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수사기관이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에 대한 통신자료제공을 요청해 열람한 건수가 연간 전체 인구수의 17.3%에 해당하는 890만건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연구팀은 다량의 개인 계정 정보가 수사기관에 손쉽게 제공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통신자료제공은 법원의 허가 즉 영장 없이 수사기관의 서면요청 등으로 이뤄지고 있다. 통신자료란 이용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아이디 및 가입일, 전화번호 등 포괄적인 이용자 정보를 말한다.

▲ 오경미 고려대 교수가 3일 서울시 서초구 오픈넷 사무실에서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 2019’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 오경미 고려대 교수가 3일 서울시 서초구 오픈넷 사무실에서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 2019’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연구팀은 크게 ‘감시’와 ‘검열’ 부분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통신자료제공과 압수수색, 통신제한조치,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등은 4대 인터넷 감시 조치다. 감시 조치는 개인정보 데이터를 가져가서 수사기관이 들여보는 것이다. 검열 조치는 인터넷 콘텐츠 내용을 살피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가 심의해 시정요구 조치를 하는 것을 말한다.

또 연구팀은 2018년 한 해에만 수사기관이 네이버와 카카오에 요청한 압수수색 영장 건수가 820만건이 넘는 점을 지적했다. 압수수색 요청 건수는 2018년 기준으로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통신자료제공, 통신제한조치,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등으로 수사기관에 제공된 계정 수를 다 합해도 1만8687건인데, 압수수색만으로 820만건 이상의 계정 정보가 제공됐다.

▲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압수수색 건수 변화. 표=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 2019
▲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압수수색 건수 변화. 표=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 2019

압수수색은 수사기관이 수사대상자의 통신 기록과 신원정보를 모두 들여다 보는 것이다. 통신제한조치는 수사기관이 수사대상자의 우편물을 검열하거나 전기통신을 감청하는 것을 말한다.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은 수사기관이 수사대상자가 건 상대방 전화번호와 통화한 날짜, 시간 등을 확인하고, 인터넷에 접속한 기록과 장소, 휴대폰 발신 위치(기지국)도 확인한다. 수사기관이 법원이 허가받아 통신사업자에게 관련 자료 제공을 요청한다.

이를 두고 오경미 고려대 교수는 “통신사업자에 대한 압수수색 현황은 현재 정부에서 공개하지 않고 있어 문제점이 큰데, 인터넷 감시에 있어 압수수색이 주력으로 쓰이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연구팀은 3일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 2019’를 공개하고 2018년 수사기관에 네이버와 카카오에 요청한 압수수색 영장 요청건수가 829만9512건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와 다음에 대한 압수수색 건수는 2015년에서 2016년으로 넘어가는 해에 감소했지만, 2017년엔 1079만1104건으로 전년보다 14.9배 폭등했다. 2018년은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다른 감시 요건과 비교해 월등한 수준이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장을 받는 사람인 양대사업자에 영장 제시가 되고 프라이버시를 침해받는 법익의 주체라 할 수 있는 이용자에게는 압수수색이 통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4기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총 25만2166건의 정보를 심의했다. 그중 23만8246건(94.5%)이 시정요구(접속차단)됐고, 1만3623건(5%)가 해당없음, 각하, 기각, 시정요구 철회, 시정요구 결정 취소 등으로 결정됐다.

방통심의위 시정요구는 국내 포털서비스 업체 등 국내 소재 서버에 대해서는 삭제 및 이용해지 등의 조치를, 해외 소재 서버에 대해서는 KT 등 망사업자에 대한 해당 정보의 접속차단을 결정한다. 그런데 이러한 시정요구에 대해 사업자 이행률은 2017년과 2018년 모두 거의 100%다. ‘시정요구’가 강제력 없는 행정 조치가 아닌 강제력 처분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통신심의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2017년을 제외하면 심의 건수가 꾸준히 증가추세다. 오경미 고려대학교 연구원은 “매주 2회 회의, 회의 1회당 약 5000건의 심의, 매달 약 2만 건의 정보를 삭제 및 차단하는 건 검토해야할 안건이 방대하다”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에서 통신소위를 담당하는 직원은 60여명이다. 직원뿐 아니라 심의위원마다 파악해야 하는 안건이 과도하게 많다는 뜻이다.

▲ 방통심의위 유해, 권리침해, 국가보안법위반 등 정보 시정요구 비율 변화. 표=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 2019
▲ 방통심의위 유해, 권리침해, 국가보안법위반 등 정보 시정요구 비율 변화. 표=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 2019

방통심의위 시정요구 대상 정보 중 불법정보는 총 21만6789건(91.1%)으로 음란·성매매 정보가 7만9710건(33.5%), 사행성 정보는 6만3435건(26.6%), 불법 식·의약품 정보가 4만9250건(20.7%)로 세 개 유형을 합하면 전체의 약 80.8%를 차지한다. 이어 권리침해정보는 1만7572건(7.3%), 유해정보는 3885건(1.6%), 국가보안법위반은 0.8%를 차지했다.

이중 권리침해 정보에 대한 시정요구는 4기 방통심의위가 디지털성범죄를 심의 대상 정보로 다루면서 수치가 2017년 3.7%에 비해 2018년 7.3%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반면 국가보안법위반 정보에 대한 시정요구 비율은 하락하는 추세다.

끝으로 연구팀은 방통심의위 통신심의 문제점으로 회의자료의 미공개와 무편집 녹화물 및 녹음물 미공개가 여전히 문제이고, 심의 전 의견진술 기회와 사후통지가 원칙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라 지적했다. 오경미 연구원은 “방청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를 심의했는지 알 수 없고, 심의 전 의견진술 기회가 부여되고 있지만, 심의위원들이 진술자에게 원하는 답을 마련해놓고 이를 시인하는 식으로 진술 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문제”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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