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발매된 엄정화의 ‘invitation’에 수록된 ‘포이즌’이 흘러나오자 채팅창에는 ‘((’, ‘))’라는 문자들이 올라온다. ‘((’,‘))’는 엉덩이를 실룩거리는 모습으로 흥이나서 춤을 추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SBS 유튜브 채널 ‘KPOP CLASSIC’의 채팅창 모습이다.

SBS ‘KPOP CLASSIC’은 1998년부터 2000년대 초반 방영된 SBS의 ‘인기가요’를 라이브 스트리밍해준다. 엄정화, 핑클, 구피, 이정현, 터보 등 그 당시 가수들의 무대를 보면서 실시간 채팅을 할 수 있다.

이 채팅창은 1990년대와 2000년대 문화를 즐기던 성인들이 모여 다시 이야기를 하는 장이라는 의미로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SBS K-POP CLASSIC 유튜브 관리자는 이 안에서 ‘공원 관리자’로 불린다.

6일 미디어오늘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공원 관리자는 자신을 SBS 편성국 직원 중 한명이라고만 소개했다. 공원 관리자는 이런 아이디어를 내게 된 계기로 SBS의 2020년 창사 30주년을 언급했다.

“2020년에 SBS 창사 30주년이다. 30주년을 맞이해 많은 기획을 하는 와중에서 30주년을 되돌아본다는 의미에서 이런 서비스를 기획했다. 마침 ‘뉴트로’(New+Retro,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열풍도 있었다. 인기가요 자체도 라이브 방송이었고 라이브 스트리밍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SBS 유튜브채널 'KPOP CLASSIC'.
▲SBS 유튜브채널 'KPOP CLASSIC'.

많은 인원이 없어도 라이브 스트리밍을 할 수 있었던 환경도 작용했다. 공원관리자는 “SBS 미디어 기술 연구소에서 유통 인프라를 개발해 라이브 스트리밍에 많은 인원이 필요없었다. 사실 이 서비스 때문에 몇명이 달라붙어서 계속해야했다면 무리였을 수도 있다”며 “안정적으로 라이브 스트리밍이 송출되는 기술을 구축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SBS뿐 아니라 MBC나 KBS의 경우도 비슷한 콘텐츠를 유튜브 채널로 다시 송출하고 있지만 라이브 스트리밍을 한 것이 SBS 유튜브 채널의 차별점이다. KBS 같은 경우는 1990년대 가요 프로그램인 ‘가요톱10’ 콘텐츠를 유튜브 채널로 내보내고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방송사들이 과거의 드라마와 인기있던 시트콤들을 재가공해 서비스하고 있다.

‘SBS KPOP CLASSIC’ 공원관리자는 “‘뉴트로’가 유행이라 많은 방송사가 비슷한 콘텐츠를 내놓고 있지만 우리 채널의 경우는 계속해서 라이브로 24시간 내보내고 있다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밝혔다.

8일 현재 해당 채널의 구독자수는 15만명이다. 공원관리자도 이같은 인기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별명이 붙으면서 인기가 많아졌는데 예상하지 못했다. ‘공원’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공원에서는 데이트도 하고, 운동도 한다. 이렇게 공원에 모여서 같이 음악도 들어서 참 좋다”며 “퇴근하고 나서 이 채널 틀고 맥주 마시면서 피로를 푼다는 분도 계시고 많이들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SBS 'KPOP CLASSIC'.
▲SBS 'KPOP CLASSIC'에서 '인기가요'를 스트리밍 하는 장면 중 일부. 

8월6일날 오픈한 서비스가 처음부터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란다. 8월 말부터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말이 붙으면서 인기가 상승했다. 공원관리자는 인기의 비결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채팅창의 여러분들이 워낙 재미있게 말을 하시기도 하고, 사실 1990년~2000년대 초반 가수들이 굉장히 다양한 음악을 하고 있는 것도 볼거리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혼성 그룹도 많고 솔로가수들의 장르도 굉장히 다양해서 새롭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 당시 ‘인기가요’를 보지않았던 청소년들도 현재 활동하는, 예를 들어 ‘와썹맨’의 박준형씨가 god로 활동한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한다고 한다. 서비스 초창기에는 MC멘트들을 다 자르고 스트리밍하기도 했지만, 라이브의 특성을 살리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MC멘트를 넣었는데 그 멘트들도 그 당시의 문화를 보여줘서 좋아하시는 것 같다.”

6일 인터뷰 당시 공원 관리자는 ‘인기가요’ 스트리밍 외에도 다른 프로그램을 라이브 스트리밍할 계획에 있다고 했다.

큰 인기를 끈 만큼 채널을 확장하려는 시도도 했지만 기술적 문제가 생겨 다시 1개 채널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8일 현재는 채널을 비공개하고 점검을 통해 9일부터 다시 서비스가 시작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