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농단을 세상에 알린 이탄희 전 판사가 ‘촛불로 우리의 뜻을 명확히 하고도 3년째 “나라다운 나라”를 손에 쥐어가는 기분이 조금도 안 드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검찰과 법원을 비롯한 공직사회를 공개 비판했다. 

앞서 검찰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논란과 관련, 조 후보자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6일 밤 늦게 전격 기소했다. 이탄희 전 판사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사분란한 검찰이 좋은 검찰이 아니다. ‘공정한 검찰권 행사’라는 가치를 담지한 검찰이 좋은 검찰”이라고 적었다. 

이 전 판사는 이어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지지하는 이유는 검찰 권력을 둘로 쪼개 서로를 견제하도록 만들어 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검찰 내부 권력도 여러 갈래로 분산시키길 바란다. 한 갈래가 자의적으로 요동치면 다른 갈래가 자제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 ⓒ연합뉴스
▲검찰. ⓒ연합뉴스

그는 “검찰의 ‘조직주의’와 법원의 ‘조직주의’는 공생관계다. 검찰 수뇌부는 최근까지도 ‘대관업무에서 법원에 밀리지 않기위해 필요하다’며 법무부에 검사들을 남겨야 한다고 했고, 법원행정처는 ‘검찰로부터 법원 조직이익을 지켜내야 한다’며 법관동일체 문화를 독려해왔다. 서로가 상대를 외부의 적으로 삼아 각자의 내부 독재를 합리화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판사는 “검찰도 법원도 온통 수뇌부와 조직 논리의 요청에만 민첩하게 조응하고 더 큰 공적 가치가 뭔지 고민하지 않는 판검사들이 수두룩해졌다”고 비판하며 “검찰·법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공직사회 전반에 공통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공직사회를 가리켜 “공조직, 공기관 종사자들이 자신이 지향할 가치가 뭔지, 자신의 존재이유가 뭔지 고민하는 법을 깨치지 못하고 있다. 가치에 문맹인 공직자는 자기가 누군지 모른다. 자기가 누군지 모르면 남는 지향점은 결국 ‘조직논리’ 그것 하나 뿐”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각 기관이 조직의 권위와 이익을 지킨다며 가치를 짓뭉개고 있다. 촛불로 우리의 뜻을 명확히 하고도 3년째 ‘나라다운 나라’를 손에 쥐어가는 기분이 조금도 안 드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 전 판사는 “검찰 권력 자체를 분산하고, 법원조직 자체를 수평적으로 바꿔야 한다. 공직사회의 문화를 가치 중심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며 “항상적인 개혁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탄희 전 판사. ⓒJTBC 보도화면 갈무리
▲이탄희 전 판사. ⓒJTBC 보도화면 갈무리

2017년 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발령받은 이 전 판사의 사표로 판사 사찰 정황이 드러났다. 이후 검찰 수사를 거치면서 재판거래 등 사법 농단 사태가 드러났다. 이 전 판사는 지난 2월 법원에 두 번 째 사직서를 냈으며, 현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소속 공익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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