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의 뇌물죄 피고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 판결을 두고 언론이 이 부회장 집행유예에 유리한 점만 보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출연한 김남근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 판단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2심)과 다른 부분에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을 때는 직권남용 프레임으로 수사했다. 그 프레임에 의하면 재벌들은 피해자다. 부패한 권력에 겁박당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재벌들이 자신들의 현안인 경영권 승계 문제, 면세점 특허와 관련해 뇌물을 제공한, 정경유착 범죄로 판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2심은 이 부회장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말 3필을 뇌물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말 3필과 함께 최씨 측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보낸 후원금 16억원도 뇌물로 봤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뇌물액은 곧바로 횡령액이 된다. 이 부회장 개인 돈이 아닌 삼성전자 돈을 (뇌물로) 제공한 것”이라며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으면 최저법정형이 5년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말 구입 대금, 36억원 자체가 뇌물액이다. 삼성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영재센터에 16억원을 냈기 때문에 총 50억이 추가적으로 뇌물액과 횡령액으로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8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8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대법원 선고 다음 날 일부 보수신문과 일부 경제지는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에 유리한 부분만 부각해 보도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조선일보와 한국경제 기사를 대표적으로 꼽았다. 

조선일보의 ‘이재용 뇌물액 36억에서 86억. 실적 쇼크에 오너리스크 겹친 삼성’이라는 기사는 “현행법상 횡령액이 50억 이상이면 징역 5년 이상을 선고하게 돼 있어서 법 조문으로만 보면 집행유예가 어렵지만 판사 재량으로 형을 감경할 경우 집행유예도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의 ‘횡령액 이미 변제, 정상 참작된 집행유예 가능성’ 기사는 “이 부회장에게는 몇 가지 유리한 정황이 있어 그룹은 희망을 걸고 있다. 법정형이 가장 높은 재산국외도피죄가 무죄로 확정돼 한시름 덜었다고 분석했다”라며 “유죄로 인정된 내용 중 가장 형량이 높은 특별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죄는 횡령 피해를 모두 변제했다는 점에서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정상 참작해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라고 썼다. 

이를 두고 김남근 변호사는 “(해당 기사는) 국외도피죄가 무죄가 됐다는 점만을 얘기하고 있다. 말 구입 금액이나 경영권 승계에 대한 부분을 생략하거나 간과했다”며 “그외 범죄 수익 은닉도 유죄로 인정됐기 때문에 법적으로만 보게 되면 집행유예가 어려워진 상황인데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는 유리한 점만 보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일부 언론들이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는 말을 끌어내는 취재 방식을 지적하며 “일부 언론들은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논조가 있고 그 논조에 맞는 것만 취사선택해 보도한다”고 비판했다.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일부 언론이) ‘충분히 집행유예가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들을 반복적으로 나열하다 보면 일종의 여론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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