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에 이어 지상파 방송사들도 교양 프로그램에서 건강식품 협찬을 내보낸 직후 홈쇼핑에서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연계편성’이 드러났다.

김경진 무소속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홈쇼핑 연계편성 실태점검 자료를 미디어오늘이 분석한 결과 2018년 7월 한 달 동안 방송에서 내보낸 건강식품을 1시간 내에 홈쇼핑에서 판매한 연계편성은 MBN(47회), 채널A(41회), TV조선(32회), JTBC(17회), SBS(17회), MBC(7회)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KBS1과 KBS2는 연계편성 행위가 드러나지 않았다. 지상파 방송사의 연계편성 행위가 공식 확인된 건 처음이다.

지난해 미디어오늘은 방통위가 종편4사의 연계편성을 확인하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고, 방송사 광고업무를 대행하는 미디어렙을 조사하지 않은 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사실을 지적했다. 이후 방통위는 지상파 및 종편 미디어렙을 대상으로 실태점검을 실시했고 그 결과 지상파의 연계편성 행위도 드러났다.

▲  방통위 실태점검 보고서 갈무리.
▲ 방통위 실태점검 보고서 갈무리.

실태점검 보고서는 대표 사례로 2018년 7월27일 SBS ‘좋은아침’을 언급했다. 이 프로그램은 바구니에 담긴 망고 사진을 보여주며 와일드 망고의 효능을 설명했다. 15분 후 CJ오쇼핑에서 ‘다이어트엔 와일드망고’ 상품이 판매됐는데 심지어 같은 이미지가 나왔다. TV조선의 경우 2018년 7월31일 ‘내몸 사용 설명서’에서 ‘특허받은 칸탈로프 멜론추출물’이라는 표현을 내보내며 칸탈로프 멜론을 홍보했는데 이 문구가 20분 후 NS홈쇼핑에 그대로 나왔다. 방송 프로그램이 상품 판매 광고로 전락한 것이다.

방통위는 법 위반 여부 조사를 위해 지상파, 종편 미디어렙의 계약서를 확인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SBS의 경우 7월3일 ‘모닝와이드 3부’에 비타민C 효능 홍보 협찬 계약을 2000만원에 내보내는 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들 방송 프로그램이 현행법 위반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방통위는 보고서를 통해 “방송사가 미디어렙사로부터 방송편성과 관련하여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없어 보이므로 미디어렙법상 금지행위 위반 혐의가 없다”고 밝혔다.

방송사의 광고영업을 맡는 미디어렙이 광고주(협찬주)와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홈쇼핑 시간에 맞춰 협찬 프로그램을 내보내도록 하는 등 방송 편성에 영향을 미쳐야 하는데 계약서에는 이 같은 정황을 발견할 수 없어서 미디어렙법상 ‘금지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방통위 조사 결과 7월3일 방영된 SBS 협찬의 경우 광고주 측에서 6월18일 SBS와 협찬계약을 확정하고 이후 6월25일 CJ오쇼핑 편성을 확정했다. 광고주가 방송사, 홈쇼핑과 별도로 계약을 해 방영 시간을 맞춘 것으로 홈쇼핑과 시간을 맞추는 조건으로 계약을 한 것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 방송사별 연계편성 및 협찬임을 드러내는 협찬고지 여부. 현행법상 협찬고지는 의무사항은 아니다. 조사 기간은 2018년 7월 한 달이다.
▲ 방송사별 연계편성 및 협찬임을 드러내는 협찬고지 여부. 현행법상 협찬고지는 의무사항은 아니다. 조사 기간은 2018년 7월 한 달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시청자 입장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계약할 때 광고주나 대행사가 홈쇼핑 시간대와 맞추자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와 계약하고, 별도로 홈쇼핑과 계약을 하기 때문에 방송사에서 연계편성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계약서만으로 방송사가 연계편성 여부를 몰랐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방통위 보고서에 따르면 종편의 경우 연계편성의 82%가 재방송으로 나타났다. 이미 방송된 내용을 홈쇼핑 판매 시간에 맞춰 다시 편성했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방통위가 연계편성을 최초로 적발해 처벌한 2015년 MBN미디어렙의 영업보고서 유출 사건 때 홈쇼핑 시간에 맞춘 방송을 제재한 사례가 있어 업계에서 처벌을 피하려 관련 사항을 계약서에 쓰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그 부분은 조사로는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조사의 사각지대도 있었다. 일부 방송사 미디어렙은 ‘협찬’계약을 서류로 남기지 않아 법 위반 여부 자체를 확인하지 못했다. 협찬의 경우 방송사가 광고주와 직거래를 할 수 있어 이 경우 미디어렙을 조사해도 자료를 찾을 수 없기에 제대로 된 조사가 힘들다. 방통위 관계자는 “협찬주와 방송사의 직거래 행위는 들여다보지 못했고 미디어렙사가 중간에 대행한 계약건만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제도 개선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방송법상 협찬을 받아도 알리는 건 의무가 아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협찬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점이 문제이기에 관련 부서에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방통위는 △정보제공 프로그램 협찬고지 의무화 △협찬 정의 신설 △일정 금액 이상 협찬고지 의무화 등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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