험한 권능’은 정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천관율 기자는 “조 후보자는 민정수석 시절 그(특수부) 힘을 해체해 민주적 통제에 구속시키는 작업을 우선순위에서 제쳐뒀다. 적폐 청산 작업이 시급하다는 현실적 필요가 있었고, 일정 부분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조 후보자가 법무부로 가려는 순간, 그 풀어둔 힘이 자신을 겨눴다”고 분석했다. 

▲검찰. ⓒ연합뉴스
▲검찰.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조 장관은 ‘조국 사태’를 힘겹게 버텨내며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조 장관은 이날 취임사에서 당장 “검찰 권력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도적 통제 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 정치적으로 민주화된 사회에서 특정 권력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갖고, 그 권한에 대한 통제 장치가 없다면 시민의 자유와 권리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며 검찰에 날을 세웠다. 조 장관은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을 시민들, 전문가들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법 제도로 완성하기 위해 관련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입법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시행령 개정 등 법무부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한 검찰 개혁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며 권력기관 개혁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같은 의지는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권력기관 개혁 의지가 좌초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례적인 입장발표를 통해 조 장관 ‘지원사격’에 나선 것과 연결된다.

조 장관은 “검찰은 수사를 하고, 법무부는 법무부의 일을 하면 된다”고 강조하며 “각 기관의 권한과 역할이 다른 만큼, 인적 구성도 달라야 하고,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 검찰 개혁의 법제화, 국민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통제 등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 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법무부의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검찰개혁을 가리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지금 안 하면 언제 될지 모르는 일이어서,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라며 “오직 소명으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것은 조국 법무부와 윤석열 검찰과의 ‘소리 없는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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