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내정과 함께 시작된 이른바 ‘조국 사태’를 키운 주역으로 언론과 검찰을 빼놓을 수 없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조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달간 (조 후보자 관련 보도가) 118만건이 네이버에서 검색된다”고 했을 정도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2009년 SBS의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보도와 2013년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 지명 이후, 이번 조국 후보자 지명 이후 20일 보도량을 비교하며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혼란의 한 축은 언론이었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된 언론 기사는 노 전 대통령 관련이 2만5천여건, 황교안 후부자 관련 2000여건, 조 후보자 관련은 12만7000여건이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9일 경향신문 ‘미디어 세상’ 칼럼에서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재확인한 언론개혁의 요점을 한 가지 강조해서 말하고 싶다. 우리 언론은 언론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권력비판에 특별히 취약하다”면서 “내가 말하는 취약성이란 권력비판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그 방법이 부실하고, 양식은 허접하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구체적으로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 도식적 관행을 따르고, 관행을 따른 사실적 근거가 곧 기사라는 듯이 글을 쓴다. 도식적인 관행이란 관련자나 전문가에게 육성이나 문서로 확인을 받는 방식 같은 것을 지칭한다”며 “이렇게 확인한 내용이 기사 전체가 되는 것이 관행적 글쓰기에 속한다. 그 결과, 맥락과 줄거리가 없는 사실명제 하나가 곧 하나의 완성된 기사가 된다”고 했다.

‘딸이 몇 등급이다’ ‘직인을 찍은 적 없다’ ‘논문이 취소됐다’ 등 맥락 없는 단편적인 사실이 기사가 되면서, 사건에 대한 배경과 함의를 알고 싶은 뉴스 이용자에게 사건과 당사자를 평가할 충분한 설명을 생략해버린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권력비판이라는 엄중한 임무를 수행하는데, 권력자의 행동을 평가하기 어려운 단편적인 사실만 늘어놓고 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한, 우리 언론은 권력비판에서 항상 부족한 상태에 머무는 셈이 된다”며 “그리고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무시한다면, 무능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다고 의심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조 후보자의 가족 관련 피의사실을 검찰이 야당과 언론에 잇따라 흘리고, 본질이 아닌 문제로 망신과 모욕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논두렁 시계 시즌2’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양정대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논두렁 시계’ 보도는 언론의 망신 주기 또는 모욕 주기 기사의 전형으로 지금까지도 비난과 질타를 받고 있다”며 “시계를 노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가 받았고 권양숙 여사에게는 퇴임 후에야 건넨 사실은 누락시킨 채로였다. 실제 버렸는지 여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양 논설위원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당일 밤늦게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사문서 위조 혐의로 전격 기소되자 급기야 ‘논두렁 시계 시즌2’라는 비판이 나왔다”며 “가족을 볼모로 조 후보자를 압박하는 데 대한 반발 심리에다 ‘제2의 노무현’이 되지 않게 지켜주겠다는 일종의 부채의식까지 보태져 있다. ‘조국 사태’가 ‘검찰 사태’로 전환되는 듯하다”고 짚었다.

경향신문은 ‘검찰의 정치행위, 도를 넘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검찰은 당사자 조사 한번 하지 않고 서둘러 기소했다. 검찰의 기소는 조 후보자에 대한 여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설령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고도의 정치적 행위를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여권에서 ‘검찰권 남용’이란 비난이 나오자, 이를 반박하는 검찰발 보도가 나온 것도 석연치 않다”고 했다. 지난 7일 밤 SBS는 “검찰은 정 교수의 업무용 PC에서 동양대 총장의 직인이 파일 형태로 저장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는데, 이 업무용 PC는 검찰이 임의제출받아 분석 중인 것으로 검찰 외에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공교롭게도 이런 수사기밀이 기소 다음날 언론에 흘러나온 건 검찰이 구시대적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압수수색 3일 만에 이뤄진 기소는 과연 충분한 수사를 마치고 내린 결정인지 의문이다. 이 밖에도 검찰 아니면 볼 수 없는 자료들이 청문회상에서 돌고,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활용된 것도 사실관계를 밝혀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도 청문회가 끝날 즈음 검찰이 조 후보자 부인을 기소하면서 ‘검찰의 정치개입’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검찰이 청문회 도중에 국민의 판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행동을 한 것은 도를 넘은 것임이 분명하다”며 “검찰이 국회와 언론의 검증 역할을 대신하고, 공직 후보자 임명 과정에 개입하겠다는 의도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 시간이 갈수록 검찰이 자신의 상관인 법무부 장관의 임명에 ‘칼자루’를 쥔 모양새가 점점 또렷해지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조 후보자 아내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 공소시효는 6일까지였다. 명백한 범죄 혐의가 있는데 법무장관 후보자 아내라고 기소를 안 했다면 검찰이 위법을 저지르는 것이 된다”며 “지금 한국에서 개혁의 명분이 가장 없는 사람을 꼽으라면 조국이 몇 손가락 안에 꼽힐 것이다. 그런 사람이 없으면 개혁이 안 된다니 희극도 이런 희극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조 후보자의 아내인 정경심 교수가 검찰 압수수색 이틀 전인 지난 1일 벙거지 모자를 쓰고 백팩을 멘 채 자신의 연구실이 있는 경북 영주 동양대 건물을 나가는 이 장면이 찍힌 건물 방범카메라 사진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정 교수가 검찰 압수 수색을 앞두고 자신의 대학 연구실에서 PC를 반출한 직후 연구실을 거듭 들락이며 서류를 외부에 대량 반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같은 날 새벽 정 교수는 자신의 자산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투자증권 직원 김모씨를 시켜 자신의 연구실에 있던 데스크톱 PC를 반출한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고 전했다.

서류 반출에 대해 정 교수는 “개강 준비를 하면서 지난 학기 수업 자료를 정리하려다가(정리하려고 들고 나왔다가) 학생 개인 정보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시 연구실에 갖다 놓은 것”이라며 “해당 문서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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