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고생 뉴스를 전하면서 부적절한 내용으로 리포트 제목을 올려 거센 항의를 받았다.

지난 4일 MBC는 “지난해 인천의 한 여고생이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그런데 이 여고생이 숨지기 전에, 한 남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사진까지 찍혔던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MBC는 지난해 7월 인천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한 여고생 A씨가 떨어져 숨진 것이 발견됐다면서 당초 진로 문제를 고민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장례식장에서 여고생 A씨가 고등학생 B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고, B씨가 A씨의 신체 특정 부위를 휴대전화로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MBC 보도는 여고생 A씨의 죽음이 성폭행과 연관돼 있음을 알리면서 가해자 B씨의 성폭행 혐의가 짙다고 지적한 내용이다. 하지만 가해자 B씨는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았고 세차례나 체포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문제는 MBC의 이 기사 제목이 피해자를 모욕한 듯하게 달렸다는 점이다. MBC는 관련 리포트 제목을 “[단독] 여고생 극단적 선택, 성폭행 못 견뎠나?”라고 달았다.

포털에선 MBC 보도 제목을 질타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성폭행 못견뎠나?가 제목이에요? 그거 견디는 사람도 있어요?”라고 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성폭행이 견디고 말고 할 행위인가요?”라고 비난했다.

▲ 지난 4일 MBC 리포트 화면.
▲ 지난 4일 MBC 리포트 화면.

MBC 보도 내용은 여고생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배경으로 성폭행이 있었고, 가해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건데 제목은 피해자에 2차 가해로 볼 수 있는 내용이라는 지적이다.

MBC는 항의를 거세게 받고, 내부에서도 문제가 제기돼 방송 당일 밤 늦게 “[단독] 여고생의 ‘극단적 선택’…’성폭행에 사진 촬영까지’”로 수정했다.

기사를 쓴 김세로 기자는 “제목은 편집부에서 작성했는데 방송에 나간 걸 보고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데스크에 얘기했고, 사회부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다”며 “애초 제목은 가해자의 성폭행과 불법촬영 혐의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기사의 취지는 가해자가 증거가 없어 체포영장이 기각됐다는데 죄가 없을까. 피해자가 억울하게 죽음에 이르게 된 것 아닐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언주 편집부장은 “성폭행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고, 가해자에 대한 수사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는데 제목상 글자수의 한계 때문에 그런 제목을 붙였다. (2차 가해에 대한) 의도는 전혀 없었다.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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