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KBS 시사기획창 ‘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을 놓고 정정 및 반론보도를 청구한 것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가 직권으로 반론보도를 결정했지만 청와대가 불복하면서 결국 법원의 판결을 받게 됐다.

청와대는 KBS 시사기획창 ‘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에 대해 부실취재가 이뤄졌고 정당한 반론이 들어가지 않았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및 반론 보도를 청구했고, 지난달 12일 청와대와 KBS 제작진은 중재위에 출석했다.

중재위는 양측의 입장을 듣고 반론 보도를 직권으로 결정했다. 중재위는 “대통령 비서실에서는 ‘대통령이 새만금 재생 에너지 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것은 사실이나, 청와대가 수면적 60% 태양광 패널 설치를 정책적으로 추진 내지 지시한 적은 없고, 최혁진 사회적경제 비서관이 서울시 태양광보조금 지원에 관여한 바 없다’고 알려왔습니다”라는 내용을 반론 보도 문으로 정하고 청와대와 KBS에 송부했다.

중재위는 당사자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시 양측 입장을 참작해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 손해배상 등을 직권조정 결정할 수 있다. 이에 어느 한쪽이 직권 결정문을 송달받고 일주일 안에 중재부에 이의신청을 하게 되면 직권결정 효력은 상실하게 된다.

청와대는 중재위의 반론 보도 직권조정 결정에 불복해 지난달 23일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의신청을 하게되면 법원에 자동으로 소가 제기된다. 반론보도로는 청와대 입장을 반영할 수 없다고 보고 법원의 판단을 구한 것이다. KBS는 중재위 직권조정 결정을 사실상 수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8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창, 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 KBS 기자와 최규성 전 농어촌공사 사장이 만나는 영상이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지난달 18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창, 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 KBS 기자와 최규성 전 농어촌공사 사장이 만나는 영상이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청와대와 언론사가 언론중재위에서 얼굴을 맞대고 정정 및 반론 보도에 관한 조정에 들어간 것도 이례적이지만, 청와대가 중재위 결정에 불복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것은 더욱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청와대가 KBS 보도를 수용할 수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4일 통화에서 “저희는 정정 보도를 요구한 것이다. 반론을 요구한 게 아니었다”며 “명백한 허위 보도를 한 것인데 반대의 의견이 있다는 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보도가 사실일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정정 보도 이외에 수용할 수 없다. 그래서 재판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KBS는 자사 보도가 법정으로까지 가는 것에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고 권력기관과의 갈등이 벌어지는 모양새라 부담이 크다.

지난 6월 18일 방송에서 KBS 시사기획창은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인터뷰했다. 인터뷰에서 최 전 사장은 태양광 패널로 저수지 60%를 덮은 모습을 본 문재인 대통령이 좋아했다는 전언을 전하면서 “60% 한 데를 보고 박수를 쳤거든. 그러니까 차관이 사장님 30% 그것도 없애버립시다 그래요”라고 말했다. 또한 KBS는 최 전 사장이 사무실로 가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우편함엔 국민정치연구소 민주연대라고 붙어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쓰던 사무실”이라고 보도했다.

방송 이후 청와대는 일방적 주장을 사실처럼 보도했다면서 청와대 측에 최소 확인도 거치지 않은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가 정정 및 사과방송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발표한 뒤 재방송이 결방돼 외압설까지 일었다. KBS 안에서도 부실 취재라는 주장과 제작자율성 침해라는 주장이 부딪히면서 내부 갈등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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