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에 모든 언론의 관심이 쏠렸다. 조 후보자가 국회 출입구에서 보안문을 통과하는 장면조차 화제가 됐고 사진기사로 담겼다. 상당수 언론의 눈이 3일 새벽 2시12분까지 10시간 넘게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집중했다. 

간담회가 시작되던 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엔 건설현장 목수 2만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하루 일당을 미루고 서울로 상경해 “일요일엔 쉬고 싶다”, “포괄임금제 폐지”, “유급휴일 보장”을 외쳤다. 

이날 광화문에 모인 건설노동자들은 덤프, 레미콘, 타워크레인 같은 건설기계장비를 다루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냥 망치 하나 들고 형틀을 짜는 목수들이다. 흔히 하는 말로 ‘건설일용직’이다. 목수 기능공은 하루 일당 20만원쯤 받고 보조공은 13만원쯤 받는다. 그러나 이들은 일당에 주휴수당까지 포함돼 있다는 포괄임금제 적용을 받아 여느 노동자들이 받는 주 1회 유급휴일이란 게 없다. 

▲ 지난 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건설노동조합 상경투쟁 결의대회’가 열렸다. ⓒ 연합뉴스
▲ 지난 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건설노동조합 상경투쟁 결의대회’가 열렸다. ⓒ 연합뉴스

같은 시각 조 후보는 국회에서 딸 입시 관련해 불법은 없었지만, 기회조차 갖지 못한 평범한 국민 마음을 다 돌아보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조 후보는 사과하는 과정에 지난해 연말 발전소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야간 작업 중 숨진 김용균씨까지 언급했다. 

광화문에 모인 이들에게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주휴수당은 먼 나라 얘기다. 

2011년 이명박 정부의 노동부가 ‘일당제 일용노동자는 소정근로일수를 채워도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행정지침을 냈다. 덕분에 건설사업자들은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6년 건설현장에서 노동시간 산정이 가능한 만큼 포괄임금제를 적용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현 정부 들어 고용노동부는 대법 판결대로 포괄임금제 지침 폐기를 수차례 공언했다. 하지만 2017년 하반기에 발표하겠다던 고용노동부의 ‘포괄임금제 남용방지 지도지침’은 지금도 의견수렴 중이다. 

이 자리에 나온 강한수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에게 약속한 포괄임금제 폐지가 2년이 다 돼 가도록 감감무소식”이라고 했다. 이날 극소수 언론에 소개된 강한수 분과위원장은 지방대를 나와 노동운동에 투신해 20여년을 보낸 40대 노동자다. 그는 구제금융으로 나라가 쑥대밭이 됐을 때 대학을 졸업했다. 

이날 집회엔 20대 청년 건설노동자도 함께 했다. 그는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에서 “법에서 정한 최저기준을 건설현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보장받지 못한다면 건설현장에 미래는 없다”고 했다. 

건설현장엔 포괄임금제에 묶여 주휴수당을 못 받는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은 문제로 불거진지 수십년이 됐지만 여전히 그대로다. 그 사이 정권은 몇 번이나 바뀌었다. 

집회를 마친 노동자들은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와 삼청동 방면으로 행진했다. 

▲ 지난 9월4일 오후 전국건설노동조합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에 주휴수당 지급, 일요휴무 정착 등을 요구했다. 사진=노동과세계
▲ 지난 9월4일 오후 전국건설노동조합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에 주휴수당 지급, 일요휴무 정착 등을 요구했다. 사진=노동과세계

국가가 성장을 위해 가진 자들의 불법에 눈 감은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 사이 사회적 약자들은 국가로부터 멀어졌다. 이날 모인 건설노동자들은 국가의 시혜에 기대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법을 집행할 장관 후보자가 10시간 넘게 언론과 대화하는 그 시간에 거리에서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언론은 극소수였다. 2만명이 광화문에 모인 이유를 알린 언론은 더 드물었다. 다음날 경향신문과 한국일보가 사회면에 사진기사로 이들의 요구를 전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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