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극우단체 지원을 받아 국제기구에서 일본군 위안부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을 부인했던 한국인 학자가 있다?

YTN는 지난달 27일 한 꼭지의 뉴스를 내보냈다. 파장은 컸다. 한국인 학자가 극우단체 지원을 괘념치 않는다는 인터뷰는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여론이 들끓었다.

YTN는 지난 7월 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 인권이사회 정기회의에서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우연씨가 발언을 하는 장면에 주목했다. 특히 이우연씨는 논란이 된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에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와 함께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던 인물.

보도를 한 YTN 이슈팀 고한석 기자는 “광복절 기획보도로 당시 강제동원된 14세 미만 피해자들을 인터뷰했는데 취재를 하다가 국제사회에서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한국인 학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이우연씨 발언을 국내에선 미디어워치에서, 해외에선 산케이 신문이 보도한 것을 보고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고 기자는 유엔 사이트를 뒤져 이우연씨 발언 영상을 확인했다. 이씨가 어떻게 유엔에 가서 “조선인 노무자들의 임금은 높았고, 전쟁 기간 자유롭고 편한 삶을 살았다”며 강제동원을 부인하는 발언을 할 수 있었는지 취재하기 위해 발언 명단을 살펴보던 중 이씨의 원래 발언 순서가 아님을 알게 됐다.

발언자 명단 확인 결과 원래 이씨가 발언하려고 했던 순서에 슌이치 후지키라는 일본인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슌이치가 국제경력지원협회라는 단체 소속임을 확인했고, 국제경력지원협회는 유엔에 등록된 NGO 단체로 지속적으로 위안부와 강제동원을 부인하고 있는 극우단체임을 파악했다.

▲ YTN [단독] ‘반일 종족주의’ 학자의 민낯...“日 극우 지원받았다” 보도화면 갈무리.
▲ YTN [단독] ‘반일 종족주의’ 학자의 민낯...“日 극우 지원받았다” 보도화면 갈무리.

그럼 어떻게 극우단체에 속한 일본인의 발언을 대신해 이우연씨가 나설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고 기자는 슌이치를 접촉하기 위해 일본 특파원을 통해 연락처를 수소문했다. 연결된 슌이치는 예상 밖으로 자신이 이우연씨를 지원했다고 털어놨다. 숨길 이유가 없다는 뉘앙스였다. 고 기자는 “자신들이 발언한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으니까 떴떳하게 말하더라”라고 말했다. 슌이치는 이우연씨의 논문을 읽고 공감해 UN에 가자고 제안했고, 항공료와 체류비용까지도 부담했다고 시인했다.

이우연씨는 고 기자와 인터뷰에서 “극우단체이건, 극좌단체이건, 역사적인 사실을 공유하고 그것을 알리는 사람과는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기자는 오히려 논란의 당사자들이 당당한 모습을 보면서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고 기자는 “이영훈 교수가 MBC 기자를 폭행한 것을 보고 무서웠지만 인터뷰를 공식 요청하니 순순히 응했다”면서 “이우연씨는 사실상 극우단체에 이용당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자신은 학자니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강제동원을 부인하는 것은 학자적 소신이기 때문에 극우단체 지원을 받은 것도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고 기자는 “저도 강제동원 피해자 분들을 인터뷰했고, 일제 강점기 피해조사위의 용역보고서를 읽고 질문을 했지만 이우연씨는 자기 주장만 반복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기억이 왜곡되고 외부에서 부추겨 사그리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 확증편향을 통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면 이렇게 무서울 수 있구나 느꼈다”라고 말했다.

고 기자는 “이씨가 단순히 일본 극우단체의 돈을 받았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국제 여론전을 펼치는데 일본 극우단체가 이런 사람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면서 “유엔에서 이씨의 발언이 당시 화제가 되지 못했고 사람들이 잘 알지 못했는데 일본 극우단체가 한국 학자를 이용해 여론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기자는 “일본 극우 쪽에서 이영훈 교수와 이우연씨를 불러 인터뷰를 하고 강연회도 한 것으로 안다. 당연히 돈이 오고갔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면서 후속보도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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