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NSC 상임위원회에서 결정된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가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의 주장에 의해 이뤄졌다는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보도에 청와대는 소설이라며 부인했다. 청와대는 사실무근의 내용을 전제로 쓴 마이니치의 주장은 말 그대로 소설이라고 반박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4일자 1면과 3면 기사 ‘수출 규제 2개월 총리 “시간 걸릴 수밖에 없다” 징용공 ‘타개책’ 불발, 지구전으로’에서 지소미아 파기에 신중한 이들과 달리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이 주장해서 지소미아 파기가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정부관계소식통에 따르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한국군 중장 출신의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등 정보·외교안보 라인은 (지소미아) 파기에 신중했다”며 “다른 한편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경험으로 수출규제 문제 관련 일본에 대항책을 지휘하는 김현종 2차장과 여당 파이프 역할을 하는 노영민 비서실장은 ‘경제 보복’에 대항카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최종적으로 파기가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결정에 이르기까지 두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하나는 대화 시나리오로 광복절 연설을 계기로 한일 간 고위급 외교채널에서 관계개선을 도모하고 오는 10월 일왕 즉위식에 문씨(문 대통령)가 방일한다는 방안”이라며 “다른 하나는 지소미아를 파기하고 실제 협정 시한인 11월 하순까지 미국이 중재하도록 끌어낸다는 생각이었다”고 썼다.

마이니치는 문 대통령이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일본에 대화를 촉구했으나 불과 일주일만인 22일 한일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한 것을 두고 “대일정책이 일변(급변)한 배경에는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를 계기로 경제강국을 지향하면서 안보의식이 희박한 통상교섭그룹의 발언력이 청와대 내에서 강해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설했다.

마이니치는 특히 김현종 차장이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 관계 업그레이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여러차례 역설한 배경을 두고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올려주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자주노선을 오히려 환영할 것이란 판단이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 보도를 4일 이데일리(수출 규제 2달…스텝꼬인 日 “韓대응 예상을 빗나갔다”) 5일자 중앙일보(8면 머리기사 “지소미아 파기, 김현종·노영민이 NSC서 밀어붙였다”), 연합뉴스, 세계일보, SBS, 서울경제, 디지털타임스 등이 그대로 인용 보도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소설이자 허위보도라고 반박했다. 마이니치를 비롯해 이를 인용보도한 한국 매체 모두 청와대 입장은 반영돼 있지 않다.

▲일본 마이니치신문 2019년 9월4일자 3면
▲일본 마이니치신문 2019년 9월4일자 3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마이니치가 사실무근인 허위사실을 가져다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회의에서 노영민 실장과 김현종 차장이 그런 말을 하지 않은 것이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회의 내용에 대해서는 국가기밀사항”이라며 “마이니치든 NHK든 도저히 알 수 없고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말도 안되는 허위의 사실에 일일이 확인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미일 중시파가 통상분야 출신 자립파에 밀린 결과라는 분석에 이 관계자는 “잘못된 전제를 기반으로 해설한 말 그대로 소설”이라고 했다.

노영민 실장과 김현종 차장이 평소 입장과 견해도 지소미아 종료가 아니었느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누가 어떤 입장이건 어떤 발언을 했는지도 모두 비공개 사안이라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 관계 업그레이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김 차장의 발언 배경이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올려주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자주노선을 오히려 환영할 것이란 판단이 있다’는 마이니치의 보도를 두고 이 관계자는 “김현종 차장은 브리핑했을 뿐, 개인 견해를 얘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얘기가 전혀 안 되는 분석으로, 지소미아 종료와 분담금을 올려준다는 게 무슨 관계가 있나. 지소미아를 계속하면 분담금을 내려준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마이니치 보도에 정정요구나 반박자료를 낼 계획이 있느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자료 내거나 여러 매체가 인용보도하고 있다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야 한다”며 “또는 이렇게 질문이 있으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달 28일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에 청와대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달 28일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에 청와대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1월22일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 3차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1월22일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 3차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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